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마당에서 만나는 색다른 즐거움




VOL.43
한옥 마당에서 만나는 색다른 즐거움
마당책방

동네책방 ㅣ 서울 종로구 숭인동

책방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되지 않는 종로의 가죽 거리 골목, 소담하고 아름다운 한옥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책이 가득한 마당 책방을 만날 수 있다. 마당에서 열리는 책방인 만큼 날씨에 따라 열고 닫음이 달라지는 독특한 운영방식을 가진 이곳은 사각 마당이 하늘을 향해 만들어낸 창으로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소박하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마당 책방, 이곳의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마당책방>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마당책방은 ‘대한피혁’이라는 피혁점 창고 마당에서 운영되는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입니다. 책방이 야외에 일부 노출되어 있고, 천장은 투명하기 때문에 책방은 날씨와 계절과 함께 움직여요. 비가 올 때는 빗소리와 함께, 눈이 오면 하얗게 덮이는 천장과 함께 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덥거나 추운 날, 혹은 비가 너무 많이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책을 진열하기 어려워 날씨에 따라 운영 여부가 결정되기도 하는 독특한 책방입니다.

<마당책방>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말 그대로 ‘마당에서 운영되는 책방’이라는 뜻입니다. 마당에서 운영된다는 게 저희 책방의 가장 큰 특색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한 번에 기억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마당’책방이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마당이라는 단어도 예뻐서 참 마음에 들어요.

이야기하신 것 처럼 한옥 마당에서 운영되는 서점이라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데요. 마당책방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사실 피혁점 창고를 운영하시는 분이 저희 아버지세요. 아버지가 새로 창고를 운영하시게 되었는데, 마당이 죽은 공간으로 남게 된 상황이었어요. 독립출판물로 가득한 책방을 운영하는 게 제 꿈이었어서 ‘나중에 여기서 책방 운영해도 재밌겠다.’라고 가볍게 말씀을 드렸는데 아버지가 흔쾌히 지금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한 달 만에 준비해서 책방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책방의 시작이 정말 멋지네요! 마당책방은 한옥 마당이라는 공간적 특성 때문에 날씨와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라는 느낌이 드는데요. 공간을 만드실 때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으셨나요?
마당책방이라는 공간을 꾸릴 때는 최대한 한옥의 고즈넉한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지금 창호지가 붙어있는 창과 시집 코너에 광목천이 쳐진 부분이 원래는 빨간 내열지가 끼워져있는 깨진 유리창이었어요. 바닥도 시멘트 바닥이었고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 벽면 색도 쨍한 연두색이었고요. 이런 부분들을 갈색이나 아이보리 톤으로 맞추고 가구들도 원목 가구들을 들여서 최대한 한옥의 느낌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신경을 썼어요.

이야기하신 것처럼 포장재 등 책방에서 쓰이는 물품들에도 한옥과 어울리는 것들로 세심하게 신경을 쓰신 것 같아요.
마당에서 운영이 되는 책방이기에 책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작가님들께 판매용 책들은 포장을 부탁드리고 있어요.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에 항상 죄책감과 아쉬움이 있었죠. 그래서 손님들께 책을 담아드리는 봉투나 선물포장 같은 경우는 최대한 환경을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봉투는 생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비닐봉지를 사용하고 있고 선물 포장은 책방 유리창에 붙이고 남은 창호지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작은 부분이지만 환경을 생각하시는 부분이 인상 깊네요. 그렇다면 이렇게 환경을 생각한 포장지 안에는 어떤 책들이 담기나요? <마당책방>의 서가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저희 책방은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이기 때문에 최대한 독립출판물만을 입고를 받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잘 알려진 책들이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시는 손님들도 계시지만 한 번도 보지 못한 책을 발견해 좋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 뿌듯해요. 예전에는 제가 읽고 싶은 책들만 입고 받았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책방에 있는 책들의 분위기가 너무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요즘에는 책방 손님들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손님들의 취향을 함께 반영해 책을 입고 받고 있습니다.

책방 손님들과 소통하고 취향을 반영한다는 점이 의미 있게 다가오네요. 그렇다면 그렇게 서점에 입고된 책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사사이안 작가님의 '다시 오지 않을 밤과 바람'이라는 책입니다. 책방의 첫 봄, 따뜻한 볕이 시집 코너에 들던 어느 토요일. 반듯한 재킷에 예쁜 체크무늬 중절모를 쓰신 할아버지께서 책방에 들러 주셨어요. 책방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시집 코너부터 책방의 끝에 위치한 그림책 코너까지 책을 한 권 한 권 정성스럽게 음미하시는 그 모습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답니다. 그렇게 오래 책방에 머무시다가 골라가신 책이 바로 ‘다시 오지 않을 밤과 바람’입니다. 할아버지의 중절모를 닮은 따듯하고 잔잔한 책이에요.

책을 음미하시는 모습을 상상하니 저까지 마음이 따스해져요. 마당책방은 입지가 입지인 만큼 다양한 연령대가 찾을 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 서점에는 주로 어떤 손님들이 오시나요?
책방이 동묘시장과 가깝기 때문에 책방에 들러주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굉장히 다양해요. 부모님 손잡고 오는 아이 손님, 외국인 손님, 젊은 커플, 나이가 지긋한 손님, 선선한 날이면 지붕 위로 들어오시는 고양이 손님들까지, 정말 다양한 손님들을 만날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동묘가 어르신들의 아울렛이라 불리는 만큼 책방 손님들 중에 연세가 있으신 분들의 비율이 꽤 높아요.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독립출판물에 대해 전혀 모르셨던 어르신들이 독립출판물을 알고, 또 자신만의 책을 만나 사 가실 때예요. 앞서 얘기했듯이 책방 손님들 중에 연세가 있으신 분들의 비율이 높은데요. 저희 책방에 오셔서 독립출판물을 처음 알게 되고, 독립출판물의 매력에 빠져 책방을 종종 찾아주시는 모습을 볼 때면 이곳에 책방을 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당 한편에 전시공간이 마련되어 있던데, 전시회도 계속해서 열고 계신 건가요? 더불어<마당책방> 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나 행사 등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마당책방 한편에서는 사진전이 꾸준히 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작가님과 협업해 출간 기념으로 작은 행사를 진행하는데요, 이번을 기점으로 책방이 독립예술작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당책방>은 참 개성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있지만, 모든 것이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책방 지기님이 생각하시는 ‘마당책방’다움은 어떤 걸 의미할까요?
‘마당책방’ 다움은 아무래도 자연스러움인 것 같아요. 저희 책방만큼 계절과 날씨를 이렇게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책방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약간의 수고로움은 따르지만 계절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날씨와 함께 움직이는 공간 안에서 한 사람의 가장 솔직한 이야기들을 펼쳐볼 수 있다는 게 저희 책방의 가장 큰 장점이자 차별점인 것 같아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마당책방’은 어떤 책방이 되고 싶으신가요?
한옥 마당을 보고 있자면 그 오랜 세월을 겪고도 어떻게 이렇게 묵묵하고 멋스럽게 낡아갔을까 싶어요. 이런 한옥의 모습을 닮은 책방이 되고 싶어요. 책방도 이렇게 계절 안에서, 날씨 안에서 자연스럽고 천천히 잠잠하게 흘러가고 있겠습니다. 어느 좋은 날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을 책방에서 만날 수 있길 바라면서요.


작은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본인의 색깔을 담아내고 있는 마당책방, 다양한 세대와 사람들이 오가는 이곳, 하늘이 높아지고 기분좋은 바람이 부는 어느 가을날에 꼭 한번 찾아보고 싶은 곳이다. 언젠가 날 좋은 날 당신도 이곳의 정겨움과 소담한 즐거움을 느껴보길 바란다.
Editor
황수빈
imbluebird@flybook.kr

책방지기의
추천 책
쥐꼬랑지
김윤희 지음 | 독립출판
제가 추천드리고 싶은 책은 김윤희 작가님의 '쥐꼬랑지'예요. 뜨개질을 좋아하는 한 소녀와 마법을 가진 생쥐의 우정 이야기를 담은 소설책입니다. 우선 보기만 해도 마음 따스워지는 표지에 반하고, 귀엽고 몽글한 이야기에 한 번 더 반하실 거예요. 소복이 쌓인 부드럽고 하얀 눈 위해 폭 누워버렸을 때 느껴지는 포근함 있잖아요. 그 느낌을 선물해 주는 책입니다. 불친절한 무채색의 세상 속에서 안온한 마음을 다시 느끼길 원하신다면 김윤희 작가님의 ‘쥐꼬랑지’를 추천드립니다.
〔마당책방〕

◦ 서울특별시 종로구 난계로27길 30-7
◦ 인스타그램 | @ma_dangbooks
◦ 운영시간 | 목,금 : 1시 ~ 5시 / 토 : 1시 ~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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