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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칼로리의 음식을 생산하기 위해 1리터의 물을 허비해.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의 두 배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공기 중에 내뿜고 있고. 신문을 펼쳐봐. TV를 켜봐. 가뭄과 홍수, 태풍.
나쁜 소식 없이 하루도 지나가는 법이 없지만 기후 회의에서 내놓은 결정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뿐이야. 그리고 테러는 온갖 곳에서 일어나고 있지. 빈곤으로 잃을 게 없는 아이들이 용병으로 전쟁에 참가하고 있고."
-제바스티안 피체크, 《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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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메시지는 굉장히 명백하고 더없이 직설적입니다. 메시지가 뚜렷한 작품은 많이 읽어 보았지만 이렇게까지 대놓고 직설적인 작품은 또 처음이라 지금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어안이 벙벙하네요.
물론 단순히 직설적이기만 했다면 이 작품을 좋게 평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이 소설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작품보다 메시지가 우선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메시지가 분명하고 직접적인 작품의 경우 메시지를 위해 작품이 '희생'됐다는 느낌을 받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메시지가 곧 사건의 중심이며 방해자의 목적입니다. 다시 말해 작품에 메시지를 잘 '활용'했죠.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마닐라 독감'이라는 유행성 전염병이 전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지구, 독일 베를린의 길거리를 전전하는 노아는 자신에 대한 아무런 기억이 없습니다. 그는 어느 날 총상을 입은 채 거리에서 깨어났고, 노숙자인 오스카가 노아를 돌보았죠.
어느 날 노아는 신문에서 어떤 그림을 그린 화가를 찾는 광고를 보게 되는데, 그것을 보고 머릿속에 섬광을 느낀 노아는 자신이 그 그림을 그렸다고 제보를 합니다.
그리고 노아가 제보 전화를 건 그 순간, 정체 모를 권력자들이 노아를 쫓기 시작합니다.
기억상실이라는 흔한 소재에, 환경보호라는 흔한 주제죠. 하지만 『노아』는 서사적 긴장감을 절대 놓치지 않은 채 플롯을 끝까지 힘있게 이끌어갔고, 결국 저라는 독자 한 명을 만족시켰습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드러나는 진실도 제법 놀라웠고, 결말도 깔끔해서 좋았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이제 예술가들의 임무는 이미 존재하는 것을 얼마나 새롭게 표현하느냐 하는 것이라 하겠네요.
600쪽에 달하는 제법 두꺼운 책이었지만, 전개감 있고 재미있어서 읽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사회파 스릴러, 이 작품을 시작으로 아마 서양 스릴러를 많이 찾아 읽게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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