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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창의성을 핑계로 진리 없이 이리저리 튀는 것만 추구하는 예술산업에 대해 고찰하는 것으로 책이 시작된다. 이 아젠다는 ‘그리스도인은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에서도 제기했던 거대담론이 아닌 소확행만 추구하는 이 시대에 대한 비판과 비슷한 결이었다. 이렇게 매우 흥미롭게 읽기 시작했는데 음악, 미술, 미디어 등을 아우르는 예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는 사실 심미안과 미학적 지식을 키우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단지 AI와 구별되기 위한 목적이 컸다. 그런데 이 책에서 예술은 관점에 대한 차이,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삶의 중요한 방식으로 예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 예술은 돈이 안된다는 일차원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인류역사와 함께 예술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는 그만큼의 중대한 쓸모가 있기 때문이란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이데아를 모방할 뿐인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예술을 폄하한다. 사실 나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저자는 고흐가 그린 침대가 실제 침대에 비해 잠자리를 제공하는 목적의 침대의 이데아로서는 가치가 없지만 우리가 매일 누워 자는 침대보다 더 큰 가치가 있음을 설파한다.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되었지만 제2차세계대전 이후 음악사에 나타난 무조음악과 피카소의 ‘게르니카’라는 작품을 보면서 약간 이해할 수 있었다. 두 예술은 전쟁의 참혹함에 비친 두 그림자인데 우리 모두에게 전쟁의 이데아를 전달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예술이라는 행위-현실을 재조명할 수 있는 여유로운 관점을 항상 보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라이북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는데 참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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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님의 인생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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