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북 앱으로 보기
+ 팔로우
마치 세계관 속 인물처럼 용의 입김처럼 안개 속을 헤매다 안개가 걷히며 의미를 깨닫게 되는 글.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인간의 삶 속에서 망각의 의미를 헤집는다.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은 망각으로 인한 전쟁과 사랑이다. 망각으로 인해 증오를 지우고 살아가는 삶이 옳은 것인가, 과거를 상기하여 증오의 연쇄를 지속시킬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질문은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젖어들어 독자들이 서서히 의미를 깨닫고 고민하게끔 만든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우리를 기억해줘. 네가 아직 소년이었을 때 느꼈던 이 우정과 우리를 기억해줘.” 모든 인류에게 평화를 선사하던 파묻힌 거인이 깨어나고, 늙은 남자는 '연대'의 한 마디를 건넨다. 증오의 연쇄를 희미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것 마냥...
망각의 평화와 증오를 저울질할 새도 없이 뱃사공이 등장하여 사랑의 무게를 잰다. 안개가 걷히더라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가, 모든 행복과 불행을 끌어안은 채 사랑할 수 있는가에 늙은 남자는 뒤돌아보지 않고 물가를 떠난다. 마치 자신이 부인에게 했던 말처럼 망각으로 인해 서로를 더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작가가 담고자했던 의미가 이야기 전개에 따라 잔잔히 깔려있다, 후반부에 가서야 눈 앞에 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책을 놓는 순간 사색에 잠기게 되는 시간도 즐거웠다. 읽으면서 인간의 망각으로 인한 행복은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연상케하였다.
독자를 몇 번이고 사색에 잠기게 하는 책은 최고로 즐겁다!
2
GAEGOOL님의 인생책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