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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끝나게 되면 우주 전체를 품을 수 있을 만큼 확장됐던 '나'는 원래의 협소한 '나'로 수축하게 된다. 실연이란 그 크나큰 '나'를 잃어버린 상실감이기도 하다. 다락같던 '나'에게서 벗어나 엉거주춤 관계 속에 집어 넣었던 온갖 잡동사니들을 챙겨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일은 우연히 발견한 초등학교 시절의 일기장을 펼쳐보는 일과 비슷하다. 내가 그렇게 농담을 잘하는 사람이었구나, 슬픔이란 유행가 가사에나 나오는 얘기인 것 처럼 늘 맑게 웃었구나, 참 떼도 많이 쓰고 참을성도 없었구나 등등의 회환이 들면서 그런 자신을 아련하게 그리워하게 된다. 처음에는 두 사람이 함께 빠져들었지만, 모든게 끝나고 나면 각자 혼자 힘으로 빠져나와야하는 것. 그 구지레한 과정을 통해 자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뼛속 깊이 알게 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다.”(p46)
“젊은이들은 아직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랑을 찾아 헤맨다.” (p47)
“두 사람은 이제 서로에게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게 된다. 비밀은 사라졌다고, 서로의 존재는 백열등처럼 환하게 드러나게 됐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 상태는 깊은 사랑이 아니라 깊은 착각에 가깝다. 우리는 서로에게 영원한 타인이다. 우리는 자신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완전히 알 수는 없다.”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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