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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뭐야, 왜 이렇게 재밌어? 가끔 소설을 읽다 보면 '영화로 나오면 재밌겠다' 혹은 '드라마로 나오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 책 중에 시각화된 케이스도 많다. 웹툰도 가끔 보면 글로 풀어냈으면 더 좋을 텐데 싶을 때도 더러 있다. 그런데 이 단편 소설집은 소설 그 자체로 너무 완벽하다. 분위기나 내용 흐름이 너무 실제로 있었던 얘기를 써놓은 듯이 자연스럽고, 이미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구현된다. 특히 내가 아는 장소들이 잔뜩 나와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
어릴 때부터 어떤 작가의 책이 재미있었으면 그 작가의 책을 몰아서 읽는 습성이 있다. 최근에는 일본 작가의 책을 되도록 읽지 않으려고 하지만 요시모토 바나나를 시작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기욤 뮈소, 프레드릭 베크만, 아멜리 노통브 등 믿고 읽는 작가 리스트가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는 딱히 감독을 보고 선택하지는 않지만, 믿고 보는 감독 리스트를 마음속에 새기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그런데 한 작가의 책을 몰아서 읽다 보면 생기는 부작용이 있다. 줄거리나 분위기나 등장인물들이 전부 비슷해서 나중에 내용이 구분이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중학생 때 읽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들과 20대 초반에 푹 빠졌던 기욤 뮈소의 수많은 작품은 단 한 권도 구분을 못 한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모든 주인공이 귀신을 보고, 기욤 뮈소는 모든 주인공이 작가거나 의사다. 아무래도 소설처럼 아주 새로운 허상의 인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그 인물의 생활 환경이나 직업에 대해 빠삭해야 구성이 탄탄해지기 때문에 한두 가지 직업이 모든 작품에 녹는 거겠지. 독립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직업이 영화감독인 경우도 많고, 소설책에서는 주인공의 직업이 작가인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다. 아쉽게도 영화감독이나 작가의 길을 걸어본 적 없는 나로서는 주인공에 100% 몰입할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소설집은 내게는 100% 리얼리즘으로 다가오는 단편소설이 한가득이었다. 읽는 내내 '이건 진짜다, 이건 겪어본 사람만 쓸 수 있는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고 팟캐스트 인터뷰를 서너 개 들어보니 역시 아니나 다를까, 판교로 회사를 다니며 재직 중에 집필하셨단다. 세상에 너무 재밌어, 너무 재밌어! 단편 소설집이니까 독서 모임 날까지 마음 편하게 한 작품씩 여유 있게 읽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집어 들었는데, 8개의 작품을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덕분에 수면 부족으로 다음날 종일 눈이 너무 아팠지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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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님의 인생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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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헤드
감상평을 보니 꼭 읽어 보고 싶네요!
2020년 3월 12일
전느님👑
안나님 블로그보고왔어요 반갑습니다:) 책 얘기자주해요 우리 😁🙌🏻
2020년 8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