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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윤성희 외 6명 지음
문학동네 펴냄
행복하다.
책의 내용과 메시지는 별개로 한국문학을 좋아하는 독자 입장에서 이 작가들의 단편들을 한손에 챙겨 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알 수 없는 물욕과 소유욕을 만족시킨다.
윤성희, 권여선, 편혜영, 조해진, 황정은, 최은미, 김금희 7명의 작가들이 펼쳐놓는 이야기들은 그 색깔과 틀에 있어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기에 다음 작가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다. 한번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게 된다. 다른 세상에 들어가기 위한 의식이랄까...
김승옥 문학상은...
1960년대 탁월한 감수성으로 단편소설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개척해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소설가 김승옥(1941∼)과 그의 대표작《무진기행》을 기리고 매년 탁월한 작품을 발표한 작가와 한국문학을 이끌 재능 있는 신진 작가를 발굴해 한국문학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KBS 순천방송국(주관:김승옥 문학상 운영위원회)이 2013년부터 제정한 문학상이다. (위키백과: 김승옥문학상)
2015~2018년 경영상의 문제로 중단되었다가 2019년 문학동네에서 주관하여 부활하였다고 하니, 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윤성희 '어느밤' - 아파트 놀이터에서 우연히 그리고 왠지 모르게 발견된 '장민지'라는 소유자의 킥보드를 훔쳐 숨겨놓고 밤마다 남편 몰래 타는 그녀의 이야기. 그녀가 지나온 협오와 폭력으로 얼룩진 여성의 시간도 어쩌면 어느밤의 사고처럼 왔다가 가버리는 것일까?
권여선 '하늘 높이 아름답게' - 한국 근대사와 함께 걷는 가부장제 안에서 파독 간호사 출신 '마리아'의 소천과 그녀를 둘러싼 고귀하지 않은 사람들 이야기.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
편혜영 '어쩌면 스무 번' - 교외 외딴집에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을 모시고 이사 온 젊은 부부와 그들을 지켜주러 혹은 지켜보기 위해 찾아온 보안업체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알 수 없는 비밀과 암호들.
조해진 '환한 나무 꼭대기' - 출가와 환속의 경험과 친구의 마지막을 지켜준 대가로 받은 아파트에서의 생활은 허무의 감정을 지나고, 고독의 밀도가 꽉 차 숨쉬기 어렵지만, 조그마한 틈새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문장들이 비집고 들어온다.
황정은 '파묘' - 군사분계선 최전방의 조부의 묘를 파묘하는 과정을 통해 분단 이후 다양한 시선과 정체성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위대한 어머니라는 위선적 칭송과 마주한다.
최은미 '운내' - 유사 의료 치료인 사혈 치료가 행해지는 수련원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두 소녀과 그 주변 사람들의 기구한 내력과 상처받은 영혼들이 떠도는 세계는 감당하기 힘들다.
김금희 '마지막 이기성' - 한국인 청년 이기성이 일본 유학 시절 겪게 되는 차별과 이에 대한 항의 투쟁으로 연대하는 재일 코리안 유키코와의 같음과 다름, 연대와 연애의 교차로.
이렇게 이책은 7개의 세계와 7번 조우하는 경험으로 김승옥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새로움과 진지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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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책장님의 인생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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