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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문학동네 펴냄

🖋 연애 혹은 사랑에 대한 완벽한 정의를 담은 책. 이책을 읽고 나서야 왜 새로운 사랑을 할 수록 예전과 같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꼭 읽어야 할 책!

🔖 하지만 사랑이 끝나면 이 모든 가능성이 사라진다. 사랑의 종말이 죽음으로 비교되는 까닭은 그 때문이다. 사랑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원래의 자신으로 되돌아가는데, 그러면서 무한히 확정됐던 '나'는 죽어버린다. 진우의 말처럼 한번 끝이 난 사랑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죽음은 비가역적인 과정이다. 사랑의 종말도그와 마찬가지다. 확장이 끝난 뒤에는 수축이 이어지게 된다. 사랑이 끝나게 되면 우주 전체를 품을 수 있을 만큼 확장됐던 '나'는 원래의 협소한 '나'로 수축된다. 실연이란 그 크나큰 '나'를 잃어버린 상실감이기도 하다.

🔖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사랑이라는 관계에서 혼자서 빠져나올 때마다 뭔가를 빼놓고 나온다는 점이었다. 그리하여 사랑의 되풀이 될수록 그 관계 속으로 밀어 넣을 만한 게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쯤이면 누구나 자신이 누구인지 더 이상 헷갈리지 않게 되는데, 그건 이제 불타는 사랑이란 자신보다 더 어린 사람들의 몫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나이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 소진되기 때문에 더 이상 사랑에 소진될 수 없을 때, 우리는 사랑외에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래서 인류는 실연의 상처로 멸망하지 않고 여기까지 그럭저럭 굴러온 셈이다.

🔖 꽃에는 입술이 없지만 자신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사랑에는 혀가 없지만 네가 누구인지 먼저 알아내라고 종용한다. 사랑을 통해 우리는 저마다 위대한 개인으로 자란다. 거울에 비친 그 위대한 개인을 사랑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을 향해 단호한 어조로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지구에서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냐는 미항공우주국의 업무지만, 우리가 얼마나 깊이 사랑할 수 있느냐는 스스로 대답할 문제다. 그건 우리가 얼마나 자신에 대해 깊이 알고 있느냐, 우리가 얼마나 자신을 깊이 사랑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사랑은 우리의 평생 교육 기간이다. 주민등록번호를 통에 성인 인증을 거쳐야만 입학할 수 있는 성인들의 학교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낼 때까지 우리는 계속 낙제할 수밖에 없다. 죽는 순간까지도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지 못할 테니, 결국 우리가 그 학교에서 졸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2020년 9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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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니멀 라이프에 관련된 책들의 대부분이 있는 것에서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것이라면, 이 경우는 반대로 간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1일 1개씩만 갖을 수 있다. 진정 필요한 것만 갖을 것 같은데 이 필요가 꼭 실용적인것만은 아니라는 거다. 사람에게 이용의 쓸모도 필요하지만, 감정의 도닥임이 더 필요할 수 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주변에 가득찬 물건들을 하나 둘 둘러보게 된다.

🔖지금까지 소지품 하나하나를 '이건 이래서 얻었고 좋은 점은•••' 하는 식으로 애착을 품은 적이 있었던가. 8개나 있던 국자 전부에 그런 감정을 품었을 리 없다. 아니, 소중한 물건일수록 찬장 깊숙히 숨겨놓았다. 그렇게 망가져도 상관없는 호감도 60점짜리 물건을 꾸역꾸역 다루며 살아왔다.

🔖최근 나는 시간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흐르는 시간과 만지는 시간. 지금 시간이 그냥 막 흘러가면 안 되니까 저쪽 시간으로 이동하자. 이렇게 시간의 프레임을 오가는 일상형 타임 트래블러가 되었다. 시간의 총량은 개인의 몫이다.

🔖90%는 안 쓰는 물건이었다?
삶이 100개의 물건으로 충분히 채워진다고 생각하자 오싹해졌다. 지금까지 집에 있던 물건의 90퍼센트 이상이 100일간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아서였다. 가지고 있는 물건 대부분이 거의 쓰지 않는 물건이었다. 쓰지 않는 것이 곧 필요 없는 물건은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쓰지 않는 물건을 둘러싸여 잠에서 깨고 밥을 먹고 또 자는 삶을 살고 있었다. 인간은 참 재미있는 동물이다. 합리성이고 뭐고 전혀 없다. 필요 없는데도 가지고 있는 추억의 물건, 혹시나 싶어 절대 놓지 않는 희망의 상징. 비버가 나뭇가지를 모아 강 상류에 바지런히 집을 짓는 것처럼 인간은 어떤 기억이나 가능성을 모아놓고 산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어쩐지 조금 귀엽다.
- 물건의 90%는 버려도 문제없다.

#사는데_꼭_필요한_101가지_물건
#후지오카_미나미
#2024년9월읽음

사는 데 꼭 필요한 101가지 물건

후지오카 미나미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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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imeunjung

✏️ 저자가 고양이 수의사로 유명해서 단순히 고양이에 관련된 책으로 알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고양이 치료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현재 수의사로서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힘든 점 그리고 동물에 대한 생각, 수의학과에 입학하여 어떤 수업과 과정을 거쳐 수의사가 되는지도 대략이나마 알 수 있었다. 현재 동물에 대한 위치 아이들을 진료하면서 힘든 내용을 말할때는, 임보를 하다 막내를 입양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느끼는 감정과 매우 비슷하여 공감하게 되었다. 나에겐 가족인데 아직 법적인 위치가 물건이라는게 너무 마음 아프다.

🔖사람의 경우 치료의 목적의 병원비는 부가세도 면제된다. 그러나 동물병원은 면세 업종이 아니다. 가슴 아프지만 동물의 법적 지위가 '물건'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동물을 치료하는 동물병원은 일반 개인 사업자이다. 따라서 가뜩이나 비싼 진료비에 부가세가 10% 추가되기 때문에 보호자들의 체감 지불 금액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수의사는 오늘도 짝사랑 중, p. 151 ~ p. 152

🔖멀리서 보면 귀여운 동물들에 둘러싸여 '덕업일치'를 이룰 수 있는 직업인 것 같지만 조금 가까이서 보면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도 많은 체력이 필요한 직업이 수의사이다. 만약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좋은 수의사가 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동물을 사랑하지 않으면 매일의 일과를 버티기 힘든 그런 직업. 필연적으로 이별이 예정되어 있는 직업. 항상 스스로를 향상하면서, 힘들어하는 보호자를 다독이고 필요하다면 설득을 해서라도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는 직업. 하지만 생사를 오가던 흐릿한 눈동자가 이내 또렷하게 나를 바라보며 눈인사를 건네는 순간에 그 모든 힘듦이 눈 녹듯 사라지는 직업. 보호자와 함께 울고 웃으며 생명을 지켜내는 직업. 내가 정말 사랑하는 나의 직업이다.
- 수의사는 오늘도 짝사랑 중, p. 161 ~ p. 162

# 수의사는_오늘도_짝사랑 중
# 김명철
#2024_09

수의사는 오늘도 짝사랑 중

김명철 지음
김영사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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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imeunjung

🖊 성당에서 이달의 책으로 읽게 된 책.
인생에 대해 이것 저것 조언해 주며 인생의 가치가 물질적인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씀.
신부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노골적이잖아요!!!

🔖엄지와 검지로 가루를 약간 집어 다른 손 에 흘러내리게 하면서 남자는 문득 깨달았다. 지금껏 인생에서 무엇을 잘못해왔는지. 항상 편해 보이는 방향만 골랐다. 다른 사람이 세운 이정표만 따라가며 다른 이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길만 걸었다. 그리고 최악의 사실은 지금껏 그런 삶의 태도를 단 한 번도 바로잡지 않았다는 것이다. 길을 잘못 접어든 것이 분명해도 계속 같은 방향으로 걷기만 했다. 아무런 목표도 없이 몇 날 며칠을 허송하며 그저 언젠가는 모든 것이 저절로 좋은 쪽으로 풀리겠지 하는 허튼 기대에만 매달렸다. 다른 관점은 한사코 외면하면서 기존의 것에만 매달렸다. 용기를 내어 방향을 바꿀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고 잘못 된 것에만 충실해왔다. 그래서 그의 인생은 미로 안에서 헤매며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렇지만 습관은 소중하기도 하다오. 자연은 우리가 인생을 살며 나쁜 일을 견뎌내라고 습관을 만들어준 게 아닐까 싶소. 아픔이 처음과 똑같은 강도로 계속된다고 생각해보시오. 그걸 견뎌낼 인간은 없다오."

🔖질투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어서 너에게 조금도 도움이 안 된단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보며 그리는 그림은 결코 완벽할 수 없어. 이게 바로 다른 사람과 비교 할 필요가 없는 이유야. 인생에서 허락되는 유일한 비교는 오로지 지금의 너와 앞으로 되고 싶은 너 사이의 비교일 뿐이야. 질투한다고 해서 부러운 상대에게 해를 입힐 수는 없어. 너만 다칠 뿐이야.

🔖'그거 봐요. 여보,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오. 그냥 사실에만 충실해요. 그 어떤 해석도 하지 말고 우리는 인생의 작은 부분만 볼 뿐, 앞으로 무엇이 될지 전체를 전혀 알지 못해요.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사실은 인생의 길이 무한하다는 거요. 어떤 길이 막히면 다른 길이 열리게 마련이지.'

🔖아마도 내 인생이 완전히 기회를 잃은 것은 아니리라. 간절히 찾아왔던 것을 마침내 발견할 방법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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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바꾸면 현실도 바뀐다. 분명 자신의 세상도 바뀌리라.

🔖실제로는 전경(景)도 배경(背景)도 없다. 우리는 뭔가 의미 있어 보이는 것을 전경에 가져다놓고, 이 시점에서 무의미해 보이는 다른 모든 것은 배경으로 내몰지. 의미란 본래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평가가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평가는 관찰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비교는 사물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알아보지 못하게 방해할 뿐이다. 비교와 평가를 하면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 우리의 평가와 상관없이 세상 모든 것은 그만의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낫을 필요 이상으로 날카롭게 한다고 해서 그 날카로움이 더 오래 유지되는 건 아니오. 그저 쇠나 빨리 닳게 할 뿐이고, 오히려 손을 벨 위험만 더 커진다오."

🔖“인생에서 가지고 싶은 순간과 사람을 주의 깊게 고르자. 무엇이 누가 네 소중한 인생 시간의 일부를 함께 나눌 만한 가치를 가지는지 충분히 숙고하자. 헛된 일에 시간을 쓰는 것은 낭비일 뿐이다. 누군가에게 시간을 바친다는 것은 네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이다. 지나치게 시간을 쓰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자. 큰 소리로 모든 것을 두고 불평이나 일삼는 공격적인 사람은 피하자. 그런 사람은 고통만 줄 뿐이다. 이들의 공격적인 독은 피할 수 없이 너에게 전해져 영혼의 평화를 무너뜨린다. 이들은 내면의 평정과 여유로움의 적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주기적으로 거리를 두고 시험하자."

#봄을찾아떠난남자
#클라라_마리아_바구스
#2024년8월읽음

봄을 찾아 떠난 남자

클라라 마리아 바구스 지음
청미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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