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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어요
'적'이란 표현이 일본어 잔재여서 될 수 있으면 쓰지 말라는 책을 며칠 전에 읽었는데 책 제목이 <일본적 마음>이다. 너무나 '일본적'이 아닌가 반감도 조금 생기지만 <일본의 마음>으로 번역된 책도 있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자. 책 제목부터 시비를 걸었지만 이 책은 일본에 학자, 그리고 시인으로 살고 있는 저자의 담백한 일본 인문에세이다. 한 손에 들어오는 아담한 책 크기에 단락마다 길이도 적당해 리듬감있게 읽힌다. 일본 문화, 예술, 사무라이 중심의 전통, 야스쿠니 신사로부터 일본사와 한일관계에 이르기까지 주제도 폭넓다. 일반 여행서처럼 가볍지도 않고 너무 많은 지식을 쏟아내어 거부감이 들게하지도 않아 좋다.
형식만 유난히 강조되는 줄 알았던 일본 다도가 조금 모자란 가운데 마음의 충족과 심오함을 찾는 '와비사비'를 근본으로 하는 일본을 대표하는 첫번째 문화중 하나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도쿄 어느 공원에서 징그럽게 많은 까마귀를 경험했지만 일본 축구 대표팀 문장에까지 쓰이는 줄도 처음 알았다. 승리의 행운을 안기는 길조를 넘어 기적을 가져온다는 신성한 의미까지 부여 받는 것이 일본의 까마귀다. 좀 더 이야기하면 축구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까마귀는 발이 세 개다. '삼족오'. 일본의 시, 하이쿠와 유럽의 일본 열풍을 불러온 그림, 우키요에에 대해서도 이 책은 초급 안내서 역할을 훌륭하게 해낼 만하다.
오랜 시간 일본에서 몸소 느끼고 일본인과 교류했던 지식을 풀어 놓아 더욱 믿음이 간다. 게다가 사무라이 문화나, 배경 설명을 위한 역사 서술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필요한 정보들은 담았다. 그 페이지만 따로 복사해 두고 싶을 정도다. 억울하게 죽은 주군에 대한 의리로 복수하되, 그것이 쇼군이 정한 규율 위반임을 받아들여 할복하는 47인의 사무라이 이야기, '츄신구라'도 일본의 (또는 일본적) 마음을 이해하는데 필수일 것이다.
올해 일본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전반에서 교양으로서 공부를 시작하려 하는데 좋은 안내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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