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자들이 잠시 쉬어가는 제로웨이스트샵 & 서점




VOL.55
일상 여행자들이 잠시 쉬어가는

제로웨이스트샵 & 서점
낯설여관 204호

동네책방 ㅣ 경기 수원시 장안구

한적한 동네 골목, 초록 잔디를 밟고 긴 복도를 지나면 직접 유리병을 들고 와 물건을 담아가시는 동네 분들과, 다양한 모습의 삶이 가득 담긴 책장을 만날 수 있는 낯설여관 204호 책방이 있습니다.

늘어나는 쓰레기와 변해가는 날씨가 체감되는 요즘. 자연과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책방을 소개합니다.


'낯설여관 204호'를 소개해 주세요!
낯설여관은 일상 여행자들의 쉼터 같은 공간이 되고 싶어 시작한 수원의 동네 서점입니다. 203호는 사진관과 작은 영화관, 204호는 제로웨이스트샵과 서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책방의 이름이 참 독특한 것 같아요~! ‘낯설여관 204호’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긴 복도가 있는 특이한 구조에 여관이라는 단어가 생각났어요. 옛날부터 여행자들이 머물던 정겨운 이름이면서 일상을 살아가는 여행자들이 잠시 머물며 쉼을 얻기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어요. 동시에 ‘어디에서도 만난 적 없는 독특한 여관!’이라는 의미를 담아 낯설여관으로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여관! 정말 이름과 딱 맞는 공간이네요.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책방을 운영하시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입고의 기준을 칼로 베듯 딱! 자르기는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제로웨이스트샵을 함께 운영하는 만큼 환경과 자연에 대한 책들이 많습니다. 동시에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를 꼭 담고 싶었어요. 다양한 모습으로의 삶을 담은 책들을 많이 들여오고 있습니다.
오~! 정말 다양성에 대한 책이 많이 보이네요. 다양성이라는 주제는 가져오신 배경을 듣고 싶어요.
음.. 이 공간에선 누구나 소외받거나 배제되지 않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했어요. 남들과 조금 다르면 ‘틀렸다'라고 생각해 배제하는 분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데, 이 공간에서 만큼은 그런 감정 없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볼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안전한 공간, 너무 좋은 말이네요. 이런 서점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해 책방 주인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어요.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해 도서관 사서로도 일하면서, 책에 둘러싸여 일하는 걸 점점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마침 어릴 때부터 자라온 이 동네에서 굉장히 특이하고 좋은 공간을 발견해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익숙한 동네에서 이런 독특한 공간을 만나면 저도 훅! 빠져들 것 같아요~! 공간을 만드실 때 어떤 점을 많이 고려하셨나요?
셀프 인테리어를 하면서 계속 생각했던 문장은 “백 명이 한 번 오는 곳이 아닌, 한 명이 백 번 오는 공간을 만들자!”였어요. 그만큼 오시는 분들이 일상이라는 여행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자연의 브라운과 그린을 대표 컬러로 사용했습니다.

이 공간이 원래는 학원이었어요. 그래서 긴 복도를 가진 조금은 특이한 구조인데, 이 구조를 꼭 유지하고 싶어 방마다 203, 204로 호수를 붙여 책방과 제로웨이스트샵, 사진관을 함께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일상이라는 여행 속 편안한 쉼터라니! 책방지기님의 개인 블로그에서 여행에 관한 글을 많이 봤어요~! 그런 경험들이 공간에도 많이 녹아 나온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독서도 다른 사람의 삶과 세상을 보는 여행 중 하나라 생각해요. 여행을 다니기 전엔 텍스트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았는데, 실제로 그곳을 방문해 제 눈으로 확인하니 생생함이 훨씬 극대화되더라고요. 이곳에서 많은 세상을 여행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단골 손님분들이 많이 들러주시는데, 공간을 운영하며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음,, 작년 여름에 폭우로 인해 누수 피해가 있었어요. 천장 쪽에서 물이 계속 새서 50권 정도의 책이 젖기도 하고 너무 힘든 시간이었는데, 젖은 책을 사고 싶다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도 있었고 메세지로 팁을 주시는 분들도 많아 너무 따뜻했던 시간이에요. 이런 특별한 사건(?) 이외에도 “오래오래 해주세요, 없어지면 안 돼요”처럼 쓱 오셔서 해주시는 말들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사실 번화가도 아닌 조금 생뚱맞은 곳에 위치해있지만 동네분들과 문화생활을 함께하는 자리로 남아있다는 것이 참 뿌듯해요.

낯설여관 204호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얼마 전엔 203호의 작은 영화관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모임을 진행하기도 했고, 독서 모임과 함께 친환경 워크샵을 많이 기획하고 있어요. 함께 샴푸바를 만들거나 업사이클 북바인딩을 진행하기도 했었어요. 이외에도 사진관과 연계한 필름 카메라 전시, 복도 사진회 같은 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203호와 연계되어 진행되는 재미있는 행사가 많네요~! 지혜님께 ‘낯설여관204호’ 다움이란 어떤 걸 의미할까요?
오시는 분들이 제주도에 온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해주세요. 도심 속에서도 여행을 온 것처럼 쉼과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여행지가 누구에겐 잠시 쉬어가는 쉼터이고, 누군가에겐 목적지가 되기도 하잖아요? 문을 열고 들어오시면 쉼이 필요한 분들껜 휴식을, 목적을 찾아오신 분들껜 영감을 드리고 싶습니다.

‘휴식과 영감을 주는 공간’ 낯설여관을 너무 잘 표현한 말이네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낯설여관204호’는 어떤 공간이 되고 싶으신가요?
어떤 사연을 가지고 방문해도 모두를 품을 수 있는 넉넉한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늑함과 다정함,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처럼 나만이 알고 싶은 아지트 같은 공간을 꿈꾸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한 권의 책을 추천해주세요!
초록 채집
정현 지음 | RHK코리아 펴냄
매달 이달의 책을 한 권씩 선정하고 있는데요~! 지금 추천드리고 있는 정현 작가의 <초록 채집>이라는 책을 추천드려요! 여름 향기가 진해지는 요즘, 초록을 눈과 손가락, 마음으로 풍성하게 담아낼 수 있는 책입니다!
Editor
정재원
jaewon10455@flybook.kr
〔낯설여관 204호〕

◦ 주소 | 경기 수원시 장안구 영화로71번길 33 2층
◦ 운영시간 | 수-금 10:00-19:00, 토-일 13:00-19:00 (월-화 정기휴일)
책방 인스타그램

책방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