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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권여선
레몬은 어느 한 평범한 인간이 현실 속 수많은 불평등 속에서 벙어리처럼 불완전한 삶을 살다 결국 희미하게 죽어나는 한 남자와 그 고교시절 비극의 삶을 그린 가슴 아픈 청춘 소설입니다.
2002년 여름, 열아홉 살이던 해언이 공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되고,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17년의 세월이 흐른 뒤 당시 사건의 용의자였던 고교 동급생 한만우를 형사가 취조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됩니다.
이 이야기의 중심은 살인사건에 의한 미스터리 추리가 아니라 언니의 죽음 이후 삶의 숨겨진 진실과 청소년기 각 등장인물의 심리묘사가 잘 반영된 작품 같습니다. 슬픈 사건의 마음속 상처를 안고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들이 삶을 살아가는 이유와 삶 속에 가족의 끈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깊은 고뇌를 담고 작가는 이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드디어 오랫동안 열리지 않던 문이 열리고 노란빛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듯했다. 노란 천사의 복수가 시작되었다. 레몬, 이라고 나는 의미 없이 중얼거렸다. 복수의 주문처럼 레몬, 레몬, 레몬이라고"
열일곱 살 6월까지도 나는 내가 이런 삶을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이런 삶을 원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살고 있으니, 이 삶에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하지만, 내가 이 삶을 원한 적은 없지만 그러나, 선택한 적도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p.35
나는 궁금하다. 우리 삶에는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걸까. 아무리 찾으려 해도, 지어내려 해도, 없는 건 없는 걸까. 그저 한만 남기는 세상인가. 혹시라도 살아 있다는 것, 희열과 공포가 교차하고 평온과 위험이 뒤섞이는 생명 속에 있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의미일 수는 없을까. --- p.198
한 여학생의 죽음과 더불어 등장인물의 각기 다른 생각과 언니의 죽음으로 꼬여버린 피해자 가족의 삶 등을 과하지 않게 담담하게 세월의 흐름 따라 구성한 작가의 절제된 표현력이 더 정제된 느낌을 받게 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삶의 갈피 갈피엔 언제나 불행이 가득하지만, 살아 있는 한 삶은 계속된다는 것,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웃을 수 있고 기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슬퍼도 배는 고픈 것처럼....
따뜻한 남쪽나라 통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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