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8
나와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공간
〔 책방 죄책감 〕
동네책방 ㅣ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동
❝
우리가 느끼는 죄책감은 대부분 자기 자신의 문제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 타인에 대한 이타적 죄책감을 이야기하는 서점이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문제를 느끼며 챙기고 있는 서점.
자기 자신에만 집중하지 않고, 주변과 이웃의 마음도 돌아볼 수 있는 세상을 바라는 죄사장 님의 책방 죄책감 이야기를 만나보자.
안녕하세요! 책방 죄책감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각자가 가진 죄책감을 책으로 한번 풀어보자’라는 취지로 만든 책방이에요.
책방을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제 책장을 둘러보는데, 차별, 양극화, 사회의 아픔에 대한 책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평소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 차별에 대한 관심이 많고, 기득권층으로 볼 수 있는 중년 남성으로서 언제나 이러한 문제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왔어요.
서점 앞에 ‘죄 많은 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있는데요, 오시는 분들과 이런 문제에 대해 책으로 소통하고 조금이나마 해소해 보고자 시작된 책방입니다.
죄책감이라는 서점의 이름이 보시는 분들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죄사장님께서 어떤 계기로 서점 이름을 결정하셨는지 궁금해요.
초반에 많은 후보들이 있었는데, “책”이라는 글자가 이름에 들어갔으면 했어요. 그 글자를 되뇌며 제 책장을 보니 죄책감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더라고요.
처음엔 농담처럼 뱉은 말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아 결국 “죄책감”으로 이름을 정했습니다.
책방 죄책감에 들어오는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일단 베스트셀러 책들은 최대한 피하고 있어요. 그런 책들은 대형 서점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으니, 동네 서점은 더 개인적이고 만나기 어려운 책들을 가져오는 게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서요.
그 이외엔 대부분 제가 재미있게 읽은 책 들이고, ‘회피’, ‘방관’, ‘외면’ 식의 키워드로 큐레이션 해놓기도 했습니다.
한창 “나는 왜 이런 책들을 많이 읽을까? 행동하지 않으면서도 왜 끊임없이 읽고 또 이런 죄책감이 드는 걸까”라는 고민을 한 적이 있어요.
이 주제로 심리 상담사분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사회적 문제를 찾고 그 문제에 책임을 느끼는 것이 저의 관심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성향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주시더라고요.
책임이나 문제점을 나 자신 혹은 개인에게서 찾거나 돌리려고 하는 성향이 있을 수 있다는 대답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항상 가지고 있던 고민의 많은 부분이 이해되었어요.
그래서 책장에도 제가 관심 있는 사회 문제에 대한 책들과, 최근에 읽기 시작한 심리에 대한 책들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꽂혀있는 책도 인상 깊지만, 한옥다우면서도 탁 트인 공간도 공을 많이 들이신 것 같아요. 어떤 점을 가장 많이 고려하셨나요?
통창, 서까래, 조명 세 가지 정도일 것 같아요. 처음엔 문 쪽 벽이 가벽으로 막혀있었는데, 같이 작업한 목수 친구 조언으로 뜯고 나니 서점이 굉장히 넓어 보이더라고요.
천장도 마찬가지로 서까래 부분이 모두 막혀있어 층고가 굉장히 낮았어요. 이 부분도 친구의 도움으로 서까래를 노출시키며 한옥 같은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그리고 서점을 준비하기 전엔 조명의 중요성을 잘 몰랐습니다. 처음에 모두 하얀 빛의 조명을 설치했는데, 아내가 보더니 핸드폰 매장이냐며 웃더라고요.(웃음)
그때야 조명의 힘(?)을 깨닫고 어울리는 등을 찾아 따뜻한 공간을 완성시켰습니다.
인테리어 업체 도움 없이 정말 한 땀 한 땀 정성이 들어가 있는 공간이네요! 혹시 서점을 준비하시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물론 인테리어나 낯선 세금 문제 등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있지만, 처음엔 “오시는 분들이 마음에 안 들어 하면 어쩌지?”라는 불안이 참 컸던 것 같아요.
첫 6개월은 인스타그램 글 하나 올리는 데도 너무 고민되고 아무도 안 오시면 어떡하지? 혹은 오셨는데 만족스럽지 못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겹쳐서 손님이 오셔도, 안 오셔도 좌불안석이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웃음)
그렇죠, 언제나 처음 시작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럼 혹시 그런 부담감을 내려놓는 계기가 있었을까요?
올해 [그냥, 사람]이라는 책을 쓰신 홍은전님과 함께 4회차 강의를 기획해 진행했어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작가님이라 출판사를 통해 연락을 드렸고, 오시는 분들에 집중하기보단 내가 듣고 싶은 강의를 기획하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신청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아 우리 서점의 메시지에 정말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있구나”를 느낀 후에 많이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사진출처 | 책방죄책감 인스타그램
애정 하는 작가님이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일 것 같아요! 이 외에도 책방에서 기획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아내와 함께 그림책 쓰는 수업을 기획했는데, 생각보다 금방 마감이 돼서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그림책 수업은 참가자분들의 연락이 계속 있어, 기회가 되면 다시 진행하고 싶은 수업입니다.
또 동네 서점의 특성을 살려 지역 주민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구상 중입니다.
오랫동안 가져가고 싶은 책방 죄책감만의 정체성이 있을까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책과 모임으로 서점을 채워나가고 싶어요. 현대 사회에선 시선이 항상 자신에게 향해있잖아요.
돈, 주식, 부동산 열풍이 부는 것도 남들보다 더 잘 살고 싶고,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욕구에서 나오는 것 같아서, 저희 서점만큼은 “나”의 삶보다 더 넓은 시선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책방을 나오며 마이아 에켈뢰브의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라는 청소 노동자의 책을 골라 나왔다.
사회 취약계층 혹은 인권에 대한 책은 대형서점에서는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곳에서는 타인과 나, 그리고 우리를 이야기하는 책이 가득했다.
책방 죄책감 책방지기 죄사장님의 이야기처럼 책을 고를 때도 항상 “나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 무엇일까?”라는 기준으로 책장 앞에 섰다면, 이곳은 우리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서점인 것 같다.
대형 서점에서는 만나기 힘든 ‘우리’에 대한 책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곳을 찾아보길 바란다.
Editor
정재원
jaewon10455@flybook.kr
책방 죄책감
죄사장님이 추천하는
한 권의 책
그냥, 사람
홍은전 지음 | 봄날의책 펴냄
앞서 말씀드린 홍은전님의 [그냥, 사람]이라는 책을 추천드려요. 12년간 장애인 인권 운동 단체에 있다가 사회에 나와보니, 그동안 사회에 끊임없이 외쳤다 생각했던 목소리들이 막상 닿기는커녕 들리지도 않았겠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사회의 목소리들을 남겨야겠다는 마음으로 기록 활동가로 책을 쓰시고 있는 분이에요.
틀림없이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 어쩌면 지워진 사람들을 활자로 끌어내고 기록하며 독자들에게 끊임없는 질문들 던지는 책이며, 많은 분이 함께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에요.
〔책방 죄책감〕
◦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47길 8 2층
◦ 운영시간 | 화수목 1-6시, 금 3-8시, 토 12-4시 (일,월,공휴일 휴무)
책방 인스타그램
책방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