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귤밭에 숨어있는 작은 서점




VOL.50
제주 귤밭에 숨어있는 작은 서점
취향의 섬, 북앤띵즈

동네책방 ㅣ 제주 서귀포시

2년 전 여름과 겨울 사이 제주에 두 달간 머물렀던 일이 있습니다. 서귀포에 자리를 잡은 마지막 한 달, 이 책방을 참 좋아했습니다.

서점의 입구라기 보단, 어느 귤밭의 궁전을 들어가는 듯한 문부터 야자수 길을 따라 걸으면 마중 나와주는 거문이까지. “지금 제주에 와있구나”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탁 트인 통창의 귤밭과 한라산.

간간히 귤과 차를 건내주시던 책방지기님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서점 “취향의 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취향의 섬을 소개해주세요!
취향의 섬은 서귀포시의 귤밭에 숨어있는 작은 서점입니다. 넓은 귤밭과 한라산을 담은 통창, 제 취향이 가득 담긴 책과 소품을 들여놓은 공간이에요. 일러스트 작가로도 일하고 있는 제가 디자인한 엽서와 포스터 등, 개인적 취향이 가득 담긴 공간입니다.

책뿐만 아니라 탁 트인 제주다운 풍경까지 눈에 담으셨으면 하는 마음에 이 자리를 골랐어요. 오셔서 서로의 취향을 확인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직접 디자인한 소품이 정말 많네요! 그럼 취향의 섬이라는 이름은 어쩌면 책방지기님의 취향이 가득 담겨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까요?
많은 분이 그렇게 생각하시는 데, 사실 ‘취향의 섬’은 서점을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마음에 담고 있는 이름이었어요. 취향의 섬은 어떤 취향들이 모여서 생긴 공간이라는 뜻도 있겠지만, 동시에 모든 개인을 지칭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 ‘각자가 가진 온전한 나만의 취향들이 모여 만들어진 섬이구나‘라고 느꼈고, 그렇기 때문에 서점의 슬로건도 ‘ 우리는 모두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이루어진 고독하고 아름다운 섬이다’라는 문장으로 정리했습니다. 결국 이곳은 저의 취향이 모여 만들어진 섬이지만, 오시는 분들도 모두 책을 통해 자신만의 섬을 찾을 수 있는 곳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붙인 이름입니다.

'취향들이 모인 섬이 결국 개인이다' 너무 좋은 표현이네요. 이런 서점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책방 주인이 로망이었던 것 같아요. 독립서점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많이 공감하실 것 같은데, ‘책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에 앉아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사고 마음껏 읽고 싶다!’라는 욕심이 있었어요.

동시에 그림 그리는 직업을 가졌다 보니, 내가 직접 디자인하고 만든 작품을 소개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고 느껴 이곳에 터를 잡게 되었습니다.
‘취향의 섬’을 만드실 때 특별히 신경 쓴 공간이나 인테리어가 있을까요?
마치 임팩트가 있는 소설로 들어오는 것처럼, 저희 서점으로 들어오시는 길도 기승전결이 있는 소설 같았으면 했어요.

서점인지 아닌지 아리송한 입구를 지나, 야자수가 높게 뻗은 긴 정원 길을 들어오다 보면, 왼쪽엔 귤밭과 함께 한라산이 펼쳐져 있는 공간. 그 공간 끝에 노란 조명들과 함께 진열된 책들처럼, 아리송함과 반전을 함께 느끼실 수 있으셨으면 합니다.

야외에 자리가 있지만 서점에는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작게나마 앉아서 편하게 책을 둘러보실 수 있는 공간도 계획 중입니다.

제가 방문한 제주도 서점 중 가장 멋진 뷰를 가진 서점이에요! 이런 취향의 섬의 서가에 꽂히는 책은 어떤 기준으로 가져오시나요?
제 취향을 반영한 책이 많이 들어와 있어요. 미술, 동물권에 대한 책도 쉽게 만나보실 수 있고, 여행지인 만큼 가볍게 찾아오시는 분들을 위해 에세이/수필 종류의 책도 많이 가져다 놓고 있습니다. 제주가 관광지이다 보니 평소에 책을 많이 안 읽으시는 분들도 많이 찾아오시거든요. 가벼운 마음으로 오신 분들께는 에세이 책들이 더 많이 와 닿으실 것 같아요.

책과 함께 진열된 소품들도 취향의 섬만의 색깔이 가득 묻어있는데요, 소품은 어떤 기준으로 가져오시나요?
소품도 제 눈에 예뻐 보이는 것들을 가져오고 있어요. 70% 정도는 제가 디자인한 제품들로 채워져 있고, 나머지 30% 실제로 써보거나 소장하고 싶은 물건을 선택합니다. 관광지다 보니, 다른 기념품 판매점들의 물건을 가져와 볼까 생각도 했지만, 취향의 섬답지 못한 것 같더라고요.

제가 작년에 방문했을 때도 손님 한 분이 카메라 스트랩 앞에서 30분 넘게 고민한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원래 정말 마음에 드는 것들을 발견했을 때 가장 고르기 어려운 법이잖아요.(웃음) 취향의 섬을 운영하며 언제가 가장 뿌듯하신가요?
책이랑 물건을 같이 칭찬해주실 때 가장 뿌듯한 것 같아요.

제 취향대로 들여놓은 책과 소품을 좋아해 주신다는 건 저와 비슷한 취향을 가졌다는 건데, 사실 이런 분들을 일상에서 만나기 쉽지 않잖아요. 타인의 취향을 엿봤을 때 나와 겹치는 경험이 많다는 건, 정말 행복한 경험이라 생각해요.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또 모을 수 있다는 건 정말 굉장한 매력인 것 같아요. 책방지기님에게 “취향의 섬다움"이란 어떤 것일까요?
'나'다움이 '취향의 섬'다울 수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디자인하고 선별한 소품과 책이 이 공간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서점에서 진행되는 모든 프로그램과 활동들도 결국 저로부터 나오는 일이니, '서점이 더 나다워지는 게 취향의 섬 다워지는 게 아닐까?'라는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무언갈 만들어내는 것을 사랑하기 때문에 스스로 살아있는 한 무언가를 계속 시도하고 고민할 것 같아요. 결국 그 모든 것이 이 공간에 여러 형태로 녹아들 것이기 때문에 '나다움'을 잃지 않는다면 취향의 섬을 계속 운영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취향을 담고 있는 모든 공간에 적용되는 법칙이네요! 3년 뒤 취향의 섬의 목표로 삼고 있는 지향점이 있을까요?
책 한 권 한 권은 모두 각각의 여행지인 것 같아요. 저희 서점도 궁극적으로는 서점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하나의 여행지로서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꼭 책을 많이 읽지 않더라도, 창밖으로 따뜻한 풍경이 보이고 평소에 듣지 않았던 노래와 다양한 책들을 만날 수 있는, 제주다운 또 취향의 섬다운 여행지가 아닐까요?

동시에 지역 분들과 상생할 수 있는 공간도 되고 싶어요. 자주 오시는 멋진 단골분들과 함께 공동체를 만들고 다양한 일을 시도해볼 수 있는 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좋아하는 분들께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면!
이 책은 항상 옆에 두고 자주 꺼내 읽는 책이에요.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그 일이 나를 좀먹지 않도록 현명히 일을 사랑하는 방법을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한 가지 일에 꽂히면 정말 쉼 없이 달리는 스타일이에요. 물론 큰 장점일 수 있지만, 동시에 이런 성격으로 인해 놓쳤던 것들도 분명히 있다고 느껴요. 저처럼 일 때문에 일상에 작은 것들을 쉽게 놓치는 분들이나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현명하게 지속하고 싶은 분들께 정말 추천드리는 책입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사상 펴냄
Editor
정재원
jaewon10455@flybook.kr
〔취향의 섬, 북앤띵즈〕

◦ 주소 | 제주 서귀포시 속골로 66-7 1층 취향의섬 북앤띵즈
◦ 운영시간 | 10:00-17:00 / 화, 수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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