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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어머니의 날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북로드 펴냄
읽었어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학교 도서관에서 연달아 빌려 읽다보니 사서 선생님께서 비슷한 분위기의 책이라며 추천해 주셨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 5권 중 4권이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다보니 연달아 읽기가 좀 질려서 빌린지 꽤 지난 저번주부터 읽기 시작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여러 권 읽었지만 다 읽고 나면 헛헛한 마음이 들었고 '아홉명의 완벽한 타인들'은 진행 과정이 어이 없었기 때문에 솔직히 이 책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추천해 주셨고 반납을 곧 해야겠으니 읽기 시작한건데 (셜록홈즈 같은 고전을 제외한다면) 내가 여태 읽었던 추리 소설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추리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읽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고 더불어 흠뻑 빠져들어 읽게 된다는 경험을 못해봤기 때문이었는데 '잔혹한 어머니의 날'은 이 두 가지를 꽤 잘 채워주었다.
연쇄살인범을 다룬 내용이다보니 피해자도 많고 용의자도 많아서 초반에 이름과 캐릭터를 연결시키는 게 조금 힘들었지만 그만큼 큰 사건이 되고 범인을 쉽게 추리할 수 없게 되어 더 재밌었던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대부분 범인이 정해져있고 범인의 입장에서 서술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는 좀 덜했다.)
용의자로 거론되는 등장인물들은 어린 시절에 아동학대를 당했는데 그 기억이 어른이 된 후에도 작게든 크게든 한 사람의 인격 형성에 정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서 착잡했다. 이런 책을 읽을 때면 직업이 직업인지라 반성을 안 할 수가 없는데 내가 하는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어떤 아이에게는 어른이 되어서까지 마음에 담고 있게 될만큼 큰 영향을 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스포 포함 -
(자신의 인생을 위해) 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는 어머니들이 범인의 목표가 된다. 살인이 정당화 될 수는 없지만 한 생명이 세상에 태어나게 될 때 따라오는 책임감, 의무들을 좀 더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
소설 속에서는 아이를 버린 어머니만을 죽이는데 왜 아버지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는지 의아했다. 범인을 제외한 다른 아버지들은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몸에 품고 있을뿐 생명이 만들어지는데는 두 사람 모두의 책임이 있는건데 이 부분은 좀 아쉬웠다.
많은 시간, 공간, 사람들을 엮어가면서 지루해지는 부분 없이 두 권의 책으로 깔끔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작가가 대단해 보였다. 책 날개를 보니 시리즈가 여러 권인 것 같아서 (바로 다음에 이어 읽진 않더라도) 다음 번에 추리 소설이 땡기는 날 찾아 읽어볼 것 같다.
외국 소설을 읽다보면 이혼한 후 전 남편, 전 아내가 거리낌 없이 섞여 지내는 모습을 자주 본다. 너무 안 좋게 끝나지만 않았다면 결혼 기간이 어찌되었든 한동안 함께 살고 가장 가까이에서 감정을 공유했을테니 부부가 헤어졌을 때 서로에 대한 책임감은 사라지고 편안함만이 남는 걸지도 모르겠다. 잘 보여야할 이유도 없고 숨겨야할 것도 없이 이미 내 치부까지 아는 상태일테니 이혼한 후에서야 괜찮은 친구가 되는 걸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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