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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 삼촌

현기영 지음
창비 펴냄

순이 삼촌/현기영

『순이 삼촌』을 표제작으로 한 이 책에는 10편의 중단편 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이 중에서 오랫동안 금기시했던 ‘4ㆍ3사건’을 최초로 세상에 알린 '순이 삼촌'은 ‘그날’의 처절한 현장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이 70년대 발표되었다고 하니 그 당시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독재 군부 시절이기 때문입니다

1948년 제주도에서 발생한 4.3사건은 최근까지도 우리 역사에서 좌익 폭동으로 왜곡되어 알려지고 있었습니다.


제주도민 삼만 명이라는 엄청난 희생자를 발생시키고도 4.3사건의 진실은 반공 이데올로기 속에 은폐된 채 희생자 가족들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고통 속에서 살아와야 했습니다.

순이 삼촌은 구전으로 내려오는 4.3사건의 기록들을 바탕으로 쓴 중편소설로서 묻히고 밝혀지지 않은 진실로 한걸음 내딛는 역사의 복원이라는 첫 시발점이라는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순이 삼촌을 발표한 현기영 작가는 그 대가로 군 기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해야 했고 그의 작품 '순이 삼촌'은 판금 조치를 당해야 했습니다.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알린 대가는 정말 혹독했습니다. 1970년대 우리 입에서 금기시된 '공산당과 빨갱이'를 분단의 1948년 4.3사건의 비극성을 알리고 거대한 폭력 앞에 무고한 제주의 여성과 도민들은 온갖 수난을 당해야 했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 중 제주 4.3사건과 관련 있는 단편은 순이삼촌을 비롯해 해룡 이야기, 도령 마루의 까마귀, 아버지 등이 있습니다.

남편 때문에 입산자 가족으로 분류되어 모진 고문을 받으며 집단 학살 현장으로 끌려갔던 순이 삼촌, 그녀는 군인들의 총격 앞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남편과 아이를 잃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서 한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삼십 년이 지난 지금 순이 삼촌은 그 사건으로 입은 깊은 정신적 충격을 안고 살아가다 트라우마를 이기지 못하고 자신이 평생 일궈 먹던 밭에서 결국 스스로 목숨을 던지며 죽음으로 내몰리고 맙니다.

삼십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에 그럭저럭 잊고 살았을 만한데 순이 삼촌은 흰 뼈와 총알이 출토되는 그 옴팡밭에 발이 묶여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오누이가 묻혀 있는 그 옴팡밭은 순이 삼촌에겐 운명의 장소였던 것입니다. 순이 삼촌의 죽음은 한달 전의 죽음이 아니라 이미 삼십 년 전의 해묵은 죽음이었고 그때 이미 죽은 사람이었습니다.

현기영 작가가 4.3사건을 주제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역사의 되돌림이나 그 시대의 항쟁이 아니라 무고한 이들의 죽음, 그 자체였다고 말합니다.

1941년 제주도에서 태어난 작가는 1948년 일곱 살 때 4.3사건을 직접 마주합니다.

이때 토벌대의 초토화 작전으로 고향 마을이 송두리째 불타 잿더미로 변하는 참혹한 광경을 목격하게 됩니다.

도피자 아들을 찾아내라고 여든 살 노인을 닦달하던 어떤 서청 순경은 대답 안 한다고 어린 손자를 총으로 위협해서 무릎 꿇고 앉은 제 할아버지의 따귀를 때리도록 강요했다.

그들은 또 여맹이 뭣 하는지도 모르는 무식한 촌 처녀들을 붙잡아다가 공연히 여맹에 가입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씌우고 발가벗겨놓고 눈요기를 일삼았다. 순이 삼촌도 그런 식으로 당했다.

대표작 '순이 삼촌'은 당시 4.3사건 학살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나 환청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다가 결국 자신의 기억이 마주하는 곳에서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마는 ‘순이 삼촌’의 삶을 되짚어가는 과정을 통해 30년 동안 철저하게 은폐된 진실을 생생히 파헤친 작품으로 우리는 아픈 기억을 토해낸 작가의 용기를 귀담아들어야 하겠습니다.

따뜻한 남쪽나라 통영에서...
2020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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