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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열린책들 펴냄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이 책 제목을 보고선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으로 도망친 100세 노인' 이 바로 생각났습니다.

제목도 비슷하거니와 책의 내용도 할아버지에서 할머니로 주인공만 바뀐 듯한 풍기는 이미지가 엇 비슷했거든요. 물론 내용은 완전히 다른 내용이지만 노인들이 펼치는 환타지한 액션극이란 점에서 '창문으로 도망친 100세 노인'의 아류작인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책의 전체 줄거리는 요양소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는 79세의 독신 할머니 메르타는 요양소의 복지가 점점 나빠지면서 요양소를 떠나 감옥에 가기로 결심하고 완전범죄를 꿈꾸고 있습니다.

요양소의 원칙은 8시 취침, 간식 금지, 산책은 어쩌다 한 번만. TV 다큐멘터리에서 보니 감옥에서는 하루 한 번씩 꼬박꼬박 산책을 시켜 준다는데 요양소는 이보다 더 못한 낙후된 시설에 갇혀 있다는 데 대해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메르타 할머니는 이렇게 사느니 감옥에 가는 게 낫겠다며 요양소 합창단 친구들을 꼬드겨 [강도단]을 결성하고, 감옥에 들어가기 위한 범죄를 계획합니다.

왜냐면 감옥이 요양소보다 더 복지와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 액션극으로 실재 할머니 할아버지로 구성된 강도단은 박물관 유명 그림을 훔치고 감옥까지 가게 됩니다.

이 소설은 가볍게 흥미 위주로 읽고 넘어갈 수 있지만 노인들의 강도단을 통해 노인 요양소의 복지 문제로부터 시작해 사회의 양극화 현상까지 스웨덴 사회 전반을 꼬집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인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자식들은 부모로부터 멀어지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통인 노인들이 요양소로부터 탈출하면서 노인들의 자유는 시작됩니다. 자유를 향한 그들의 몸부림이 우리 사회는 그대로 외면할 것인가,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면서 저는 앞으로의 내 삶이 그들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노인들도 멋있는 옷도 입고 싶고 사랑의 감정도 느낄 수 있으며 자유의 세계에서 마음껏 삶의 희망을 노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노인들을 우리는 노망난 노인네들이라며 비꼬며 무시하곤 하죠. 100세 시대 앞으로 이런 문제들은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며 사회적 병폐 현상으로도 나타날 것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누구나 다 늙는 것이고 늙는 것이 꼭 비극적인 것만도 아니지 않겠는가

메르타 할머니는 크레타 할머니가 할머니들 중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 것을 느끼고 이렇게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인생은 되돌릴 수도 없으며 나이를 거꾸로 먹을 수도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잘못도 아니고 사회의 잘못도 아닙니다. 함께 늙어갈수록 외로움도 함께 나누고 즐거움 또한 함게 나누는 과정에서 남은 인생의 참 재미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신기한 게 뭔지 알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는다는 거야.

그래서 아무리 늦었어도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는 거야

그 말을 듣고 크레타 할머니는 후식이 나오자 금방 기분이 좋아졌고 평소처럼 떠들고 웃고 지냅니다. 5인조 강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지금 자신들이 벌이고 있는 사건이 중대한 범죄인지 알면서도 인생의 짜릿한 스릴과 들뜬 설렘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요양소에 갇혀 평생을 허무하게 살아가는 인생은 죽은 시체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감금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요양소를 나오자 그때부터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었고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었다. 메르타는 이 며칠간의 자유를 누리면서 그들이 해낼 수 있는 모든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는 노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요양소에 갇혀 있는 사람들도 우리처럼 이런 삶을 경험해봤으면 싶었다. 낙엽 지는 황혼기를 맞아 인생을 조금 즐겨보고 싶은 노인들이 강도가 되는 것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면 그 사회는 분명 잘못된 사회임에 틀림없다]

[요양소 안에서 한 노부인은 책을 읽고 있었으며 친구처럼 보이는 다른 부인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온이 아니었다. 거의 살인적인 권태가 방 전체를 내리누르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인생의 말년을 보내는 노인들의 정체성에 대해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 있습니다. 비록 보행기를 끌고 다니며 육체적으로 힘든 면이 있지만 그들 역시 유아기와 청년기를 지나 지금 노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삶을 산다는 것은 나이를 먹어간다는 뜻입니다. 이 이야기는 비단 노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일의 우리들의 이야기인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따뜻한 남쪽나라 통영에서...
2020년 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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