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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容疑者Xの獻身)의 표지 이미지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현대문학 펴냄

읽었어요
어쩌다보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올 초부터 연달아 읽고 있다. 장르물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서점 매대에 신간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도 '이 작가는 어떻게 책을 찍어내듯 계속 낼 수가 있는거지?'하는 의문+신기함 정도만 들뿐 읽어보려 하지 않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만 (워낙 유명하여, 그리고 기존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과 다른 느낌이라고 해서) 읽었는데 술술 잘 읽히긴 했지만 내 취향의 책은 아니었다. 원래 잔잔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책을 좋아하는 편이고 '편지', '고민해결'이라는 주제가 들어가있으니 마음에 들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큰 감흥이 없었다.

올해 초, 도서관에서 묵직한 소설과 에세이를 집어들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도 필요할 것 같아 집어든 게 '가면산장 살인사건'과 '악의'였다. 그 이후로 책을 빌려갈 때마다 한 권씩 끼워넣다보니 '호숫가 살인사건', '천공의 벌'을 거쳐 '용의자 X의 헌신'까지 오게 됐다.

음, 그래서 결론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나에게

1.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집중도 잘 되고 술술 잘 읽힌다.
2. 항상 숨겨진 반전이나 트릭이 있고 (내 기준) 예상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흥미롭다.
3. (범행의 동기나 범인의 사고과정을 따라가보면) 인간 본성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공감 또는 반성)
4. 위와 같은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르물을 좋아하지 않는 내 취향을 이길 수가 없다. (분명 한 권을 다 읽었는데 느껴지는 허무함이란...)


- 스포 포함 -


이번 용의자 X의 헌신은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것 같은데 읽으면 읽을 수록 좀 찝찝했다. 마지막에는 남자주인공의 행동이 '사랑'으로 포장이 되는 것 같은데 .. 이게 포장이 되어야하는 게 맞는건가? 싶기도 하고. 친구, 형사, 여자주인공까지 남자주인공의 행동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슬퍼하고 미안해하는 것 같은데 이게 그런 감정을 느낄만한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 (나같으면 오히려 소름이끼칠듯) 여자주인공의 죄를 가리기 위해 자신을 '스토커'로 위장했다고 하는데 따지고보면 '정말' 스토커가 맞지 않은가? 자살 결심을 하고 있던 순간 여자주인공이 나타나 자기를 구원해서 그 사람의 범행을 감추고 살인까지 저질렀다는데 이게 합리화 될 말인가.

열심히 잘 읽긴 했지만 당분간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그만 찾아봐야할 것 같다. 에휴.
2020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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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읽어왔던 단편들 중에 가장 나의 일상과 가까이에 있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작가가 나와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소설속 등장인물들도 나이대가 나와 비슷하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다.

왠지 모르게 단편은 읽고 나면 씁쓸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 책은 그렇지 않다. 담백하면서 깔끔한 느낌. 어느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지 않고 그냥 상황을 보여준 느낌이다.

그럼에도 '약간 다른 느낌의 단편들이구나'라는 생각을 몰아내고 '소장본으로 한 권 사둬야지'라고 결심하게 된 건 「탐페레 공항」을 읽고 나서였다. 주인공과 노인이 만나 함께 있는 장면의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꿈을 이루지 못한 주인공을 보면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꿈과 연결되어 있는 노인이 살아있고, 노인과 연락이 닿음으로써 아직 따뜻함과 몽글몽글함이 주인공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 같아 위로가 됐다.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지음
창비 펴냄

읽었어요
2020년 7월 13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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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학교 도서관에서 연달아 빌려 읽다보니 사서 선생님께서 비슷한 분위기의 책이라며 추천해 주셨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 5권 중 4권이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다보니 연달아 읽기가 좀 질려서 빌린지 꽤 지난 저번주부터 읽기 시작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여러 권 읽었지만 다 읽고 나면 헛헛한 마음이 들었고 '아홉명의 완벽한 타인들'은 진행 과정이 어이 없었기 때문에 솔직히 이 책에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추천해 주셨고 반납을 곧 해야겠으니 읽기 시작한건데 (셜록홈즈 같은 고전을 제외한다면) 내가 여태 읽었던 추리 소설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추리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읽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고 더불어 흠뻑 빠져들어 읽게 된다는 경험을 못해봤기 때문이었는데 '잔혹한 어머니의 날'은 이 두 가지를 꽤 잘 채워주었다.

연쇄살인범을 다룬 내용이다보니 피해자도 많고 용의자도 많아서 초반에 이름과 캐릭터를 연결시키는 게 조금 힘들었지만 그만큼 큰 사건이 되고 범인을 쉽게 추리할 수 없게 되어 더 재밌었던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대부분 범인이 정해져있고 범인의 입장에서 서술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는 좀 덜했다.)

용의자로 거론되는 등장인물들은 어린 시절에 아동학대를 당했는데 그 기억이 어른이 된 후에도 작게든 크게든 한 사람의 인격 형성에 정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서 착잡했다. 이런 책을 읽을 때면 직업이 직업인지라 반성을 안 할 수가 없는데 내가 하는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어떤 아이에게는 어른이 되어서까지 마음에 담고 있게 될만큼 큰 영향을 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스포 포함 -


(자신의 인생을 위해) 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는 어머니들이 범인의 목표가 된다. 살인이 정당화 될 수는 없지만 한 생명이 세상에 태어나게 될 때 따라오는 책임감, 의무들을 좀 더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

소설 속에서는 아이를 버린 어머니만을 죽이는데 왜 아버지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는지 의아했다. 범인을 제외한 다른 아버지들은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몸에 품고 있을뿐 생명이 만들어지는데는 두 사람 모두의 책임이 있는건데 이 부분은 좀 아쉬웠다.

많은 시간, 공간, 사람들을 엮어가면서 지루해지는 부분 없이 두 권의 책으로 깔끔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작가가 대단해 보였다. 책 날개를 보니 시리즈가 여러 권인 것 같아서 (바로 다음에 이어 읽진 않더라도) 다음 번에 추리 소설이 땡기는 날 찾아 읽어볼 것 같다.

외국 소설을 읽다보면 이혼한 후 전 남편, 전 아내가 거리낌 없이 섞여 지내는 모습을 자주 본다. 너무 안 좋게 끝나지만 않았다면 결혼 기간이 어찌되었든 한동안 함께 살고 가장 가까이에서 감정을 공유했을테니 부부가 헤어졌을 때 서로에 대한 책임감은 사라지고 편안함만이 남는 걸지도 모르겠다. 잘 보여야할 이유도 없고 숨겨야할 것도 없이 이미 내 치부까지 아는 상태일테니 이혼한 후에서야 괜찮은 친구가 되는 걸지도 모르겠고.






잔혹한 어머니의 날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북로드 펴냄

읽었어요
2020년 6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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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yodxdk


유투브에서 희성과 애신이 나오는 편집본에 홀려 관련 영상을 찾아보다가 소설이 있다기에 읽어 보기로 했다.
배우들의 연기와 영상미가 좋아서 드라마도 곧 볼 예정이지만, 글을 사랑하는 나에겐 역시나 책이 먼저다.
머릿속에서 장면을 상상하며 읽는 재미를 놓칠 수가 없다.

시대적 배경이 일제강점기인만큼 옛날 말투들이 사용되는데 그게 참 마음에 든다.
서로에게 좀 더 격식을 차리는 것 같기도 하고, 같은 의미를 품고 있다 해도 요즘 하는 말보다 진중함이 느껴진다.
상황에 맞는 적합한 단어를 고르고 골라 쓰는 것 같아 우리 말과 글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낀다.
글을 좋아하니 (어쩔 수 없으려나) 내가 제일 아끼는 인물은 '희성'인데 남자 주인공 3명 중 가장 분량이 적다. (희성이 분량 좀 더 주세요? 작가님?ㅠㅠ)
잠깐씩 등장하는 그의 모습과 말은 하나같이 애달프고 어여쁘다. 무용한 것들이 없으면 세상은 참 쓸쓸할 것 같다.

e북으로 읽었는데 마음에 드는 책은 종이 책으로 소장하는 버릇이 있어서 조만간 종이책으로도 구입해 놓을 것 같다.
간만에 마음에 드는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미스터 션샤인 1

김은숙 지음
알에이치코리아(RHK) 펴냄

읽었어요
2020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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