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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세트 (세계문학전집, 전3권)의 표지 이미지

안나 카레니나 세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민음사 펴냄

읽었어요
2월 5일부터 3월 28일까지 읽다 ㅡ

톨스토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이야기하려고 집필했다던데 오히려 '이렇게 살면 안 돼'의 표본인 안나에게 더더욱 애착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나에게는 아름다움, 영리함, 고귀함, 우아함, 사회적 지위까지 다 있는데 오로지 '사랑' 하나가 없었다. 18세 연상에 '행정 기계'인 남편은 사랑을 채워주지 못했다. 그 사랑을 브론스키에게 느끼고 불꽃처럼 타오르지만 끝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아들도 빼앗기고 남편과 이혼도 하지 못하고 브론스키와 결혼도 하지 못한 채 어쩌지 못해 이어지는 삶은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밤중에 맥주 한 캔 마시며 읽다 보니 안나에게 너무 몰입되어 톨스토이가 원망스럽기까지했다.

21세기의 안나였다면 그 스펙으로 무슨 일이라도 시작하여 독립해서 멋지게 홀로서기에 성공했을텐데. 능력 있고 매력이 넘쳐서 시기하는 이들까지도 선한 카리스마로 휘어잡고 마는, 안정된 정서로 안정된 사랑을 하는, 그 선한 영향력으로 주변인을 감화시킬 수 있는 안나 카레니나가 될 수 있을텐데.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읽었으면 하는 책.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이 책을 읽고 깨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8세기 러시아 귀족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것은 이 책의 보너스!)
2020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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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 식물학자가 연구하는 식물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녀가 20년간 겪어온 인생 이야기.

식물들은 그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환경 조건을 직접 바꾸어가기도 하는 능동적인 존재였다. 주변 식물들과 의사소통(?)을 하며 해로운 병충해에 대응하기도 하고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는 물을 가두는 저수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유전자가 같더라도 뚜렷한 개성을 가진 식물도 있었다. 인간과 식물이 겪는 시간의 속도가 달라서 눈치채기 힘들 뿐 우리들은 모두 다 닮았다. 하긴, 모든 생명체의 DNA는 배열만 다를 뿐 인자는 같다고 하니.

그래서일까. 봄에 싹을 틔우고 가을에 줄기를 굵게 만들어 가는 식물들을 보고 있자면 눈앞에 닥친 현실에만 전전긍긍하지 않고 좀더 먼 앞날을 내다보며 기다리는 힘이 길러진다.

젊은 과학도에서 인정받는 과학자가 되기까지 헤쳐온 무수한 역경들의 스토리도 성장 소설을 닮았다. 연구비를 따내지 않으면 실험실에서 쫓겨나고 실험장비들도 애물단지가 돼 버린다. 식물을 연구하며 16개국에서 수만 개의 표본을 채집하고 폐기하고 동위원소를 측정했다. 그 시간들을 처음부터 함께 해 온 동료 빌의 이야기도 좋았다.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서로 격려하고 배려하고 갈등이 생기면 조절하고 사생활을 인정해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른들은 학생들에게 공부 잘해야 한다며 격려하는 말로 "공부 안 하면 고생한다. 공부를 잘해야 편하게 산다."는 말을 종종 한다. 옳은 격려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는 그냥 앞에 펼쳐질 힘든 날들을 견디는 인내심을 기르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는 게 더 맞는 말 같다.

식물을 본다. 겨우내 잎이 다 졌다가도 봄에 새로이 틔우는 싹을 본다. 보이지 않는 저 흙 속에서는 움틀 준비를 하고 있는 싹들이 무수히 많다. 99.5퍼센트의 씨앗은 죽고 0.5퍼센트만이 빛을 본다고 한다. 빠르게 변하는 생활 속에서 지쳐 있다가도 한번씩 식물을 돌아보며 숨을 돌린다. 당장은 아니어도 무수한 시도를 하다 보면 언젠간 나도 하나쯤은 성공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랩 걸

호프 자런 지음
알마 펴냄

읽었어요
4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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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saebyeokbit

더운 여름날, 호프집에서 들이켰던 무진장 차가웠던 생맥주,
식구들 다 자는 한밤중 소파에 나와 스릴러 소설을 읽으며 들이켰던 캔맥주, 월드컵 경기가 있던 날 친구들과 세계맥주 바에서 마신 병맥주들. 좋게 마시면 회상할 때마다 좋은 기분이 든다.

라들러, IPA, 라거 등등과 또 새로운 편맥들을 알고 싶어서 읽었는데 글씨는 너무 작고, 도중에 뭔가 빠진 듯한 설명들 때문에 읽어도 모르겠다. 심지어 사실확인까지 직접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정도. 표지의 화려함에 속지 말걸.

만화로 보는 맥주의 역사

아론 맥코넬 지음
계단 펴냄

읽었어요
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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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빛

@saebyeokbit

테드 창 소설은 처음인데 심오하기가 끝이 없.....
혼자서 읽고 제대로 이해하기 벅차....ㅜㅜ

<네 인생의 이야기>
드니 빌뇌브 감독의 2016년 영화 <컨택트>의 원작
(조디 포스터가 출연했던 <콘택트>는 칼 세이건의 동명 소설 <콘택트>가 원작. 헷갈리지 말자.)

외계 생명체 헵타포드와 대화를 시도하며 그들의 언어를 배우는데 과거, 현재, 미래 시제가 구분되지 않고 뒤죽박죽이다. 과학과 언어와 철학에 관한 소설. 김상욱 교수의 《울림과 떨림》 에서 시공간에 관한 파트에서도 소개된 책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모른다고만 하면 살짝 부끄러우니까 조금은 알겠다고 해 둘까) 시공간이 뒤섞여 과거와 미래가 한 공간에 있다는 점은 영화 <인터스텔라>와도 일맥상통하다. 난해해서 자꾸 생각하게 하는 이런 종류의 SF 장르가 좋다.


<바빌론의 탑>
우리가 알고 있는 바벨탑 이야기는 인간이 하늘의 신에 닿기를 원하는 어리석음 때문에 신에게 언어가 다 달라져 소통이 되지 않는 벌을 받아 끝내 탑을 지을 수 없었다-
여기의 바벨탑은 하늘까지 닿고도 모자라 하늘을 뚫고 더 올라갔다. 하늘을 뚫고 오르는 석공의 목적은 저 위에 뭐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 때문에. 야훼가 이 일을 반기는지 싫어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뚫고 올라가 본다. 그 결과..

소설의 처음 부분과 끝부분 내용이 통하는 데가 있는데, 소설 속 공간도 구조적으로 그렇다.
사람들은 왜 탑을 오를까. 탑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의 인생에서 탑은 무엇일까. 인생 자체가 탑이 아닐까 하는 생걱이 든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엘리 펴냄

읽고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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