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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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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정의 (앤 레키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사소한 정의

앤 레키 지음
아작 펴냄

‘라드츠 제국’은 끊임없는 정복과 확장을 통해 오랜 기간 우주를 지배해 왔으며, 그 중심에는 클론 복제를 통해 동시에 수천 개의 몸이 존재하는 절대군주 ‘아난더 미아나이’가 있다. 인공지능인 주인공은 제국의 초대형 함선을 운영하며 장교를 보필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 절대군주 ‘아난더 미아나이’의 계략에 빠져 자신의 함선과 장교를 모두 잃고 인간의 몸에 갇힌 상태로 가까스로 탈출한다. 인간 ‘브렉’으로 거듭난 인공지능은 한때 자신이 맹목적으로 충성했던 절대군주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긴 여정을 떠난다.

이 책은 2013년에 발표된 앤 레키의 첫 장편소설로 ‘라드츠 제국’이라는 세계관을 정교하게 구축하고 그 가상의 세계에서 실제 있을 법한 인물•관습•배경 등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면서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대대적인 찬사를 받았다. 실제로 네뷸러상과 휴고상 등 SF 소설계의 굵직한 상들을 휩쓸다시피 했다.

하지만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이러한 정교한 세계관이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철저하게 라드츠 제국에 사는 인간(혹은 인공지능)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지구인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아무리 집중해도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녀(혹은 그)가 누군지, 누가 이야기를 하는지, 복제한 사람 중 누구인지 등등

하지만 책의 중반을 넘어서 일단 그 세계관에 익숙해지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금 전에 라드츠 제국 시리즈 2편 ‘사소한 칼’을 읽기 시작했는데, 술술 읽히기 시작했다. 나 아무래도 제국 사람이 다 된 것 같다.
2019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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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 종족의 위대한 지도자였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몰락한 집안의 장남이 아버지의 대를 이어 지도자 선거에 출마한다. 경쟁자인 원수 집안의 온갖 방해를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이 밝혀지는데...

“재미있는 건 좋은 거야”라는 모토를 가진 너구리 가족의 유쾌하고 가슴 따뜻한 모험 이야기.

솔직히 고백하자면 일본의 소설과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어떻게 일본을 좋아할 수 있어!” 이렇게 속 좁게 굴 일은 아닌 것 같다. 비록 한·중·일 3국의 관계가 과거사 문제와 현실 정치 문제로 많이 꼬여있지만, 문화만큼은 ‘중립지대’로 둬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일본인 중에 한국의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 한국인 중에 일본의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그럽게 봐주면 좋겠다.

‘모리미 토미히코’ 작가의 책을 이번에 두 번째로 읽었다. 작가는 뭐랄까? 사업가로 치자면 수완이 좋은 장사꾼 느낌이다. 그는 책을 쓰면서 일본의 큰 시장인 소설과 애니메이션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것으로 보이며, 양쪽 모두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루었다. 실제로 그의 소설 다수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으며, 많은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전작인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은 소설의 느낌이었다면, 이 책은 아예 애니메이션 대본을 읽는 느낌이다. 대놓고 애니메이션이다. 이런 점에서 독자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즐거운 경험이겠지만, 그게 아닌 사람들에게는 “이 무슨 황당한 설정과 이야기 전개란 말인가!”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유정천 가족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작가정신 펴냄

2019년 5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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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다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그건 본능에 가까운 것으로 인간의 발달과 사회화 측면에서 좋은 점이 많다. 그래서 ‘잘 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청소년 도서다.

‘부모와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기’라는 아이의 숙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읽은 책인데, 다음 두 가지 이유로 읽는 데 힘이 들었다.

첫째, 우선 청소년 도서를 읽은 것 자체가 고역이다. 어른이 볼 때는 너무 쉽고 지적인 자극이 없는 내용이라서 읽다 보면 절로 하품이 난다. 그리고 “너희들은... 하는 거야.”라는 식의 독자를 하대하는 말투도 은근 빈정 상한다. (언제 봤다고 반말이야! ㅋ)

둘째, 실제로 놀아보면 노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몸과 마음으로 알 텐데 이걸 굳이 책으로 배워야 하나라는 정서적인 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놀지 못했으면 이런 책이 출간되고, 또 부모와 함께 읽으라는 숙제까지 나왔을까 싶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아이들을 통해 부모에게 읽히려고 만들어진 책이 아닐까 싶다. 반성하라고.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기를 권한다. 어쩌면 당신도 졸리고 씁쓸하고 반성하는 마음이 들지 모르겠다.

논다는 것

이명석 지음
너머학교 펴냄

2019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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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철

@ro5bwii70kej

독후감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적은 글이라면, 서평은 평가를 통해 타인에게 책을 읽을지 여부를 알려주는 글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서평을 쓰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서론 부문에서 서평의 본질과 목적 등을 쉽게 설명한다. 그리고 ‘~ 하는 것이지요.’라는 식의 묘한 구어체를 써서 처음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입문서로 알았다.

하지만 막상 서평의 요소를 알려주는 본론 부분에 들어가면 공시적 맥락화, 통시적 맥락화 등 자세한 설명이 생략된 어려운 개념들과 예시들이 난무한다. 그렇다고 전문 서평가들을 위한 깊이 있는 지식과 논리를 담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지식인의 저주’라는 말이 떠오르는 책이다. 전문 서평가로서 일단 무언가를 알고 나면 ‘알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할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지식의 저주에 빠지게 되면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서평 쓰는 법

이원석 지음
유유 펴냄

2019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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