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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최규석
가난한 노동자의 심리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사람이 없이는 살아도 죄짓고는 못 산다'라는 말이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송곳'의 주인공 이수인은 교장이 보는 앞 육군사관학교 동기회 석상에서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정의의 길을 간다'라고 하면서 군의 선거개입의 부당함에 대해 토로하고 동기생의 참여를 유도한다.
그러나 그 발언으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고 결국 군 생활을 정리하고 사회에 발을 들이게 된다.
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다음 한 발이 절벽일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제 스스로도 자신을 어쩌지 못해서 껍데기 밖으로 기어이 한걸음 내딛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여기서는 법을 어겨도 처벌 안 받고 욕하는 사람도 없고 이득을 보는데 사람은 대부분 그래도 되는 상황에서는 그렇게 되는 거다.
서는 데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지는 것이 우리 인간의 본성인 것이다. 나는 좋은 사람을 도와줄 수는 있지만 좋은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왜냐면 좋은 사람은 항상 고통받고 좋은 만큼 손해 보니까. 그래서 나는 절대 좋은 사람은 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직장도 '송곳'의 푸르미와 별반 다르지 않다.
매일매일의 실적과 상대 지점과의 전쟁, 그리고 분노와 절망감에 가득 찬 직원들의 시선, 이 모든 게 오늘을 살고 내일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경쟁이라고는 하지만 한 끼에 목숨을 바칠 만큼 처절한 인생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감긴 목덜미를 타고 메아리치고 있다.
'송곳'은 노동운동을 표방한 최초의 만화이다. 주인공 이수인과 노동상담소 소장 고구신은 거대한 자본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노조를 설립하고 회사를 상대로 험난한 투쟁의 현실을 현장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노사갈등뿐만 아니라 투쟁과정에서의 노노갈등 및 노조원들의 심리와 본성을 생동감 있게 잘 그려내고 있다. '송곳'처럼 뾰족하고 날카로운 울림이 우리 사회 전반에 파고들어 단 한 명의 억울한 노동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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