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나라님의 프로필 이미지

남쪽나라

@namjjoknara

+ 팔로우
책만 보는 바보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의 표지 이미지

책만 보는 바보

안소영 지음
보림 펴냄

책만 보는 바보/안소영

'간서치' 책만 보는 바보라는 뜻이다.

이덕무를 비롯한 그의 벗인 박제가, 유득공은 어릴 때부터 한 동네에 살면서 진한 교우관계를 맺고 검서관으로 규장각의 실무를 맡아 조선 학문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다.

이 책은 그들의 벗인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 백동수와 그의 스승인 연암 박지원, 담헌 홍대용의 이야기들이다.

조선시대 서자라는 신분은 후손들에게 서러운 핏줄을 이어가게 할 무거운 짐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다 하더라도 그들의 원망과 한숨 그리고 눈물이 서자의 뇌리 속에 벌겋게 탈색되어 덕지덕지 쌓이고 쌓여 자식들에게 평생 한으로 남겨질 것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과 조선 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양반 서자 출신으로 신분의 제약으로 차별 대우를 받아야만 했고 봉건적 신분의 반대를 위해 선진적 실학사상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 네 사람 모두 서자 출신이며 공교롭게 백탑 아래 친구이자 연암 박지원 선생 아래 교우하였다는 게 이채롭다

또한 이들은 양반이란 계급사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자기 대로부터 눈물과 한숨으로 이어지는 분노를 잠재우지 못했다. 단단히 얽어매어 놓은 사슬 한 겹이라도 풀어놓고야 말겠다는 굳은 결계를 맹세했지만 결국 그 한을 풀지 못하고 가슴속에 불길만 이글거렸다.

이기적인 양반의 핏줄, 운명을 쥐고 흔드는 시대의 아픔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가시인 중 이덕무·박제가·유득공은 서얼 출신인데 반하여 이서구는 유일한 적출이었고, 벼슬도 순탄하게 올라갔다.

이덕무와 이서구가 서자와 적자와의 불편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친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책을 통한 가치관의 합일이었다. 서로 책에 취하고 바람결에 바삭거리는 책장 소리에도, 책을 읽어 온 흔적마저도 둘의 애정은 닮아 있었다.

이후 둘은 문턱이 닳도록 서로의 집을 넘나들면서 책에 대해서 서로의 생각을 맞혀보고 생각이 다른 경우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어 헤치듯 미로 속에서 서로의 손때가 묻어날 정도로 책에 대해 깊은 대화를 이어나갔으며 벗으로서 거리낌 없는 우정을 나누었다.

이덕무의 스승 '홍대용'은 그 시대에도 세상의 중심은 자기 자신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지구가 둥글기 때문이며 둥근 구체는 그 어느 누구, 그 어떤 자리에 서 있어도 지구의 중심에 서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는 스스로가 중심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곳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이 소중한 존재로 살아가야 할 이유라는 것이다. 그 순간 내 가슴에는 큰 물결이 꿈틀거렸고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한 통찰의 벽을 뛰어넘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박지원 선생의 호는 '연암'이다. 연암이란 황해도 금천 골짜기에 있는 제비 바위를 뜻한다. 박지원은 이덕무와 백동수와 함께 유람하면서 속이 다 비칠 정도로 맑은 시냇물 위에 검푸른 절벽이 둘러서 있고 그 가운데 눈에 띄는 바위 위에 제비가 둥지를 틀고 있어 박지원은 언젠가 그곳에 내려가 살리라 마음먹고 그때부터 '호'를 연암이라 하였다.

연암 선생의 관심은 내 나라 내 백성이 힘을 길러 풍요롭게 살아가는 현실적인 것이었다. 연암 박지원 선생의 일화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중국에 다녀와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손꼽아 말하면 무엇이냐고. 다들 만리장성이나 중국 황제의 궁궐, 드넓은 요동 들판 이런 것들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연암 박지원 선생은 '깨어진 기와 조각과 냄새나는 똥거름이 가장 볼만하더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조선의 젊은 학자 박제가는 중국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을 나라와 백성을 위해 '북학의'라는 책으로 변화를 두려워하고 편안함을 누리고자 하는 사대부들을 날카롭게 꼬집었다.

유득공은 잃어버린 우리 영토 고구려와 발해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드넓은 대륙을 누비며 '발해 셋이면 호랑이도 때려 잡는다'는 그 핏줄이 흐르고 있을 씩씩한 기상을 찾아내기 위해 수많은 서적을 뒤져 발해의 흔적 찾기에 일생을 바쳤다.

드디어 일생의 업적인 '발해고'는 1784년에 완성되었다.

이덕무는 조선 정조 때의 문인으로 서자 출신으로 태어나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박학다식하고 시와 문장에 능하였고 원각사지 십층 석탑을 중심으로 백탑파로 불리며 규장각 초대 검서관으로 시가 시인 중 한 사람이다.

이들 서자의 삶은 사람으로  태어나 쓰일 데가 없어 비참함을 느낀다. 많은 책을 읽으면서도 세상을 조금도 바꿔놓지 못하고 고작 하는 일은 종이를 묶어 책을 만들거나 밀랍으로 윤회매를 만드는 것뿐 살아가는데 조금도 보탬이 되지 않은 일을 한다며 한탄하고 있다.

책이란 시간을 나눈다는 것이다. 얼굴을 서로 마주 대하지 않더라도 옛 선인들로부터 그들의 시간을 나누어 갖는다는 의미이다.

옛사람들이 살아온 시간을 오롯이 내 가슴속에 옮겨와 그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산과 들,  한 맺힌 숨소리 하나 그만큼의 시간을 더해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선인들로부터 물려받은 시간만큼 나는 내 아이, 내 후손에게 조금이라도 값진 빛나는 시간을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저 아이들이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을...

그렇게 서로 나누며 이어지는 시간들 속에서 내 선조와 나 그리고 후손들과 함께하는 벗이 될 것이다.
2020년 1월 19일
0

남쪽나라님의 다른 게시물

남쪽나라님의 프로필 이미지

남쪽나라

@namjjoknara

돈키호테/미겔 데 세르반테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섹익스피어와 함께 서양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고 있으며 특히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통속적인 기사소설을 응징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돈키호테는 1편과 2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편은 1605년 세르반테스가 57세 되던 해 출간되었으며 2편은 10년 후 작가가 죽기 1년 전인 67세때 출간되었습니다.

이 작품속 두인물, 돈키호테는 이상적이며 산초 판사는 현실적 인물로서 인간내면 세계를 냉철하고 심도있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상주의자 돈키호테와 현실주의자 산초는 바로 우리 인간의 삶 속에서 겪게 되는 끊임없는 갈등과 화합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돈키호테와 산초가 부딪히는 이상과 현실의 대립은 비단 소설 속에서 갈등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환경과 생활 속에서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돈키호테가 오늘날까지 최고의 소설이라 불리는 이유는 주인공인 돈키호테를 통해 꿈꾸는 희망을 발견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그 꿈이 한 낯  물거품으로 사라지더라도 한 순간의 환상의 꿈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찿게되는 것입니다.

또한 좌절하고 실패하는 삶이 바로 우리 자신임을 깨우치게 되지만 돈키호테처럼 우리는 결코 그 꿈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돈키호테의 주요 내용은, 시골귀족으로 기사소설을 과도하게 읽고 결국 자신이 읽은 이야기들을 현실로 생각하며 스스로 기사소설에 등장하는 편력기사 들 중 한 명이라고 믿게 됩니다.

그리하여 스스로  '돈키호테'라는 이름을 붙이고 중세의 복장과 무기를 갖추고 자신의 상상속 인물인 여인 둘시네아의 사랑을 얻기 위해 로시난테를 타고 모험을 찾아 세상을 떠돌아 다닙니다.


이 때 시골 농부 산초 판사에게 섬의 총독 자리를 약속하며 자신의 모험속으로 집을 나서게 되면서 이 이야기의 서막이 장대하게 펼쳐집니다.

따뜻한 남쪽나라 통영에서...

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시공사 펴냄

2021년 2월 3일
0
남쪽나라님의 프로필 이미지

남쪽나라

@namjjoknara

표정없는 남자/김재희

'표정없는 남자'는 남녀간의 사랑을 주제로한 데이트 폭력과 치유되지 않는 아픈 과거를 간직한 한 청년의 인격장애를 사회성 짙게 그려낸 스릴러 소설입니다.

어릴적 상처를 깊게 베인 미성숙한 소년이 자라 집착과 열등적인 자신의 이기심이 사랑이라는 존재로 둔갑하고 다시는 상처받고 싶지 않은 불안감이 오히려 사랑하는 여인을 더 힘들게하고 끝내 폭력으로 더 큰 상처를 남기게 되는 소통 부적합의 내용을 아주 간결하고 부드러운 문체로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괴물이 물어본다. 너의 비밀은 무엇이냐고. 나는 열네 살에 이불에 소변을 쌌다고 말해준다. 괴물은 고개를 젓는다. 다른 비밀이 있다고 한다. 나는 말한다. 열네 살에 집 근처 공터에서 불을 질러본 적이 있다고. 괴물은 아니라고 한다. 고개를 젓는다. 너의 비밀은 무어냐고 또 묻는다. 나이가 들기 싫다고 했다. 그게 비밀이라고 했다. 나이가 들면 처벌을 받으니까, 누군가 쫓아오니까.

이 소설은 요즘 한창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데이트 폭력에 의한 잔인성과 이중적 심리묘사를 그리고 있으며 사랑의 소통과 전달방식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집착이 아닌 자유를 주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랑을 하고 연인이 되는 과정에서 기본이 되는 대화와 소통, 관심과 이해의 필요성을 진지하게 묻고 우리 자신의 본성을 얼만큼 상대방에게 보여주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수많은 행동들이 관심의 범위를 넘어 혹, 범죄행위가 아니었던가 생각해봅니다.

예를들면 부부사이의 개인사생활 통제, 휴대폰 들여다보기, 밤늦은 귀가시간에 대한 의심과 갖은 상상, 상대방 호의에 대한 거절시 폭발하는 분노 등 상대에 대한 배려가 오히려 숨통을 조이는 행동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 않았나 반성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립되고 외로운 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모에게 혹은 연인에게 따돌림 당했다고 혼자만의 생각으로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못한적이 다들 한번 쯤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만큼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어깨에 기대어 잠시 마음을 내려놓는 것도 한 방법일 것입니다.

이성간이든 친구간이든 가족간이든 따뜻한 삶을 살기 위해선 상대방에 대한 올바른 이해력과 말과 행동의 합치가 아닐까요...

따뜻한 남쪽나라 통영에서...

표정없는 남자

김재희 지음
책과나무 펴냄

2021년 1월 11일
0
남쪽나라님의 프로필 이미지

남쪽나라

@namjjoknara

눈먼 자들의 도시/주제 사라마구

포르투갈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인간 본성에 대한 근원적 물음과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세상의 일상이 뒤바뀐 환경 속에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강한 의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만약 이 세상에서 나를 제외하고 모든 인간들이 눈이 멀게 된다면 과연 나는 인류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이러한 재난에서 영화의 주인공처럼 훌륭히 인간을 구해내는 미션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봅니다.

비록 가상현실 세계를 주제로 쓰인 환상 소설이지만 카뮈의 페스트가 그랬듯 눈먼 자들이 옮기는 전염성 강한 질병 아래 윤리를 상실하고 인간의 본성과 정체성이 어디까지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갖게 하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한 남자가 신호를 기다리며 차 안에 있다가 갑자기 아무런 이유 없이 눈이 멀고 그 이후 눈이 멀게 되는 현상은 전염병처럼 급속하게 도시 전체를 마비시킨다는 설정으로 인간의 대재앙 속에 우리 인간이 윤리와 도덕을 파괴하는 자, 이에 맞서 싸우는 소수의 정의로운 평범한 사람들의 영웅적 이야기입니다.

'눈이 멀었다'라는 사실은 우리가 모든 걸 잃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부와 권력, 명예, 모든 소유가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고 빵 한 조각을 구걸하기 위해 자신의 몸까지도 바쳐야 하는 현실에서 인간성은 쉽게 변하고 나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에서 자유란 단지 눈을 뜬다는 것입니다. 눈이 먼 사람들은 삶으로부터 모든 걸 빼앗기고 희망을 잃어버린 나약한 존재인 것입니다. 우리 삶은 눈을 떴을 때 비로소 해방의 안도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인간의 어두운 면만 보여주는 소설이 아닙니다. 인간이 싸놓은 역겹고 더러운 오물 덩어리, 총으로 무장한 군인, 눈먼 자들 사이에서 자행되는 강간 그리고 살인, 하지만 그 속에서 폭력에 대항하고 좁은 수용소에서 공동생활하면서 느끼는 인간적 우애와 연대의식은 인간성이 말살된 눈먼 도시에서 그들이 함께 공존하면서 진정한 휴머니즘이 무엇인지 독자에게 말하지 않아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는 '눈먼 자들의 도시' 이 책이 빛나게 하고 따뜻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도록 중심을 잘 잡은 여주인공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하얗게 보였다. 내 차례구나' 눈먼 자들의 행태를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한 그녀가 자신이 이제 외로운 눈먼 자가 될 위기에서 얼마나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을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 세상에 혼자인 사람은 과연 행복할까요. 함께하는 세상, 함께 연대하며 더불어가는 세상, 주제 사라마구 작가가 마지막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요.

'함께 지냈다'라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혼자 눈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가 공포의 현상에서 포기하지 않고 모두를 구해낸 것은 혼자의 힘이 아닌 눈먼 자들과 함께였다입니다.

따뜻한 남쪽나라 통영에서...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해냄 펴냄

2021년 1월 9일
3

남쪽나라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