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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듯 너를 본다

나태주 지음
지혜 펴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1>






그냥 줍는 것이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시>






한밤중에 까닭 없이
잠이 깨었다

우연히 방안의
화분에 눈길이 갔다

바짝 말라 있는 화분

어, 너였구나
네가 목이 말라 나를
깨웠구나.

<한밤 중에>


서평/ 꽃시의 정석

책 제목처럼 꽃이 등장하는 꽃시가 많다. 그 유명한 <풀꽃1>도 이 시집에 담긴 시였다. 나태주가 직접 그린 들풀과 꽃 그림도 나온다. 예쁘고 푸르고 사랑스러운 느낌의 시집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꽃과 자연과 풀의 시들. 사랑을 표현한 시가 너무 좋았다. 담백한 느낌이었다. 요즘 시가 아메리카노라면 나태주의 시는 다방커피 같은 느낌이랄까. 푸르고 담백하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공감하기 쉽다. 어렵지 않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좋은 시집이었다. 짧고 간결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2019년 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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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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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주님의 나의 외로움을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게시물 이미지
불볕아래 있다 보면 누구나 헛것을 보 기 마련이다
움푹 파인 눈 언저리가 나에게 오아시스처럼 보였다
네 얼굴의 그늘만큼
나는 쉬었다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게 그을음인 줄 모르고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알록달록한 버섯으로
너무 끔찍하게 예뻐서
울음이 독처럼 퍼질때까지
눈물이 모이는데 왜 소리가 날까
제일 크게 울수록 제일 먼저 죽는 병아리처럼
너는 그렇게 아름다웠다
예상은 이성보다 감성에 더 헤프게 다가왔다

함부로 자란 너를 몰래 떠서 먹은 그때부터
검버섯이 여기저기 올라오더니 그 까만 입으로
나를 집어 삼켜버렸어

그리움이 그을음으로 번져 드디어 나에게도
오아시스가 생겼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쉬이 기뻤다
네가 쉬었다 갈 딱 그만큼의 그늘을 드리우고
조용히 풍화하며

이제 불볕 아래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없이 빛만 남는다
흰 뼛가루가 빛처럼 펄럭였다
네가 느리게 다가오는 것도 같았다

<독>






돌아 누운 마음을
염려 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새해 같은 맑은 다짐 치고는
꽤나 낭만스러워서
아침보단 저녁에 어울렸다
눈을 뜨면서 다짐하는 사람들과는 멀어지기로 했다
자리에 누워 천장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사람과 함께 하자고
다짐 치고는 시시해서 웃었다

사월은 어딘가 근사할 거라는 믿음은 벚꽃 때문에 가능하다
벚꽃은 한때라 평화롭다

내가 조금 더 시시해지길 바랐다
내가 조금 더 근사해지길 바랐다

떨어지는 벚꽃을 염려 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새해다짐 치고는 너무 늦은 것 같아
쉽게 어길 수 있었다

몸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꽃들이 부러웠다
나는
꽃이 아니다

<사월>

책 리뷰/이름처럼 고요한 몽상가의 시

아무 시집이나 꺼내들었다. 제목이 너무 좋아서였다. 사람들은 누구나 외롭고 누구도 그 외로움을 모른다. 사실은 자신의 외로움 빼고는 궁금하지 않은것이 당연한게 아닐까.

김고요. 이름인지 필명인지 모를 시인의 이름이 이 시집과 참 잘 어울린다. 이름같은 글을 쓰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몽환적이고 고요한 독백, 신기루같은 시들이 많았다. 특히 <독>이라는 시가 인상깊었는데 어떻게 '울음이 독처럼 퍼질때까지'라는 표현이 나올 수 있었을까. 시가 전체적으로 참 좋았다. 보여지는 것만 표현하는게 아닌 보여지지 않는부분들을 잘 끌어내는 글을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시집을 읽어야겠다.

나의 외로움을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김고요 지음
별빛들 펴냄

2019년 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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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주님의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게시물 이미지
슬픔의 과적 때문에 우리는 가라앉았다
슬픔이 한 쪽으로 치우쳐 이 세계는 비틀거렸다 
 
신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그것이 일반명사인지 고유명사인지 알 수
없어 포기했다
기도를 하던 두 손엔 검은 물이 가득 고였다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
최대한 가만히 있으려고 할수록 몸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딱딱해지고 있었다 
 
해변에 맨발로 서 있던 유가족
맨살로 닿을 수 없는 거리가 그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죽을 때까지 악몽을 꾸어야 하는 사람들의 뒷모습
학살은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꾸는 악몽 같은 것 
 
손가락과 발가락까지 피가 돌지 않고
눈이 심장과 바로 연결된 것처럼 쿵쾅거렸다 
 
모든 것이 가만히 있는 곳이 지옥이다
꽃도 나무도 시들지 않고 살아 있는 곳
별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멈춰서 못처럼 박혀 있는 곳
죽은 마음, 죽은 손가락, 죽은 눈동자 
 
위로받아야 할 사람과 위로할 사람이 한 사람이라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기도밖에 없는 것인가 
 
우리는 떠올라야 한다
우리는 기어올라야 한다
누구도 우리를 끌어올리지 않는다 

가을이 멀었는데 온통 국화다
가을이 지난 지가 언젠데 국화 향이 이 세계를 덮고 있다
컴컴한 방에 검은 비닐봉지를 쓰고 앉아 있는 것처럼 숨이 막힌다
꿈속에서도 공기가 희박했다 
 
해변은 제단이 되었다
바다 가운데 강철로 된 검은 허파가 떠 있었다

<검은 방>






고개를 기울이면
남산타워가 쓰러지고
건물 유리창들이 유성우가 되어 쏟아지고
화면에서 글자들이 흘러내리고
구름에서 빗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고개를 기울이면
당신의 어깨가 한쪽으로 꺾이고
한쪽 입술이 올라가고
오른쪽 눈에 눈물이 가득 차고
기억이 주르륵 쏟아진다

고개를 들고 물을 마실 때는 스르르 감기는 눈

우리는 고개를 기울이고
서로의 입에 입을 맞추고
서로의 눈에 고인 눈물의 마시고
서로의 귀에 귀를 가져다 대고
어깨를 비빈다

당신의 귓바퀴는 트랙을 닮았다 모래시계처럼
당신 귓속에서 흘러나온 모레가 내 귓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우리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일 때마다
서로의 귀가 스칠때마다
같은 노래가 급류가 되어 우리의 심장을 지나간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먼 곳으로
마음을 보내고 있었다

<연인>






지구 속은 눈물로 가득 차 있다

타워팰리스 근처 빈민촌에 사는 아이들의 인터뷰
반에서 유일하게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아이는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타워팰리스 근처를 둘러싸고 있는 낮은 무허가 건물들
초대받지 못한 자들의 식탁

그녀는 사과를 매만지며 오래된 주방을 떠올린다
그녀는 조심 조심 사과를 깎는다
자전의 기울기만큼 사과를 기울인다 카레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속살을 파고드는 칼날

아이는 텅 빈 접시에 먹고 싶은 음식의 이름을 손가락에 물을 붙여 하나씩 적는다

사과를 한 바퀴 둘레 때마다
끊어질 듯 말 듯 떨리는 사과 껍질
그녀의 눈동자는 우물처럼 검고 맑다

혀끝에 눈물이 매달려 있다
그녀 속에서 얼마나 오래 굴렀기에 저렇게

둥글게 툭툭,
사과 속살은 누렇게 변해 가고

식탁의 모서리에 앉아 우리는 서로의 입속에
사과 조각을 넣어 준다
한입 베어 물자 입안에 짠맛이 돈다

처음 자전을 시작한 행성처럼 우리는 먹먹했다

< 슬픔의 자전>



서평/ 슬픔을 이야기하는 시

오랜만에 너무 마음에 드는 시집이었다. 인상 깊은 시가 많아서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시를 고르느라 시간이 걸렸을 정도였으니. 시의 길이도 꽤 길다. 그만큼 감정이 많이 담겨 있다. 대부분 고통, 슬픔의 감정이어서 이 시인은 슬픔의 시를 쓰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연인]이라는 시는 야하게도 느껴지고 음흉하고 상상하게 된다. 이런 시가 나는 참 좋다. 사람마다 해석하기에 다르고 읽을 때마다 다른 시. [슬픔의 자전]이라는 시는 전에도 읽어 본 적이 있었는데, 빈부격차에 대한 사회 풍자가 인상적이었다. '지구만큼 슬펐다'는 순수한 표현으로 그 상황이 맹렬히 풍자 되는 것이 참 인상 깊었다. 책의 제목으로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를 쓴 이유를 잘 알 수 있게 해 주는 신철규 시인의 대표적인 시 다. 다시 읽어도 마음이 먹먹해지는 시. 많은 것을 시사하는 시.

이 시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는 [검은 방]인데 세월호 이야기라는 것을 시를 읽으면서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거의 직접적으로 세월호를 언급한 내용이며 이토록 신랄하게 비판 할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시로서 표현 되었기 때문에 더욱 감성적이고 와 닿는 면이 있었다. 나도 그때의 슬픔이 기억이 난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가만히 있다가 죽은 아이들. 누구도 끌어올려 주지 않아 스스로 기어오른 촛불들. 꿈속에서 마저 공기가 희박했던 국민들. 재단의 해변, 안산, 단원고, 세월호, 4월 16일.. 첫 구절부터 끝까지 숨이 턱턱 막히는 너무 슬픈 시. 세월호는 잊혀져서는 안 된다. 계속 곱씹어서 이 슬픔을 잊지 않아야한다. 나는 그걸 시는 잘 한다고 생각한다.

시는 힘이 있다.
슬픔의 시는 더욱 그렇다.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신철규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9년 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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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주님의 Lo-fi 게시물 이미지
비가 내렸다
홍학도 원숭이도 사자도 기린도 라마도 하마도 물개도
늑대와 너구리와 수달도
비를 보지 못했다
해도 보지 못했다

실종된 아이들이 동물원에 살고 있다는 소문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으러
눈 멀고 귀 먹은 백발의 노인들이
동물원 더 깊숙이 들어갔다

작년에 탈출했던 곰이 돌아왔다
작년에 사자에게 물려 죽은 조련사도 돌아왔다
동물원 밖에도 동물이 있다고
동물원 밖에도 동물원이 있다고

신들이 사라지고 나선
이제 인간들이 사라지는 일만 남았다고

<동물원>






좋은 사람들이 몰려 왔다가
자꾸 나를 모르는 곳에 옮겨 놓고 가 버린다

나는 바지에 묻은 흙을 툭툭 털고 일어나
좋은 사람들도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쌀을 씻고 두부를 썰다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들고
불을 끄고 잠 자리에 누워

생각한다
생각한다

생각한다

<죄와 벌>

서평/ 독특한 세계관의 시를 만나다

올해는 목표를 시집을 읽는 것으로 잡았다. 책의 장르를 정해 놓고 읽었던 해는 없었는데 내가 시를 쓰자고 마음 먹자 시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정말 독특한 시가 참 많은데 이 시집도 기억에 남는 시집이 될 것 같다. 세계관의 독특하다고 할 수 있겠다. 시집 제목만 봐도 그렇다. 제목이 중복된 시가 몇 번이나 나왔다. 특히 'Ghost'에는 유령이 등장하는 시였다. 이 시의 화자는 유령일까 나 일까 아니면 유령을 보는 관찰자 시점 일까. 책의 해설에도 나오듯이 '화자가 누구일까' 그 생각을 정말 많이 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이 시 뒤에 도대체 무엇이 의미하는 것들이 있을지 정말 궁금해지는 그런 여운이 남는 시.

시의 의도가 파악이되지 않는 시도 참 많았다. 그래서 세계관을 참 독특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읽는 사람들마다 해석이 다른 것이 시라지만, 해석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아서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어떤 시는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몽상인지 꿈인지 구분하는데 여념이 없었고, 어떤 시는 그냥 읽고 지나가는 한 스토리 같기도 했다. 기억에 남지 않는 시도 많았다.

이런 식으로 시가 쓰여지기도 하는구나 한수 배워 가는 중.

시간이 흘러 다시 읽으면 느낌이 또 다를 듯 하다.

Lo-fi

강성은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19년 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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