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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창비 펴냄

어쩌면 기억이란 매번 말과 시간을 통과할 때마다 살금살금 움직이고 자리를 바꾸도록 구성되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 ‘이모’, 권여선


술에 취해서 그랬어요. 누나는 나쁜 사람이 될 능력이 없는 사람이야, 하고. 꼭 착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악에 대해서 무능한 사람이야, 하고. - ‘카메라’, 권여선


“이를테면 과거라는 건 말입니다.” //...// “무서운 타자이고 이방인입니다. 과거는 말입니다, 어떻게 해도 수정이 안되는 끔찍한 오탈자, 씻을 수 없는 얼룩, 아무리 발버둥쳐도 제거할 수 없는 요지부동의 이물질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기억이 그렇게 엄청난 융통성을 발휘하도록 진화했는지 모릅니다. 부동의 과거를 조금이라도 유동적이게 만들 수 있도록, 육중한 과거를 흔들바위처럼 이리저리 기우뚱기우뚱 흔들 수 있도록, 이것과 저것을 뒤섞거나 숨기거나 심지어 무화시킬 수 있도록, 그렇게 우리의 기억은 정확성과는 어긋난 방향으로, 그렇다고 완전한 부정확성은 아닌 방향으로 기괴하게 진화해온 것일 수 있어요.” - ‘역광’, 권여선


꼼장어 토막에서 밀려나오는 투명하고 길쭉한 내장들처럼, 남자들 속에 숨어 있다 슬금슬금 비어져나오는 왜소하고 더러운 내면의 고추들을,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보아왔고 아마 오래도록 보게 될 것이었다. - ‘층’, 권여선
2020년 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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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2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 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 것도 아니요
3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
4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5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6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7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8 사랑은 언제까지나 떨어지지 아니하되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
9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하니
10 온전한 것이 올 때에는 부분적으로 하던 것이 폐하리라
11 내가 어렸을 때에는 말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깨닫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고 생각하는 것이 어린 아이와 같다가 장성한 사람이 되어서는 어린 아이의 일을 버렸노라
12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13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 1 Corinthians 13


말은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찬미할 수만 있을 뿐 재현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고통스럽게 느꼈다. -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 p. 285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토마스 만 지음
열린책들 펴냄

읽고있어요
2023년 6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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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모두 이렇게 은밀한 일을 벌이며 살아가는 것일까? 그래서 갑자기 죽어 버리면 그런 비밀이 전부 까발려져 마치 살아있던 것 자체가 커다란 음모였던 양 보이게 되는 걸까. - ‘음모’ - p. 171

인내상자

미야베 미유키 지음
북스피어 펴냄

2023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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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은 단지 말들을 떠돌게 하고 싶었다. 대단한 예술 작품, 베스트셀러, 히트작, 영원불멸의 클래식 따위를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 어떤 생각, 아이디어, 논평, 꿈, 일상, 작은 이야기, 소소한 논쟁들이 우리 주변을 맴돌며 하루하루를 즐겁고 슬프게 스치고 사라졌으면 했다. - p. 71


세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선 약속과 의무라는 규약 너머의 행동이 필요하다. 이것을 폭력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폭력과 파괴, 선택과 충돌이 필연적이라는 생각을 극복할 수 있을까. - p. 115

…스크롤!

정지돈 (지은이) 지음
민음사 펴냄

2023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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