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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님을 처음 만났던 것은 '체스의 모든 것'이라는 단편에서였다. 내가 겪어보지도 않은 시대를 눈물이 맺힐만큼 그리워하게 만든 그 한 작품으로 인해 나는 이 작가를 '믿고 읽어도 되는 작가'로 분류했다.
사실 이 단편집, 언젠가 절반쯤 읽었었다. 다시 읽기 전까지 몰랐지만, 최근에 나왔던 작가님의 다른 장편소설과 헷갈려서 빌려온 것이었다. 그런데 다시 읽길 잘했다. 그때는 차마 떠올리지 못했던 많은 생각들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어떤 단편집이든 그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게 나한테만 어려운 일은 아닐 거다. 같은 주제의식으로 비슷한 분위기로 쓰인 단편들이라도 맥을 관통하는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니까. 그런데 나, 감히 이번엔 한마디로 이 단편들을 정의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를, 인간을 겸손하게 하는 이야기들'
이 책에서 지나간 일들, 가치를 잃어버린 것들은 구원받지 못한다. 늙은 것보다 젊은 것이 낫고, 가난한 것보다 풍족한 것이 나은 세상의 냉혹함과 인간의 본성을 이 책은 애써 미화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그저 언젠가 우리가 초라해질 그 날에 이 세상엔 우리를 구원해줄 어떤 것도 없다는 사실을 담담히 전한다. 흔들리며 우리를 비웃지 않는 나무들만이 우리를 위로할 그런 날이 오리라는 걸.
그래서 나는 겸손해지려 한다. 내가 누리는 이 젊음과 꿈과 희망도 영원하지는 않으리란 사실을 기억하려 한다.
나는 항상 그 무엇도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때로는 애써 낭만 속에서 유영하며 끝나지 않으리라 나에게 최면을 건다.
그것은 옳지 않다. 오만해지고, 나만 아는 사람으로 존재하게 되기에.
끝을 기억하는 것, 겸손해지는 것
난 오늘 김금희 작가님께로부터 약간은 불편한 그 마음들을 전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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