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지금 나의 상황은 상당히 복잡하다. 나이 서른,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이었던 장교를 전역하고 ‘코웨이’에 들어갔다가 4개월쯤 일하고 뛰쳐 나왔다. 다른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 뭐라할지, 왈가왈부할 진 몰라도 나는 답답하였다. 뛰쳐나오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 일이 진정 ‘나’답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다운 일에 대한 고민이 분명 내 안에 있다. 이를 위해 뛰쳐나와야 했다. 살아야 했다. 내가 죽어가고 있는 걸 지켜보기 싫었다. 나는 진정 ‘나’다운 일을 해야지 내가 살고, 내가 행복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 가운데 이 책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를 만나게 됐다.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의 불을 피워주는 책이다. 과연 나의 삶의 주인은 누구인가?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고 나는 무엇을 할 때야 비로소 진정 행복한가? 나는 어디에 있고 싶은가? 누구에게 공헌하고 싶은가? 나는 앞으로 무얼 해야 하는가? 이런 저런 고민을 안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What?
이 책이 결국 얘기하는 건 껍데기인 나를 죽이고 벗어 던지고 ‘진정한’나를 찾아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재능과 기량을 계발하고 거기에 목숨을 걸며 살라고 이야기를 한다.
사람 누구에게나 하나님이 숨겨놓은 타고난 재능과 자질이 있다. 그건 마치 땅 속에 숨겨진 보물,동굴 속에 감춰져 있는 보물과 같다. 그걸 찾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이래라 저래라 하는 말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그 목소리에 휘말려선 안 된다. 용기를 내서 떠나야 한다. 언제 그걸 찾을지, 발견할 지 모르지만 그걸 찾는 여정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여정이 될 것이다. 그 보물을 찾는 자들이 이 세상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 여정을 방해하는 건 자기 자신이다. 자꾸 옛날 것들을 뒤돌아보게 된다. 옛 나의 명성에 눈독을 자꾸만 들이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부모님의 기대와 요구. 먹고 마실 것에 대한 고민, 온갖 걱정, 두려움들은 이러 나의 발걸음의 시작과 그리고 그 여정 중간중간마다 나를 유혹하고 흔들리게 하고 무너뜨리고 뒤돌아 서게 한다. 많은 이들은 그렇게 결국 ‘나’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돼서 살아간다.
그때 진정 필요한 건 ‘용기’이다. ‘용기’. 옛 자아를 결코 뒤돌아보지 않겠다는 용기. 이 자리를 박차고 탈출하겠다는 용기. 부모의 말을 따르지 않겠다는 용기. 그걸 찾기 위해 온갖 공격과 다른 사람의 근심 걱정에도 초연히 그 길을 걸어가겠다는 ‘용기’가 우리 모두에게 그리고 ‘나’에게 필요하다.
매 순간순간마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휩싸인다. 내가 편안한 것, 하기 쉬운 것, 그 자리에 주저 앉아서 할 수 있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허나 그것들은 다 죽은 것이다. 흐르는 강을 보아라. 죽은 것들은 그저 방향에 따라간다. 죽은 나뭇잎과 나뭇가지들은 그저 순응한 채 흘러가는 대로 살아간다. 하지만 살아있는 것들은 언제나 거슬러 오른다. 아주 작은 송사리조차도 살아있기에 거슬러 오른다. 그것이 진정 생명이요, 그리고 그 길을 선택한 자들의 ‘고독한’ 숙명이다.
How?
세상을 지배하는 자들은 결국 자기 자신만이 가진 고유한 재산과 장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계발하고 몰입하고 목숨을 건 자들의 것이다. 진정한 행복과 삶의 희열과 모든 생명의 그 열정과 치열함 속에 깃들어 있다.
나는 과감히 그 길에 들어서길 선택했다. 7월 6일 짐을 싸 들고 강원도 영월로 떠나 ‘나의 날’을 선언했다. 이 길의 끝이 어떻게 될 진 솔직히 ‘나’ 자신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여정은 죽을 때까지 ‘나’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하는, 거울 앞에 마주한 나에게 물어봐야 하는 질문일 수 있다. 그렇지만 확신하는 건 이 길을 선택한 내가 결코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것, 언젠가는 보물을 손에 넣고 기뻐서 뛰는 삶을 살 거라는 것을 이제 안다.
과거와의 단절.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이전의 나로 살지 않을 것이다. 옛 사람을 탈피한다. 하나님이 나에게만 주신 온전한 ‘나’로 살아간다. 그러기 위해선 과거를 알아야 했다. 10여년간 써온 일기에 써 있는 과거의 ‘나’를 살피며 나 답지 않았던 것들은 모두 벗어버리고, 불에 태워버리고 진정한 나를 발견한다.
매일 나의 자아를 죽인다. 언제든 사람의 의지는 연약하여 꿈틀대며 옛 사람으로 돌아가버린다. 매일 나의 육체와 정신을 침으로, 죽임으로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을 매일 살아간다. 새벽에 기상함으로, ‘운동’함으로, 매일 일기를 씀으로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에 온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하리라.
이건 굉장히 긴 여행일 것이다. 어려울 것이다. 평생해야 하는 여행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자유롭고 설레고 기대가 된다. ‘보물’을 하나 발견할 때마다 혼자 마음 속으로 울고 웃고, 울부짖어 보기도 한다. 그 흔적 찾을 수 없을 땐, 답답함에 소리질러 보기도 한다. 나를 찾는 여행에서 돌아왔어도 나에 대해 완벽히 알지 못하는 건 여전할 것이다. 하지만 계속 그 ‘그 날’ 이 나의 상징이 되어 머리 속 마음 속을 두드리어 가만히 있지 못하게 만든다. 계속 움직이게 만든다. 머물 수 없다. 나의 가슴을 계속 뛰게 만든다.
이 시간들, 때로는 설레고 때로는 지루한 시간들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마음 속에 분명한 이미지로 떠오르는 건 참된 자유이다. 마치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처럼 기쁨과 환희의 울부짖음이다. 이것이 진리이구나, 자유이구나. 이게 ‘나’이구나. 언젠가 이런 ‘나’를 발견하고 달려가길 소망한다.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구본형 지음
김영사 펴냄
👍
고민이 있을 때
추천!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