다른 삶을 담은 감각적 공간




VOL.61
다른 삶을 담은 감각적 공간
무슨 서점

동네책방 ㅣ 서울 마포구

에세이만큼 타인의 삶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장르가 있을까요. "다른 삶을 읽으며 나는 더 선명해지고"라는 슬로건 아래 먼저 걸어간 이들의 질문을 담는 서점. 연남동 한적한 골목, 에세이를 다루는 책방 “무슨서점"을 소개합니다.


<무슨서점>을 소개해 주세요.
연남동에 위치한 저희 서점은 “다른 삶을 읽으며 나는 더 선명해지고”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에세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간입니다. 타인의 삶을 읽다 보면 나를 더 잘 읽을 수 있고, 나를 더 잘 읽고 쓰다 보면 삶을 더 단단히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곳이에요. 동시에 많은 독립서점이 그러하듯 운영하는 저의 취향과 철학이 많이 녹아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책과 디자인 소품, 특히 필사에 관한 문구를 많이 가지고 있어요.

타인의 질문을 통해 나의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말이 너무 와닿네요. 이런 에세이 중심의 서점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음, 서점을 열기 전 기자 생활을 오래 하다 콘텐츠 에이전시에서 커리어를 이어갔어요. 트렌드를 읽고, 남들이 원하는 콘텐츠는 빠르고 정확히 만들었지만 정작 제 자신이 좋아하는 걸 들여다볼 여유는 없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정말 내가 원하는 걸 찾아 나만의 것을 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고민 끝에 서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나 자신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죠. 이런 “무슨서점"의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농담으론 주변 지인들이 하도 “그래서 무슨 서점 할건데?”라고 물어서 지었다고 답하기도 하는데요. (웃음) 가장 큰 이유는 고민이 많았던 시간 속 저에게 돌파구를 준 질문들이 대부분 ‘무슨'으로 시작된 질문이더라고요. 이곳에 오시는 분들도 “무슨”이라는 질문을 통해 자신을 더 깊고 넓게 찾아가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름 짓게 되었습니다.
“무슨"으로 시작되는 질문이라,, 돌아가는 길에 저도 스스로 질문해 봐야겠네요 ‘무슨서점’ 서가에는 꽂혀있는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에세이라는 장르가 정말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는 동시에 한 가지 주제로 설명되지 않는 책들이 참 많더라고요. 초반엔 주제별로 신간을 들여놓기도 했지만, 모든 독립서점이 그렇듯 결국엔 저의 취향이 반영된 책들을 선택하고 있어요. 타인의 삶을 잘 들여다볼 수 있고 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책에 손이 가는 편입니다.

서점에 들어오는 순간 느껴지는 아늑함이 있어요. 공간을 만드실 때 어떤 점을 많이 고려하셨나요?
이 동네에 오래 산 주민으로, 꼭 이 골목 근처에 자리를 잡고 싶었어요. 북적이는 메인 상권에선 살짝 떨어져 있지만 주택가의 정겨움이 느껴지면서, 자주 산책로로 다니던 골목이거든요. 동시에 디자인 포스터, 문구류, 우드톤의 따뜻함 등 제가 좋아하는 취향이 많이 녹아나다 보니 가끔 제 방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오시는 분들과 저에게 편한 공간, 또 몰입이 필요할 땐 고요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 노력했어요. 그래서 제 시야에서 벗어나는 곳엔 책상을 놓아 고요히 독서와 필사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기획했습니다.

역시 편안함과 아늑함이 느껴지는 이유가 있었네요! “무슨서점”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12월에 추가 된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고정적인 모임은 총 4개가 있어요. 주말 오전에 모여 각자 원하는 책을 읽고 필사하는 “그린 노트북 클럽", 한 문단이라도 써보는 “읽단 쓰기", 시와 향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무슨향기"와 밤에 만나 함께 같은 책을 읽는 “책과 밤"이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근처 꽃집, 향기 공방 등 주변 상점들과 콜라보 해 좀 더 입체적인 독서를 경험할 수 있답니다.

향기와 꽃이 함께하는 독서라니! 공간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아무래도 저의 취향이 많이 담겨있는 공간이다 보니, 큐레이션이나 책 추천을 좋아해 주실 때 가장 보람과 기쁨을 느껴요. 수많은 책 중 제가 고른 서적을 좋아해주신다는 건 저의 취향과 결이 비슷하다는 뜻이니 추천 책을 골라드릴 때도 좀 더 설레고 기대되더라고요.

‘무슨서점’다움이란 어떤 걸 의미할까요?
혼자 방문하든 여럿이 오든 언제나 편하게 몰입할 수 있는 공간, 끊임없이 나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곳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제가 질문을 통해 제 자신을 좀 더 깊게 알아갔듯 오시는 분들도 다른 이의 살을 통해 자신의 삶을 더 깊고 넓게 알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무슨서점’는 어떤 공간이 되고 싶으신가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바탕으로 오시는 분들을 서로 연결해 줄 수 있는 연결점 혹은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고 싶어요. 실제로 자주 방문하시는 일러스트 작가님들을 소개해 작업실을 함께 쓰기도 하시고, 저희 서점을 통해 주변 상점을 알게 되는 것처럼 사람과 공간의 연결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한 권의 책을 추천해주세요!
계속 쓰기 : 나의 단어로
대니 샤피로 지음 | 마티 펴냄
대니 샤피로의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라는 책을 추천해 드려요. 책 제목만 보면 작문, 작법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하실 수 있는데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일을 꾸준히 하는 태도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우리 모두 모든 것을 확신하며 살아가진 않잖아요. 나의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많은 의심과 걱정, 두려움을 마주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럴 때마다 참 큰 힘이 되어주었던 책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며 추천해 주신 대니 샤피로의 책을 구매했습니다. 맨 앞장 데이비드 살레의 “길을 잃어야 탈출구를 만들 수 있다"라는 문구가 있더군요. 한해가 마무리되는 12월, 차분히 나의 한해를 정리해 보고 싶은 분, 새로운 일을 앞두고 좋은 질문과 용기가 필요한 분들께 추천드리는 연남동의 “무슨서점”입니다.
Editor
정재원
jaewon10455@flybook.kr
〔무슨서점〕
◦ 주소 |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17길 105-4 2층 201호(오른쪽)
◦ 운영시간 | 화~일 12:00 ~ 20:00 (매주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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