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원 생활을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다뤄야 할 것은 역시 침묵이다. 이곳에 머무르면서 나는 침묵이란 단순한 고요, 단순한 소음의 부재 상태가 아니란 것을 배웠다. 그것은 오히려 소음의 공백이 아니라 매우 적극적인 듣기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소리를 넘어선 소리, 감각을 넘어선 감각을 위한 침묵은 필연적이리라.
#. 오뉴월의 훈풍에도 살갗이 베이는 이유는 훈풍에 있지 않고 내 살갗이 약해진데 있기 때문이다.
#. 사랑에 빠진 인간은 어리석다.
그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그는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을 듣는다.
#. 가끔씩 평범한 질문 앞에서
우리는 운명을 대답해야 함을 느낀다.
#. 태어나기 전에 인간에게 최소한 열 달을 준비하게 하는 신은 죽을때는 아무 준비도 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삶 전체가 죽음에 대한 준비라고 성인들이 일찍이 말했던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생각하는 인간은 분명 어떻게 살 것인가를 안다.
죽음이 삶을 결정하고 거꾸로 삶의 과정이 죽음을 평가하게 한다면 내 삶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전쟁은 모은 이에게 살인면허를 준다.
#. 빵이 없는 사람의 불행은 빵하나로 해결되지만,
빵이 너무 많아 불행한 이의 불행은 대책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