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로우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희선 외 6명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읽었어요
박상영 | 우럭 한 점 우주의 맛
65p. 처음에는 마치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던 대낮의 데이트도 금세 시들해졌고, 어느새 우리는 서로를 일상의 권태로 여기기 시작했다.
86p. 너 유치원 다닐 때였나. 한번은 너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어. (...) 신발만 대충 꿰어 신고 나와서 유치원에서부터 허겁지겁 너를 찾는데 멀리 네 뒷모습이 보였어. 나는 가만히 네 뒤를 따라갔다. 네가 두 발쯤 걷다 자꾸만 멈춰 서기에 뭐하나 봤더니, 거리에 있는 모든 가게 앞에 서서 일일이 들여다 보고 관찰하고, 때로는 만져도 보고 그러고 있더라. 호기심에 가득한 얼굴로. 🌱그 모습을 뒤에서 보는데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덜컥 무섭더구나. 네가 더이상 내가 아는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에. 네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네가 걷고 싶은 길을 너의 속도로 걷는 게, 너만의 세계를 가진 아이라는 게 그렇게 섭섭하고 무서웠다.
그래서 너를 많이 괴롭혔던 것 같네. 간이 작아서. 너를 간장 종지처럼 좁은 내 품안에 가둬놓고 싶었나보다.
1
미리님의 인생책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