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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15분전

@aypalsjbmak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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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묻힌 거인 (가즈오 이시구로 장편소설,The Buried Giant)의 표지 이미지

파묻힌 거인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시공사 펴냄

p.120) 당신이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면, 액슬, 그대로 놔둬요. 이 안개가 우리를 뒤덮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기억이든 소중한 것이고 우리는 기억을 꼭 붙들어둬야 해요.

p.235) 액슬과 전 우리의 삶이 어떤 모습이었더라도 함께 기억할 거예요. 그건 우리에게 소중한 거니까요.

액슬과 비어트리스는 브리튼족 부부이다. 부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과거는 안개에 가려졌다. 가까운 과거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어느날 문득 부부는 아들의 존재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안개때문에 아들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 수 없고,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만나면 반드시 알아보리라 믿고 둘은 토끼굴을 떠난다. 아들을 찾아 떠난 길에 색슨족들이 사는 마을에 들리게 된다. 한 색슨족에게 지혜로운 수도사에 대해 전해듣고 아들에게 가기 전, 그 수도사를 찾아가기로 한다. 그 마을에서 두 부부는 전사 위스턴과 소년 에드윈을 만나 마을을 함께 떠난다. 지혜로운 수도사 조너스는 기억을 가리는 안개가 암용 케리그의 입김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케리그를 죽여야 안개도 사라진다. 케리그와 안개, 그리고 종족과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5명의 인물들에 의해 펼쳐진다.

책의 중간부분까지 나는 도깨비와 용에 대해 믿지않았다. 그저 그들의 상상속에서 두려움을 만들어 낸 것같았다. 그렇지만 이 책은 판타지가 맞았다. 처음에는 비어트리스처럼 현명한 사람이 되고싶다고 생각했다. 나중에는 액슬과 비어트리스의 사랑이 부러웠다. 아들에 대해 알게 되고 나서 얼마 남지 않은 뒷페이지들을 너무 설렁설렁 읽어내린 것같다. 그만큼 허무한 느낌도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의 잔잔한 분위기가 나의 취향을 저격했다. 어디선가 영화로 제작한다면 바로 영화관으로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10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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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15분전

@aypalsjbmakx

자연에서 얻는 에너지는 때로 나의 우울한 상태를 잠시 지워준다. 감정을 표현하는 문장들이 정말 좋았던 책.

야생의 위로

에마 미첼 지음
심심 펴냄

👍 힐링이 필요할 때 추천!
2020년 6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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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15분전

@aypalsjbmakx

이로써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를 믿게 되었다.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도 정말 좋았지만 《칵테일, 러브, 좀비》는 읽다 미칠 것 같을 만큼 좋았다.

<초대>는 17년째 목에 가시가 걸린 주인공과 남자친구와 남자친구의 친구의 이야기이다. 남자친구는 항상 주인공을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려고 한다. 정작 본인은 교재하기 전과 같은 차림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남자친구의 친구가 정말 중요하다.
이 작품을 읽으며 초반에는 그저 저런 남성들을 비판하는 것인가 싶었다. 그런데 거기서 끝나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었다. 끝에 다다르는 순간 내가 생각하고 있던 이 소설의 장르가 엎어졌다.

<습지의 사랑>은 내가 정말정말정말 사랑하는 소설이다. 물에 빠져 죽어서 물 밖으로 못 나오는 유령 '물'과 그런 물을 두려워 하지 않고 다가온 '숲'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긴 말 할 수 없다. 타이핑 하는 손만 아플 뿐이다. 이 소설은 읽어야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언젠가 꼭 읽어보라고 적극 권장한다. 다른 소설 다 안 읽는다고 쳐도 습지의 사랑은 꼭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칵테일, 러브, 좀비>는 좀비가 되어버린 아빠와 아빠를 지키려는 엄마와 그런 엄마가 답답하지만 이해하려고 하는 딸의 이야기이다.
전형적인 좀비물과 다르게 거리가 마비되고 식량난이 일어나는 일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2차 감염에서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색 달랐고 소설에 나타나는 한국적인 요소도 재미있다.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는 어느날 엄마가 아빠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시작한다. 그걸 목격한 아들은 아빠를 죽이고 자신도 죽는다. 얼핏보면 소설의 결말인 것 같지만(소설 시작했다~ 소설 끝났다~) 이야기는 여기서 부터이다. '오버랩'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타임루프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마지막 글자를 읽는 순간 당신은 소설의 처음으로 되돌아갈 것이다'라는 문장을 떠올리게 했다. 내가 그러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뭐야, 딸 아니었어?'하다가 '아들'이라고 하고 또 다시 '아가씨라고?'하면서 혼자 혼란스러워 했다. 다 읽고 나니 혼란스러웠던 나를 가라앉혔다. 소설을 다 읽고 다시 읽고 싶었다. 이야기를 전부 알고 있는 상태로 읽으면 어떤 느낌을 받을지 궁금하다.

조예은 작가의 책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을 얼마 전 읽었다. 기대에 못 미쳐서 이 단편집을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 《땡스갓, 잇츠 프라이데이》가 너무 좋아서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을 집어든 과거의 나에게 칭찬의 다독임을 전한다. <습지의 사랑>은 <정적>과 함께 내 인생의 단편 소설로 남았다. 둘 다 e-book으로 대여해서 읽었다는 사실이 정말 아쉬울 뿐이다. 언젠가 소장하고 싶다.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지음
안전가옥 펴냄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2020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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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15분전

@aypalsjbmakx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할 것이다. 하지만 온전히 존재하지 않은 상태로라도 영원히 붙어있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는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한 놀이공원, 뉴서울파크에서 일이 벌어진다. 사이가 좋지 않은 부모님과 놀이공원에 온 아이, 엄마와 둘이서 놀이공원에 온 아이, 자신과 헤어지려는 남자친구와 온 신입 교사, 놀이공원 아르바이트로 힘들게 살아가는 청년, 청소업체 사장, 놀이공원의 고양이까지. 모두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첫 번째 아이는 부모를 잃어버리고, 두 번째 아이도 엄마를 잃어버린다. 두 번째 아이는 엄마를 찾게 되고 그 때 이 아이의 음료에 부모를 찾지 못한 아이가 젤리 하나를 넣게된다. 여기서 이 젤리가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목 '대학살'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귀엽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소설의 분위기는 그러한 느낌을 서늘하게 한다. 젤리를 먹으면 어떠한 결과가 나오는지 알고 있으면서, 헤어지려고하는 남자친구에게 젤리를 먹여서라도 붙어있으려는 집착이 아직도 섬뜩하다. 또 놀이공원에서 벌어지는 일을 '사바스'라고 칭하며 신성시 하는 신도들도 있었다. 젤리장수의 학살에 의한 피해자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의해 일어나는 살인사건의 피해자도 생긴다. 이 정도만 해도 놀이공원의 발랄함을 잊기에 충분할 것이다.

아쉬운 점은 왜 대학살이 일어났는지, 누구에 의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는 점이다. 더불어 중요한 것 처럼 비추어지는 사람들이 대학살의 피해자가 되고, 집에 돌아가고, 죽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가볍게 읽기 좋았던 책인 것 같다. 책 속에 생각해 볼 거리를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해도 말이다.

+'김사월-사바스'라는 노래와 함께 읽으면 좋다!

#젤리 #놀이공원 #고양이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조예은 지음
안전가옥 펴냄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2020년 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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