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를 보다가 김훈의 작품을 보던 중에 이상문학상을 받은 작품이 있다길래 읽게 되었다. 이책은 작품집으로 수상한 작품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김훈 '화장'
이 작품은 읽으면서 남자에 대한 실망과 함께 인간적인 연민이랄까 불쾌감이랄까... 복합적인 감정들이 들게 했다. 병으로 죽은 부인의 장례를 준비하면서 짝사랑하는 여직원을 생각하고...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공감하기도 쉽지 않은 주인공의 심리. 방광에 찬 소변과 짝사랑 감정이 비례하는 듯한 묘사, 작품의 말미에서 병원에 가 소변을 빼낸 것과 짝사랑의 여직원이 퇴직하는 것은 감정이 사그러들 수 밖에 없음을 연관지어 묘사한 듯 싶다.
아내의 병수발을 든 내용을 보면서는 문득 무서워진다. 모든 사람이 죽을 때까지 건강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많은 사람들의 현실인 것처럼 내게도 그런 일이 생길까봐. 그런 모습은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난 그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할까.
문순태 '늙으신 어머니의 향기'
예전에 사귀던 사람에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나중에 나이 들어 노인네 냄새가 나는 건 싫다고. 참 어렸다. 어릴 때 시골에 가면 연세 많으신 왕할머니가 계셨다. 증손녀인 날 예뻐하셨는데 매가 커가면서 짜증도 내고 귀찮아도 했던 기억이 난다. 돌아가신 후에 그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어른들은 연세가 드시면 세월의 흐름만큼 당신만의 향기를 품는 것 같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젊은 사람들의 몫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