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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준비를 시작하고 나니, 여유롭게 책을 집어드는 일이 드문 일이 되어간다. 그래도 토요일은 취준생으로서의 내가 아니라, 그냥 나로서 존재하고 싶어서 이 소설을 읽었다. 뭘 읽어야 할 지 감을 잃었을 때는 언젠가는 다 읽어보겠다 다짐했던 젊은 작가 시리즈만큼 좋은 선택지가 없다.
일단 소설은 상당히 난해하고 가독성이 썩 좋지가 않다. 화자의 시점이 계속해서 바뀌는 것만 해도 어지러운데, 시간선도 뒤죽박죽이다. 책 뒷쪽에 수록된 해석을 통해 이것이 작가의 의도적인 장치인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면 다 읽고서 고개만 갸우뚱하고 있을 뻔 했다.
하지만 해석을 읽고 나니 비로소 작가의 새로운 시도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시점을 바꾸는 것까지는 많이 보던 기법이지만, 이야기 전체를 조망하는 카메라를 내용으로 끌어와 뭐가 뭔지 모르게 만드는 괴상한 기법은 충분히 새롭다고 느껴진다. 결국 내겐 내용 자체를 변조해 버리는 작가의 이 '낯선' 기법이 소설의 포인트였다.
내용적으로는... 한 사람을 너무나도 다르게 해석하는 네 친구를 보면서, 인간은 인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애초에 그렇게 타인의 본질을 들여다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이 다른 존재와 구분되는 중요한 특성 중에 하나이지 않나 싶다. 본질적으로 나로서 존재하기에 타인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 그저 변조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이 우리가 각자의 세계를 가진 인격체임을 증명하는 대우 명제와도 같으니까. 그 와중에 그나마 벗어날 수 없는 이 본질적인 속성을 이겨내고 상대를 온전히 이해해 보려고 노력이라도 한다면, 누군가의 인생에 의미있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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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님의 인생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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