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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시간 엄마 냄새
이현수 지음
김영사 펴냄
읽었어요
냄새. 어딘지 모르게 원초적이고 날 것의 느낌이다. '내음'이나 '향기'보다는 좀 더 중립적이고 객관적이지만, 수식어가 없는 그 자체로는 긍정인지 부정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단어.
이 책은 인간의 생존과는 이제 더이상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냄새'가 한 생명을 살릴 수도, 망가뜨릴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엄마 냄새가 아이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단순히 영향을 뛰어넘어 아이의 삶과 생존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태어난 후 엄마 냄새를 충분히 맡고 자란 아이는 정서가 안정되고 온화하고 개방적인 성격을 형성하게 되고 이러한 토대 위에서 아이는 지적 성장까지 이룰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 글쓴이는 최소한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 하루 세 시간 이상 엄마 냄새를 맡게 하라고 말하고 있다.
당장 사는 것이 바빠 하루 세 시간을 낼 수 없는 엄마들의 원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글쓴이는 이 세 시간을 양보할 수 없는 최후의 배수진이라 강조한다. 수십 년의 실제 상담을 통해 깨달은 경험적 확신이 아닐까 한다.
육아휴직 후 아이를 직접 키우고 있는 아빠 입장에서는 글쓴이의 확신이 조금 서운하기도 하지만, 생각해 보면 열 달을 온전히 품으며 피와 살을 공유했던 엄마의 냄새보다 아이에게 강렬한 것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다만, 육아에 있어 아빠의 역할을 엄마의 보조자 정도로 설정하고 엄마 냄새에 맹목적 의미를 부여하는 부분이 많아 아빠 입장에서 조금 거부감이 들기도 하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부모가 함께 아이를 키워 나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계속 될 수 있게 아빠의 역할도 조금 깊이 있게 다루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우리는 흔히 인간을 짐승들보다 고차원적인 고등생물로 여긴다. 하지만 글쓴이의 생각을 빌리자면 우리는 냄새, 곧 후각에 생존을 걸고 있는 연약한 한 마리 짐승에 불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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