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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관한 기억을 막 쓰다 보니 금방 1,000자 이상의 글이 만들어졌다.
혼자 기억해도 충분할 내용을 서평으로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지웠다.
여러 기억 중 잊고 지냈던 소중한 기억 하나만 적어본다.
국민학교로 불리던 시절 새 학기에 새 교과서를 받아오는 날이면 엄마는 나를 앉혀두고, 어디선가 날짜 지난 달력을 들고 오셨다. 그 당시 실감했던 크기는 거의 내 몸을 덮을 정도로 한 장 한 장이 컸었다.
매끈매끈하고 두께도 꽤 있었던 그 종이를 미싱 시다 일을 하던 엄마는 능숙한 가위질로 교과서 크기에 맞게 잘랐다. 달력의 뒷면이 앞으로 나오도록 책을 싸서 커버를 만들었다. 달력 때문에 책 제목이 보이지 않아, 두꺼운 유성 매직으로 과목명을 쓰고 책 뒷면엔 내 이름을 써주셨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모르고 지낸 기억인데,
책에 관한 기억 몇 가지를 막 꺼내서 글을 쓰다가 생각이 났다.
달력 종이의 질감이 떠올랐다. 공부를 잘 하지도 않았던 나였지만,
깔끔하게 흰색 달력 종이로 감싸진 책을 만지면서 무척 좋아했던 것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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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책을 꽂아두는 서가
낡은 책을 보수하는 방법,
책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방법,
조명스탠드
독서대
책싸개
등 책을 읽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책을 읽은 후 현재 나의 독서환경의 개선을 위해 뭘 해야 할지 서재를 둘러봤다.
이전에는 참 작은 방이라 불만이 많았는데, 조경국 씨의 책을 읽고 나니 뭔가 근사하게 느껴진다.
상판이 무척 넓은 책상도 마음에 들고,
손을 뻗으면 대부분의 책이 손에 닿는 방 크기도 좋다.
문을 닫고 있으면 나름 세상과 단절되는 공간인 점도 좋다.
몇몇 물건들을 치워야지. 책과 글쓰기에 관한 물건들만 채워두고 나머지는 정리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아. 음악 정도는 들을 수 있게 오디오는 그대로 둬도 좋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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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돈이 들고,
공간이 필요하고,
책을 정리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야 할 때도 많다.
그중에서도 제일 힘든 건 책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는 일이 결코 유쾌하기만 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나이가 점점 들어갈수록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 많아진다.
그럼에도 나는 책을 읽는 게 좋다.
계속 읽어나가다 보면 재미있는 일들이 계속 생겨날 거라고 믿는다.
힘들 때 위안이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책처럼 의미가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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