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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짓은 돌팔이에다 외적인 모습마저 하찮아 보이는 정신과 의사가 다섯 명의 환자를 괴짜처럼 치료하는 시트콤 같은 소설이다. 회사 스트레스, 화병, 피해망상, 중독,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환자들을 상식에서 벗어난 행위로 치료한다.
현대사회에 흔히 있을 법한 이 정신과 질병에 대한 접근은 전반적으로 꽤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특히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연예인 지망생의 병을 치료한 방법이 인상 깊었고, 휴대전화 연락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고등학생에 대한 이야기는 주제가 흥미로웠다. 하지만 간호사를 묘사하는 방식이나 여성 등장인물들에 대한 캐릭터 설정이 흔히 말하는 ‘일본 남성이 생각하는 음탕한 여자들의 문제점’을 전부 주입시켰다는 생각에 읽는 내내 기분이 쎄-했다.
휴대전화에 집착하는 남고딩편에서는 왠지 이야기에 사용되는 단어가 익숙하게 다가왔다. 최신곡 씨디를 구매해서 빌려주고, 휴대폰 폴더를 닫고, 문자(일본으로 치자면 메일)를 시도 때도 없이 주고받고, 수신이 실패하고, 고작 200통을 많다고 하고(한국은 하루에 500통은 기본 아니었냐구!),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 만지는 것을 안 좋게 생각하는 것이 마치 내가 고등학생 때 일본에서 듣고 자란 이야기와 묘하게 일치했다. 역시나 딱 그 시기가 맞아떨어진다. 괜히 반가운 감정이 생겼다.
이 와중에 의문점 몇 개가 생기긴 한다. 그래서 결국 수영으로 스트레스를 이겨내던 환자는 쭉 수영을 그렇게까지 중독자마냥 하게 되는 건가? 정말 수영을 2km나 하다 보면 아드레날린 대방출 사태가 발생하나? 다들 제대로 치료가 된 게 맞긴 할까? 이라부 정신과 의사는 얻어걸리는 건가, 아니면 진짜 천재인 건가? 간호사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 (갑자기 또 열 받네..)
“그런 병은 부정해봐야 소용이 없거든. 긍정해주는 데서부터 치료를 시작하는 거야. 잠을 못 자는 사람한테 잠 좀 자라고 말해봐야 소용없어. 아무래도 잠이 안 오면 그냥 깨어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면 환자도 마음이 편해지지 않겠어? 그럼 곧 잠을 잘 자게 되거든. 그거랑 같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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