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동화 같은 소설이다. 자기계발서 성향을 띄기도 한다. 담담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잔잔한 소설 속 울림을 기대하고 읽은 책인데, 예상과 달리 지극히 동화적이고 교훈적인 면을 띈다.
반짝반짝 빛나는 화려한 빛깔의 깃털을 지닌 새는 닿는 곳마다 봄이 온다. 척박한 땅에서 풀들이 자라고, 나무는 꽃을 피우고 날씨는 온화하며 봄의 향기를 담은 산들바람이 분다. 그리고 남자는 오랫동안 오지 않은 봄을 찾아, 그리고 봄을 불러오는 마법의 새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남자의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말 속에 인생의 교훈을 담고 있고, 남자는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남자는 매번 교훈을 깨달아 마음 속으로 되뇐다.
이런 과정들이 작위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그 말들 속에 얻는 것이 많았다. 아직도 그 책 속에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적어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밖은 보지만, 봄은 우리 안에 있다.
봄을 찾아 떠난 남자
클라라 마리아 바구스 지음
청미 펴냄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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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이상을 좇아, 그들의 용기를 모아 세운 유토피아가 결국 존스 농장과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소름이 돋았다. 나폴레옹의 탐욕과 독재는 우리 역사에 존재했던 몇몇 지도자들과 닮았고, 그에게 충성해 근거없는 말로 동물들을 현혹시키며 사리사욕을 채우는 스퀼러는 시민들의 눈을 가린 언론기관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동물들의 무지, 혹은 무관심이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면서도 ‘나는 알지’에 그칠 뿐 방관하는 벤자민의 모습과, 원칙이 바뀌어가고 부당한 처사를 당하고 뭔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해도 ‘뭔가 이상한데’하고 돌아서고 마는 동물들의 모습은 나폴레옹과 스퀼러보다도 훨씬 더 소름이 돋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나의 그런 모습들이 타락한 사회를 형성한 죄악이며, 방관자는 나폴레옹을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자격이 없음을 깨달았다. 결국 나폴레옹과 스퀼러 등 돼지들이 붙인 작은 불꽃에, 동물농장을 타락으로 이끄는 큰 화력을 불어넣은 것은 바로 이러한 동물들의 무지와 무관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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