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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로셀라 포스토리노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은 병사들처럼 나치나 히틀러의 작전에 뛰어들어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이 아니라 그냥 그들이 시키는 대로 선과 악의 개념 없이 오직 살아남기 위해 히틀러의 음식을 먹어야 했던 그녀들의 참혹한 실상을 폭로한 역사소설입니다.
실제로 이 소설은 히틀러의 음식을 시식했던 실존 인물이자 유일한 생존자 마고 뵐크(Margot Wolk)의 인터뷰를 계기로 쓰인 책으로, 전쟁이 끝난 후 유일한 생존자인 그녀는 평화를 얻지도 못했으며 같이 히틀러의 음식을 시식했던 여자들은 모두 처형당했다고 합니다.
히틀러가 시킨 일을 하면 음식을 먹다 죽어야 했고, 살기 위해 히틀러를 위해 추종해도 후일 나치 추종자란 명목으로 죽어야만 했던 그들의 삶.
히틀러에 반대하면 그들은 역시 죽음을 면치 못했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순적인 삶이 스스로 자신의 생존을 결정할 수 없는 평범한 그녀들에게 무슨 잣대로 우리 사회는 평가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한나 아렌트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대해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했듯이 그녀들 역시 단지 살기 위해 시키는 일을 했고 살기 위해 기도했을 뿐인데 평범한 인간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모순적이어야만 할까요.
'악의 평범성'은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 Holocaust)은 광신도나 반사회적 성격장애자가 아닌 상부의 명령에 순응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었음을 말하는 개념입니다. 악의 평범성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비록 잘못된 지시인 줄 알면서 상사의 명령에 복종하고 이행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일련의 일들이 소극적 악의 평범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비단 아이히만이나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뿐만 아니라 반인륜적 지시에 순응하지 않으면 안 될 수많은 사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인 우리도 실제로 그런 환경에 처한다면 도덕적 윤리를 거스러고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머니는 음식을 먹는 행위를 죽음에 대항하는 것이라 말했다. 히틀러를 위해 일하고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 모든 독일인의 의무가 되었지만 어머니는 내가 히틀러를 위해 아무도 모르는 죽음, 영웅이 아니라 개 같은 죽음을 당하게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차피 여자에게는 어떤 영웅적인 죽음도 허락될리 없으니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삶의 모순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그들을 바라보아야 할 것인지 진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힘없이 일상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조차 죄가 되는 이 시대에 인간의 존엄은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 것인지, 악을 규정하는 범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지 그것은 오로지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숙제가 될 것입니다.
따뜻한 남쪽나라 통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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