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어보니 우리는 스스로 선량한 시민일 뿐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 바로 나 같은 사람이 선량한 차별주의자였다.
흔히 쓰는 결정장애란 용어도 차별의 언어였고 인종을 소재로 한 개그 속에도 상대를 비하하는 편견이 들어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과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현대판 노예제란 것도 알게 되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모르고 한 차별에 대해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 몰랐다, 네가 예민하다는 방어보다는 더 잘 알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했는데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성찰의 계기로 삼자고.
많은 이들이 세상의 차별에 대해 인식하고 그래서 사람들의 관점과 시선이 조금씩 바뀌어 간다면, 그렇게 그렇게 소외된 자도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세상,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에서 소신껏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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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의 단편 중 '벚꽃새해'와 표제작인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문학이 사랑한 꽃들>을 통해 알게 되었고, 올 봄에는 이 두 편만 골라 읽었다. 대부분의 소설은 책을 덮으면 그냥 잊혀지는데 이 두 소설은 또 다시 읽고 싶어 펼치면서 이번엔 수록된 11편을 모두 읽었다.
'벚꽃새해'는 황학동 노인의 사연과 아유타야의 불상머리 이야기가 액자처럼 담겨있고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주인공의 이모가 들려주는 러브스토리가 액자처럼 담겨있다.
'일기예보의 기법'은 주인공이 들려주는 일기예보관인 동생의 이야기이고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것'은 한 소설가가 들려주는 암병동에서 만난 노인의 과거 소설인 ' 24번 어금니로 남은 사랑'과 그에 얽힌 못다한 이야기로 소설들 대부분이 흥미진진했다.
나는 이 책에 실린 11편 중 표제작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이 가장 좋았다. 빗소리를 어떻게 음계로 표현했는지 소설가이자 시인이기에 이런 아름다운 제목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주인공의 이모가 서귀포로 사랑의 도주를 하여 3개월 남짓 살았던 집이 함석지붕 집이었고. 그 집의 빗소리가 사월에는 '미' 정도였는데 점점 높아지더니 칠월에는 '솔' 정도까지 올라가더라는 이모의 말에서 따 온 제목이다. 피아노로 음계를 치면 사월에는 '미', 오월에는 '파', 유월에는 '파#' 칠월에는 '솔', 딱 맞아 떨어진다. 그냥 '도레미파솔라'만 생각했다면 '사월의 미 유월의 솔'이라 했거나 '오월의 미 칠월의 솔'이라고 했겠지만, 김연수 작가님은 유월에 '파#'을 생각한 것 같다.
바이올린 제작자의 이야기를 담은 ' 인구가 나다'라는 소설만 보더라도 작가님은 음악 쪽에도 꽤 조예가 깊으신 듯하다.
올해 읽은 김연수 작가님 책이 4권인데 그 중에 한 권을 꼽으라면 나는 이 책이다.
옛 기억을 통해 각자의 과거를 되짚어 보게 되는 이야기들, 그들이 품고 있던 사랑과 삶의 가치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었고 때론 추리소설적인 부분이 곁들어 있어 재미도 있다. 각 소설마다 아프거나 죽은 이가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슬프지도 않다. 무엇보다 11편의 이야기 소재가 다채로워서 더 좋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지음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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