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자라는 책의 숲




VOL.53
당신이 자라는 책의 숲
소전서림

동네책방 ㅣ 서울 강남구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은 많지만, 책만을 위한 공간은 많지 않다 느껴지는 요즘인데요. 지하철, 버스, 카페, 회사 어느 곳에서나 책을 펼칠 수 있지만 온전히 책과 함께하는 감각을 갖긴 쉽지 않죠. 여기, 오직 책 읽는 순간을 위해 디자인된 공간이 있습니다. 하얀 벽돌로 이루어진 책의 숲, 소전서림을 소개합니다.


'소전서림'을 소개해주세요!
‘당신이 자라는 책의 숲’ 소전서림은 2020년 청담동에서 개관한 문학도서관입니다. 책을 통해 스스로 지성과 교육을 기르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의 3만여 권의 장서 중 문학 도서가 70%, 예술 도서가 20%, 나머지는 기타 인문학 도서들로 구성돼 있어, 문학과 함께 예술 및 다양한 인문학 도서도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소전서림에서는 책에 관련된 강연은 물론, 공연 그리고 책을 함께 읽는 독서 모임까지, 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활동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전서림’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소전서림素磚書林’은 ‘흰 벽돌로 둘러싸인 책의 숲’을 뜻합니다. 소전서림의 ‘소전素磚’은 소전서림이 자리한 건물의 외벽을 장식하고 있는 흰 벽돌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이 흰 벽돌은 세계적 건축가 페터 춤토르가 쾰른에 지은 콜롬바 뮤지엄의 외벽을 장식한 네덜란드 패터슨사의 K11입니다. 페터 춤토르의 공간 철학에 대한 오마주로 소전서림의 건물도 이 벽돌을 사용하게 되었죠.

콜롬바 뮤지엄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골목에서도 흰 벽돌 덕분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아요! 벽돌 하나하나 건축적 의미를 담고 있군요. 소전서림은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나요?
소전서림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책을 함께 읽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구상되었습니다. 물론, 책은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이지만 단순히 핸드폰으로 소비하는 정보매체가 아니라, 읽고, 사유하는 인간에게 고유한 본성을 살려내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리 삶의 근간이 되는 가족이 있는 ‘집’과 생활을 영위해 나가기 위한 ‘직장’ 사이의 ‘제3의 공간’으로 내가 오롯이 '나'일 수 있고, 스스로를 기르기 위한 공간으로서의 소전서림이 만들어졌죠.
스스로를 기르기 위한 공간이라.. 소전서림을 정말 잘 표현한 문장이네요! 책을 접하기는 쉽지만, 온전히 독서에 녹아들 수 있는 공간은 흔치 않은 것 같아요.
3만 여권의 장서를 보관 중인데, ‘소전서림’ 서가에는 꽂혀있는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소전서림은 문학 도서관이기 때문에 문학 도서가 중심입니다. 도서 선정 방식은 ‘시간을 견디어 낼 수 있는 좋은 책’을 선정합니다. 단지 유행 때문에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책보다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인간의 삶에서 유의미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도서들 즉, ‘양서’라고 할 수 있겠죠. 결국 고전의 반열에 오른, 그리고 오를 책들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구축해 나갈 예정입니다.

실제로 고전 책과 일반 도서관에선 보기 어려운 아트북도 많이 보이는데요. 단순한 도서관이라기보단 책을 중심으로 디자인한 미술관처럼 느껴집니다. 공간을 만들 때 어떤 점을 가장 많이 고려하셨나요?
한국에도 좋은 공간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현대인들이 좋은 공간에 대한 각자의 취향도 높아진 것이 이유일 텐데 도서관은 정해진 모습대로 변치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해진 현대인들의 현재적 취향을 담아내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책을 단순히 인테리어 배경으로서가 아니라, 주인공의 자리에 두고 싶기도 했었고요.

그래서 ‘읽다’라는 행위를 지속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앉다’라는 행위의 지속성과 다양한 경험을 도와줄 의자들을 도서관에 비치했습니다. 단순히 비싼 가구를 가져다 놓은 것이 아니라, 책을 읽기 위해 가장 좋은 자세를 고민했던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의 고민과 철학이 담긴 가구들에서 도서관 이용객들이 최고의 독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책을 읽는 환경으로써 가장 중요한 소리의 정도도 공간별로 다르게 구성했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이야기도 하면서 책을 보는 공간도 있지만 완전한 침묵 속에서 독서를 할 수 있는 1인서가 등의 구성이 돼 있고, 요청하시는 분들을 위한 귀마개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공간별 소리의 정도까지 다르다니 ‘소전서림’만의 섬세함이 느껴지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1인서가 쪽엔 굉장히 다양한 가구와 의자들 볼 수 있는데요, 특별히 꼭 체험해보았으면 하는 의자가 있을까요?
한 가지 의자보단, 행복한 고립감을 느낄 수 있는 1인 서가의 모든 의자를 추천드립니다. 르 코르뷔지에와 잔느레의 LC4와 소전서림에서만 앉아볼 수 있는 메인홀의 거위 체어, 그리고 핀율의 리딩 체어들은 ‘앉다’라는 행위가 이렇게 감각적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앉는 것, 읽는 것, 일상적인 일을 특별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네요. 소전서림에 머무르며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많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같을 것 같은데요. 도서관이 책 읽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을 때입니다.

공간을 운영하는 분들의 공통된 보람인 것 같아요. 개인 독서 이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어떤 행사가 준비되어 있나요?
소전서림에서는 문학, 예술, 인문학 관련 강연 및 다수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책 읽기 모임인 ‘소전독서회’를 새로 시작했는데 다양한 독서 회장을 중심으로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책 읽기 모임입니다.

첫 번째 시즌은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고, 곧 두 번째 시즌 오픈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마 인터뷰가 발행될 즘엔 참가 신청을 받고 있을 것 같으니 알려드릴게요. 박혜진 문학평론가와 함께 읽는 <서늘한 소설>, 송승언 시인과 <두 시인, 두 시집: 나란히 함께-읽기>, 황보유미 소전서림 관장과 함께하는 <밀란 쿤데라 읽기>, 김태형 출판사 <제철소> 대표와 함께 <희곡 읽기, 인간 읽기>, 이은선 영화기자의 <영화의 또 다른 형태를 찾아서: 사유하고 기록하기>, 이혁진 소설가와 함께 하는 <소설가와 음악>, 그리고 마지막으로 '블라인드 진행자'와 함께하는 <불편한 책들의 전당>이 진행됩니다. 문학, 음악과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모임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한 시즌에 굉장히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군요! 공간과 큐레이션, 독서모임 모두 소전서림만의 섬세함과 색깔이 가득 묻어있네요. ‘소전서림’ 다움이란 어떤 걸 의미할까요?
책 속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어요. 그 마음을 잃지 않고, 묵묵히 그 가치를 위해 걸어가는 일이 가장 소전서림 답다고 생각합니다.

‘책 속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있다’... 곰곰이 곱씹어보게 되는 문장이네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소전서림’는 어떤 공간이 되고 싶으신가요?
음,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책 읽는 사람들의 천국이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한 권의 책을 추천해주세요!
나쓰메 소세키 장편소설 전집
나쓰메 소세키 지음 | 현암사 펴냄
2016년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현암사의 나쓰메 소세키 장편소설 전집은 그 구성부터 책의 디자인, 각 권마다 실린 문인들의 작품 설명 등 아름답고도, 섬세하게 구성이 된 시리즈입니다. 그중에서 『풀베개』는 삶과 예술의 문제에 대한 작가의 사고가 집약된 일종의 예술가 소설이기도 하고, 지금 이 계절에 어울리는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라 봄날이 가기 전에 읽어보시도록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소전서림 추천 책은 이곳(책장)에서 확인하세요
고요함 속에 오롯이 독서에만 집중하고 싶은 날
청담역에서 멀지 않은 한적한 골목의 책 읽는 사람들의 천국
소전서림을 방문해보는 건 어떠신가요?
Editor
정재원
jaewon10455@flybook.kr
〔소전서림〕

◦ 주소 |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138길 23 지하1층
◦ 운영시간 | 화-일요일 11:00-21:00, 월요일 정기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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