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토끼님의 프로필 이미지

골방토끼

@86da9ykhpcpm

+ 팔로우
하루 3시간 엄마 냄새 (엄마가 가진 놀라운 능력 엄마 냄새가 아이의 인생에 기적을 만든다)의 표지 이미지

하루 3시간 엄마 냄새

이현수 지음
김영사 펴냄

읽었어요
냄새. 어딘지 모르게 원초적이고 날 것의 느낌이다. '내음'이나 '향기'보다는 좀 더 중립적이고 객관적이지만, 수식어가 없는 그 자체로는 긍정인지 부정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단어.

이 책은 인간의 생존과는 이제 더이상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냄새'가 한 생명을 살릴 수도, 망가뜨릴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엄마 냄새가 아이에게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단순히 영향을 뛰어넘어 아이의 삶과 생존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태어난 후 엄마 냄새를 충분히 맡고 자란 아이는 정서가 안정되고 온화하고 개방적인 성격을 형성하게 되고 이러한 토대 위에서 아이는 지적 성장까지 이룰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 글쓴이는 최소한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 하루 세 시간 이상 엄마 냄새를 맡게 하라고 말하고 있다.

당장 사는 것이 바빠 하루 세 시간을 낼 수 없는 엄마들의 원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글쓴이는 이 세 시간을 양보할 수 없는 최후의 배수진이라 강조한다. 수십 년의 실제 상담을 통해 깨달은 경험적 확신이 아닐까 한다.

육아휴직 후 아이를 직접 키우고 있는 아빠 입장에서는 글쓴이의 확신이 조금 서운하기도 하지만, 생각해 보면 열 달을 온전히 품으며 피와 살을 공유했던 엄마의 냄새보다 아이에게 강렬한 것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다만, 육아에 있어 아빠의 역할을 엄마의 보조자 정도로 설정하고 엄마 냄새에 맹목적 의미를 부여하는 부분이 많아 아빠 입장에서 조금 거부감이 들기도 하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부모가 함께 아이를 키워 나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계속 될 수 있게 아빠의 역할도 조금 깊이 있게 다루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우리는 흔히 인간을 짐승들보다 고차원적인 고등생물로 여긴다. 하지만 글쓴이의 생각을 빌리자면 우리는 냄새, 곧 후각에 생존을 걸고 있는 연약한 한 마리 짐승에 불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0

골방토끼님의 다른 게시물

골방토끼님의 프로필 이미지

골방토끼

@86da9ykhpcpm

  • 골방토끼님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게시물 이미지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강용수 지음
유노북스 펴냄

읽었어요
1주 전
0
골방토끼님의 프로필 이미지

골방토끼

@86da9ykhpcpm

예상치 못한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삶을 필사적으로 살아내기 위해 안간힘 썼던 두 여성의 이야기. 비극적 역사, 뒤바뀐 삶, 거짓과 진실, 체념과 회피, 후회와 용기.

읽는 내내 응원했던 주인공이 맞이한 허망하고 가슴 아픈 결말이 마음에 씁쓸함을 남긴다. 그토록 악착 같이 그리고 진취적으로 불행했던 삶을 개척하던 주인공이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나약해지고 운명에 순응하고 때론 답답할 만큼 쉽게 무너져내리는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주인공에겐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파고였겠지만 그것 또한 뛰어넘어 이겨내주기를 바란 건 욕심이었을까?

찝찝한 결말에 책을 덮고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삶은 권선징악이나 고진감래처럼 동화 같진 않겠지만 우울한 결말은 항상 피하고 싶다.

섬세하고 구체적이었던 처음과는 달리 작품이 진행될수록 서술의 시간 간격이 너무 벌어져 끝부분에 가서는 사건을 온전히 정리하지 못하고 급하게 마무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인물의 삶을 실감나게 그린 점과 예상했던 반전을 한 번 더 비튼 작가의 구성력이 돋보인다. 두꺼운 책이라 선뜻 읽기 부담스럽지만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이금이 지음
사계절 펴냄

읽었어요
2023년 6월 16일
0
골방토끼님의 프로필 이미지

골방토끼

@86da9ykhpcpm

흥미로운 이야기들

회색 인간

김동식 지음
요다 펴냄

👍 일상의 재미를 원할 때 추천!
2023년 5월 30일
0

골방토끼님의 게시물이 더 궁금하다면?

게시물 더보기
웹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