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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문구

김규림 지음
위고 펴냄

내가 처음 문구를 사랑하기 시작한 때는 초등 아니, 국민학교시절로 돌아간다(되게 나이 많은거 같네. 초등학교로 졸업한 최초의 세댄데). 그시절 내가 다니던 대전 용전초등학교 정문에는 자그만 문방구들이 5~6개가 줄지어 성업했다. 가게 앞에는 메달뽑기 기계, 불량식품, 공책, 문제집들이 전시돼있었고 최신식 360도 미니카 트랙이 설치된 문방구 앞은 항상 남자아이들이 바글바글 했다.

그땐 문제집이나 전과(당시 내가 선호한건 동아전과)를 사면 연필이나 지우개같은 저렴한 사은품을 줬던 기억이 난다. 공부를 어지간히 싫어했던 내가 비싼 전과를 사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물론 내돈주고 사는게 더 저렴한 문구지만 뭔가 공짜라는 생각이 그 나이때 나를 설레게 했던 것 같다.

어쨌든 그렇게 받아 소중히 모아둔 연필, 지우개, 샤프가 내 문구 사랑의 시발점이다.

본격적으로 문구를 사 모으기 시작한 때는 임용고시 공부를 시작하고 난 이후다. 매일 혼자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하루종일 A4용지 10장 정도를 연습장으로 사용하며 빽빽하게 필기했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자연적으로 샤프, 지우개, 볼펜 등 문구에 관심을 가졌고, 인터넷 문구점을 뒤져 이쁘고 편한 샤프, 볼펜을 찾기 시작했다.

⠀ “문구의 진짜 가치는 실용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그러니 나도 더 이상 핑계 대지 않으려 한다.”

문구의 세계는 넓고도 넓어서 같은 샤프라도 어떤 색을 입히는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한자루만 있어도 공부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사실 여러자루를 구입하는건 백수였던 내게는 사치였다. 하지만 문구는 역시 실용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내가 임용공부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한 샤프는 임용공부 시작할 즘 여자친구(지금의 와이프)가 사준 ‘그래프1000’이다. 이녀석은 샤프계의 소나타정도 되려나. 적당히 비싸고 적당히 편하다. 그런데 인기가 많아서 다양한 색을 입혀 리미티드 에디션도 제작했다. 난 분명 샤프 한자루만 있어도 충분했는데, 시커먼 샤프만 보다 알록달록한 샤프가 왜그리도 예쁘던지. 결국 발매된 모든 색을 구매했다. 문구는 실용성이 아니라 감성이다. 하... (지금은 필요한사람한테 많이 선물해서 몇개 안남았다ㅠㅠ)

임용고시 준비 시기 교재의 같은 내용을 수없이 보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는 내게는 새로운 문구가 새로운 다짐을 하게 해주는 고마운 도구였다. 그래서 필요치도 않았던 많은 문구들을 구입했던 것 같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스스로 무너지고 미쳐버렸을지도.

공부할 때 필기를 잘하는 성격도 못되고, 필기구는 좋아하면서 악필이다. 그런데 작가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쓰는걸 좋아해서 회의시간이나 종이 쪼가리가 보이면 그냥 쓴다. 예뻐 보이는 글씨체, 멋있어 보이는 글씨체 이것저것 따라서 써보기도 한다. 정작 내 글씨체는 뭔지 까먹고, 이것 저것 혼합된 글씨체 때문에 악필이 되면서.

어쨌든 난 환경파괴문제로 타블렛이 모든 종이를 대체하고 펜과 연필이 없어져 손으로 글씨를 쓰지 못할 때 까지는 필기구를 좋아하고, 문구를 좋아할 것 같다.
👍 행복할 때 추천!
2020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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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슈탈트 상담을 주로 하는 작가가 쓴 소설 이어서 그런지 소설 이라기 보다는 게슈탈트 이론을 소설에 녹여냈다. 의식만 있는 식물인간 상태의 주인공이 본인 내면과의 대화를 통해 게슈탈트 상담이론의 핵심인 삶의 주도권에 대해 이야기 한다.

“너의 감정은 오로지 너의 생각에서 비롯돼. 무언가 슬픈 걸 생각하면 슬픔을 느끼고, 무언가 신경에 거슬리는 걸 생각하면 화가 나지.
다른 사람이 너한테 상처를 주거나, 실망 시키거나, 기분을 상하게 한다고 생각되겠지만, 누구도 너의 머릿속에 들어가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느끼게 할 순 없어.”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렸으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

우리가 고통받는 이유는 어렸을 적 받은 상처, 다른 누군가에게 들은 험담, 만족스럽지 못한 일의 결과, 남과 비교했을 때 오는 상대적 박탈감 등 다양하다. 이 모든 문제로 발생하는 고통은 결국 자신이 선택한 생각의 결과다. 게슈탈트 이론의 입장에서 내 인생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으니까. 결과가 되는 감정의 선택은 나에게 있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하려면 ‘무언가’를 더 가져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지. 필요한 건 모두 이미 갖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해. 행복은 단지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고 마음상태이자, 습관이란 걸 깨닫지 못하는 거지.”

결국 행복도 내 선택이라는 거.

“모든 트라우마와 상처에도 불구하고, 언제든 인간은 더 나은 삶을 살길 선택할 수 있어. 반대로 자신을 파괴하는 삶을 선택할 수도 있고.”

“우리 모두에겐 최악의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내재되어 있어. 그래서 사랑하는 걸 잃는 고통을 몇 번이고 극복해내지.”

과거에 얽매여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는 사람, 외부적 고통을 이길 힘이 없는 사람들은 먼저 현재 여기에 있는 ‘나’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 보고,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주도권을 찾는게 중요하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제할 순 없지만, 상황을 해석하고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얼마든지 결정할 수 있어. 네가 생각하는 것, 네가 내리는 결정, 네가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경험하길 원하는지에 대한 책임은 너에게 있으니까 말야.”

과거의 문제들에 지쳐 자신을 바꿀 힘이 없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내용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문제를 바라보고 고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보면 참 쉬운 해결책인데...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을 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내 스스로 결정한다면 상당수 마음의 병은 치유될 수 있을 텐데....하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에겐 이렇게 마음먹을 힘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분들이 이 책을 읽는 다면 도움이 될지도.

책에서 가장 좋았던 문장.

“사랑 때문에 괴롭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사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기가 바라는 대로 해야한다고 믿고 있어서 괴로운 거야. 그건 오만이야. 이기적인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요구를 만족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그게 뜻대로 안 되니 괴로운 거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건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있어주고, 내가 말하는 대로 행동해줄 경우 당신을 사랑하는 데 동의한다.’라고 쓰인 비즈니스 계약서에 가까워.

본래 사랑은 자유로운 거야. 요구하지 않고,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않고, 소유하려 들지 않고, 조건을 달지 않는 거라고.”

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

아난드 딜바르 지음
레드스톤 펴냄

👍 에너지가 방전됐을 때 추천!
2020년 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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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뚜이니아빠님의 사회주의 게시물 이미지
사회주의의 출발점은 프랑스 대혁명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성직자, 왕족, 귀족에 갖은 설움을 받던 제3세력. 자본가(부르주아)와 노동자(상퀼로트)는 점점 1,2세력에게 불만을 품기 시작하죠. 막대한 자본으로 점차 세력을 키워나가던 부르주아는 상퀼로트를 살살꼬득여 프랑스 혁명의 상징인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게 되고 결국 혁명을 성공적으로 마치게됩니다. 헌데 권력과 자본의 맛에 취해서일까 부르주아는 과거 지도층이 그랬던 것 처럼 노동자를 차별하고 생산시설에서 노동 조합을 불허하는 등 노동자들을 탄압하게 됩니다. 이에 격노한 노동자들은 부르주아 계급의 질서를 개편하고 공동재산, 재산의 공유를 부르짖으며 사회주의의 출발을 예견합니다.

사회주의 하면 마르크스 주의를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사실 마르크스 주의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이론을 당시 상황에 맞게 재해석한 것이며, 실제 마르크스, 엥겔스의 이론과 다른점이 있습니다. 어쨌든. 초기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공상적 사회주의라고 비판한 정도로 이론의 체계성과 세부 내용에서 매우 부실한 주장이었습니다. 19세기 산업혁명을 주도한 영국의 오언과 프랑스의 생시몽, 푸리에에 의해 주장된 초기 사회주의는 다양한 사회적 실험을 통해 그 이론을 성장시켜 나갔습니다. 특히 오언은 뉴래너크 실험, 뉴하모니 건설을 통해 무상교육, 노동시간 감축, 주거단지 조성 등을 실험함으로써 초기 사회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오언의 이러한 노력이 후대 사회주의자 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결국 마르크스와 엥겔스에게 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초기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중심의 세계에서 사회를 발견하고, 자본주의는 이 사회를 파괴하는 주범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또한 그동안 자본가들에게 지배된 개인의 완전한 해방을 주장합니다. 초기는 지배계급에서 벗어나고자하는 생각이 더 컸어요.

이후 19세기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과학적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체계적인 사회주의를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그들은 산업사회가 발전되면 자본가들은 노동자의 희생위에 자본을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결과적으로 사회의 기득권으로서 권력을 강화시킵니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극한에 달하고 사회적 생산력이 극한에 달했을때 노동자를 중심으로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통해 자본가를 기득권에서 끌어내리고 그들의 재산을 빼앗아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프롤레타리아 독재라고 부르며 후대에 논쟁거리를 남기게 됩니다. 즉, 사회의 권력과 자본을 가지고 있는 자본가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혁명뿐이라고 생각한 거죠. 자본가가 사회의 생산력을 극대화하고 산업을 발전시켜 사회적 생산력이 극에 달해 모든 노동자의 필요 노동시간이 감소 됐을 그 때가 비로소 사회주의를 시작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혁명을 통해 부르주아로부터 모든 자본을 차례차례 빼앗고, 모든 생산 도구들을 국가의 수중에 집중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가의 역할은 여기까지 이며, 이후 새로운 사회의 기업은 생산자 협동조합의 공동 계획에 의해 생산을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자본주의를 거치면서 발전된 산업사회와 사회적 생산력을 역이용하여 개인의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이를통해 자유시간을 늘림으로써 인간 능력의 발전과 행복을 추구합니다. 결국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사회에서 생산을 맡은 주요 세력인 노동자가 정치에 참여하고 그들이 정치 권력을 획득함으로써 사회를 대표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마르크스 및 엥겔스 이론을 바탕으로 실제 국가를 건설한 인물이 있습니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소련의 초대 국가 지도자 레닌인데요. 레닌은 1917년 10월 혁명을 통하여 전제체제를 무너뜨리고 세계 최초로 사회주의혁명을 성공시킵니다. 노동자,농민,병사 대표들로 이루어진 소비에트가 권력을 장악하게되고, 이를 주도한 정치세력인 볼셰비키는 소련을 넘어서 세계 전체의 사회주의 체제 건설을 꿈꾸기도 합니다. 농업중심이었던 소련의 현실에 맞추어 레닌은 수정된 마르크스 이론인 마르크스-레닌 이론을 만들며 공산주의를 표방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혁명은 얼마 유지되지 못했고 오랜 내전 끝에 독재자 스탈린이 소련의 정권을 차지하게 되며 전에 없던 체제인 국가사회주의가 탄생하고 계속 수정, 변질되어 갑니다...

책에는 현대 사회주의까지 잘 서술돼어있어 사회주의 전반을 두루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

장석준 지음
책세상 펴냄

2019년 10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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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뚜이니아빠님의 사적인 시차 게시물 이미지
⠀에세이는 처음이다. 대부분 역사, 인문, 소설책 위주로 읽는 나에게 에세이라니. 내생각도 정리 못하는데 남의 이야기는 어찌 소화하려고. 책을 어떻게 접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에세이를 읽으면서 뭘 남겨야 할지도 모르는 채로 읽었다. 일단 책속에 함께 담겨있는 사진들이 너무 좋아서. 읽는 내내 작가와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느낌이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 때로는 진지한 이야기. 그냥 삶이 무료하고 지쳐갈때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할때. 카페에 앉아 수다 떨며 스트레스를 털어버리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나와는 달리 작가는 하고싶은 것은 모두 하고자 하는 추진력 강한 사람이다. 난 뭘 시작하기 전에 이것저것 따질것도 많고 염려병에 걸려서 걱정부터 하는 편인데. 작가는 일단 시작하고 본다. 책에서 작가의 삶의 태도가 잘 녹아들어가 있다. 어떤 명언을 얻기위해서나 화려한 문체를 배우기 보다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예쁘게 써내려 간다.

• P_83  시작과 끝 사이에는 유지라는 과정이 있다.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 시간은 아무도 축하해주지도, 알아봐주지도 않는다. 한 번에 될 리 만무하고, 얼마나 걸릴지도 모른다. 버티는게 제일 어렵다. 하지만 시작과 끝만 가지고서는 아무것도 될 수 없다. 무너져가는 의지를 부둥켜안고, 약간은 어쩔 수 없이 하루 뒤에 하루를 쌓는다.

• P_242 뒤끝이 없는 사람은 연연하지 않는 만큼 배려가 부족하고, 배려가 넘치는 사람은 세심한 만큼 쉽게 서운해 한다. 이 또한 절대적이지 않아서 같은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무심한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예민한 사람이 된다. 이 사실을 서로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조금 너그러워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 P_286  언어란 언제나 그것을 쓰는 사람만의 몫이라서, 그 인생을 직접 살아보지 않고서야 그 말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끊임없는 추측과 오해와 해명 안에 뒤섞여 산다.

사적인 시차

룬아 지음
MY(흐름출판) 펴냄

👍 고민이 있을 때 추천!
2019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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