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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리하는 법 (넘치는 책들로 골머리 앓는 당신을 위하여)의 표지 이미지

책 정리하는 법

조경국 지음
유유 펴냄

책에 관한 기억을 막 쓰다 보니 금방 1,000자 이상의 글이 만들어졌다.
혼자 기억해도 충분할 내용을 서평으로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지웠다.

여러 기억 중 잊고 지냈던 소중한 기억 하나만 적어본다.
국민학교로 불리던 시절 새 학기에 새 교과서를 받아오는 날이면 엄마는 나를 앉혀두고, 어디선가 날짜 지난 달력을 들고 오셨다. 그 당시 실감했던 크기는 거의 내 몸을 덮을 정도로 한 장 한 장이 컸었다.
매끈매끈하고 두께도 꽤 있었던 그 종이를 미싱 시다 일을 하던 엄마는 능숙한 가위질로 교과서 크기에 맞게 잘랐다. 달력의 뒷면이 앞으로 나오도록 책을 싸서 커버를 만들었다. 달력 때문에 책 제목이 보이지 않아, 두꺼운 유성 매직으로 과목명을 쓰고 책 뒷면엔 내 이름을 써주셨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모르고 지낸 기억인데,
책에 관한 기억 몇 가지를 막 꺼내서 글을 쓰다가 생각이 났다.
달력 종이의 질감이 떠올랐다. 공부를 잘 하지도 않았던 나였지만,
깔끔하게 흰색 달력 종이로 감싸진 책을 만지면서 무척 좋아했던 것도 생각난다.

—————————
서재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책을 꽂아두는 서가
낡은 책을 보수하는 방법,
책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방법,
조명스탠드
독서대
책싸개

등 책을 읽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책을 읽은 후 현재 나의 독서환경의 개선을 위해 뭘 해야 할지 서재를 둘러봤다.
이전에는 참 작은 방이라 불만이 많았는데, 조경국 씨의 책을 읽고 나니 뭔가 근사하게 느껴진다.
상판이 무척 넓은 책상도 마음에 들고,
손을 뻗으면 대부분의 책이 손에 닿는 방 크기도 좋다.
문을 닫고 있으면 나름 세상과 단절되는 공간인 점도 좋다.
몇몇 물건들을 치워야지. 책과 글쓰기에 관한 물건들만 채워두고 나머지는 정리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아. 음악 정도는 들을 수 있게 오디오는 그대로 둬도 좋을지도.

—————————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돈이 들고,
공간이 필요하고,
책을 정리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야 할 때도 많다.
그중에서도 제일 힘든 건 책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는 일이 결코 유쾌하기만 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나이가 점점 들어갈수록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 많아진다.

그럼에도 나는 책을 읽는 게 좋다.
계속 읽어나가다 보면 재미있는 일들이 계속 생겨날 거라고 믿는다.
힘들 때 위안이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책처럼 의미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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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술하는 야초님의 쓰레기책 게시물 이미지
읽어서 즐거운 책이 있고
읽어서 불편한 책이 있다.

이 책은 후자다.
저자는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한다. 딱 그 하나의 목표를 갖고 쓴 글이다.

읽는 내내 불편함을 느꼈지만
복잡하지 않고 명쾌하게 풀어가는 글이다.

현대 자본주의 중심 세계에서는 필연적으로 쓰레기가 많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방향을 잡을라치면 자본주의에 대한 심도 깊은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겠으나 저자는 쓰레기를 덜 만드는 방식과 처리방식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
기왕 쓰레기를 만들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
재활용률을 아주 높게 올려서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쓰레기 양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 해야 한다.

한국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닌 세계 여러 나라의 좋은 사례를 접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독일에서는 테이크아웃 커피컵 보증금이 1유로 (약 1300원)
이라 커피 컵을 버릴래야 아까워서 버릴 수 없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내가 좋아하는 대만이라는 나라는 재활용률이 여타 나라에 비해 아주 높아서 매립되는 쓰레기의 양이 아주 적다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생각해본다.
나와 아내가 만들어내는 쓰레기의 양도 꽤 많아보인다.
재활용을 매주 1회씩 하는데 플라스틱 생수병과 종이박스 등이 상당히 많다. 그걸 줄여보자.

쓰레기책

이동학 지음
오도스(odos) 펴냄

2020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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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술하는 야초님의 아무튼, 하루키 게시물 이미지
#아무튼하루키
#이지수작가

이 책의 저자만큼인지는 몰라도 나도 하류키의 글을 읽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읽게 된 상실의 시대 를 시작으로 그의 수많은 소설과 에세이 등을 찾아서 읽어나갔다. 그의 글은 읽으면 똑같아 따라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두부 한모와 맥주 한병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를 보며 나는 두부 한모와 보리차를 마셨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그를 보며 나도 매일같이 달린 적도 있다. 그의 소설에 나오는 음악을 찾아듣고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상상한 적도 셀 수 없을만큼 많다.

지금은 더 이상 그의 글을 찾아읽거나 하진 않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에게 실망했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자연스레 멀어졌다.

그러다 아무튼 시리즈에서 이 책 제목이 보여 오랜만에 그를 추억하고 그를 동경했던 나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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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인 이지수 번역가&작가 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고 그게 계기가 되어 일본 유학을 2번이나 다녀오고 현재 번역가로 일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하루키 관련 원서만 80여권 꽂혀있는 걸 본 편집자가 저자에게 하루키를 다뤄보는 책을 쓰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하루키의 책 한권을 간단히 소개하고, 그 책과 관련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떤 부분은 많은 공감을 자아냈고, 또 어떤 부분은 조금 산으로 가는 느낌이 없지 않나 했지만,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어나갔다. 

다만, 정확히 용어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페미니즘과 PC에 대해서 애매모호하게 인용을 하는 부분이 잘 읽혀지지 않았다. 책 후반부에 하루키의 책을 읽은 여성 4명이서 하루키에 대해 토론을 하면서 나오는 글도 사람에 따라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이 종종 나왔다.

아무튼, 하루키

이지수 지음
제철소 펴냄

2020년 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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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술하는 야초님의 철수 이야기 1 게시물 이미지
잠시 훑어본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책을 다 읽어버렸다.

시골
강아지
할아버지
산과 들 그리고 바다와 하천

제목의 철수는 강아지를 뜻한다.
저자의 유년시절은 시골에서 철수라는 이름의 강아지와 함께였다. 늘 함께 다니고 장난치고 놀고 자고 먹고..

나의 어린 시절과 나와 함께 했던 여러 강아지들이 차례차례 떠올랐다. 새삼 그리워지기도 했고 그들의 부재가 느껴지니 또 가슴 한켠이 아프다.

어느 시골에나 있을 법한 흔한 이야기 속 소년과 강아지 이야기라서 더 좋았다. 그만큼 공감할 부분이 많았다.

유독 외로움이 많이 타는 아이였던 내가 안쓰러웠는지 엄마는 강아지를 계속 키울 수 있게 해주었다. 그 중에는 아파서 금방 우리를 떠난 친구도 있었고, 사고가 나서 떠난 친구도 있다. 애교가 넘치고 귀여웠지만 알 수 없는 피부병 때문에 아버지의 구박에 못이겨 엄마가 나 몰래 시장에 내다판 적도 있다. 그 뒤로 한참 강아지와 인연이 없다가 스무살이 되던 해에 친구녀석이 전해준 인표라는 이름의 강아지와 10년을 함께 했다. 중간에 길에서 데려온 토토도 있었다. 토토가 3년 전 우리를 떠난 걸 마지막으로 더 이상 동물을 키우거나 하진 않는다.
마지막이 너무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돌이켜보면 그들 덕에 참 많이 웃었다. 점점 서먹해지는 가족간의 관계에서 인표와 토토는 접착제 역할을 해줬다. 우리 가족이 붙어있을 이유를 만들어줬다.

우울과 무기력을 반복하던 20~30대의 내 곁에 그들이 다가오면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

오랜만에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2권도 곧 읽어봐야지.

철수 이야기 1

상수탕 지음
돌베개 펴냄

2020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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