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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 (나카야마 시치리 장편소설)의 표지 이미지

네메시스의 사자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블루홀식스(블루홀6) 펴냄

읽었어요
데루히코의 집에서 나온 오락 거리는 TV와 중고 서점 가격표가 그대로 붙은 만화책 종류뿐이었다. TV를 보며 맥주와 세일 품목으로 혼자 저녁밥을 때운다. 가해자 가족의 저녁은 그랬다. 대화를 주고받을 상대나 친구도 없이 매일 가족 중 죄인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고개르 조아린 채 살아가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네메시스'는 대체 그런 현실을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와타세는 생각했다.
굳이 '네메시스'가 피해자의 복수를 대행하겠다고 나서지 않아도 니노미야 데루히코는 이미 보복을 당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사회적 제제라는 이름의, 구체적 정의와 책임 소재도 불분명한 집행 기관에 의해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입장은 범인이 체포되는 순간에 뒤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피해자의 유족은 여론을 아군 삼아 가해자 측을 몰아세우고, 가해자 측은 이마를 땅바닥에 비비며 사죄를 반복한다. 단 하나의 범죄가 양쪽에 불행과 비극을 흩뿌린다. 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다시 말해 그런 것이다.

우리의 진짜 적은 '네메시스'가 아니다.
바로 우리와 사법 체계를 향한 일반 시민의 불신이다. 그 불신이 '네메시스'를 낳았고, 행동하게 하고, 감싸고 있다.
바꿔 말해 '네메시스'는 모두의 가슴 속에 존재하는 정의의 사도인 것이다. 국가가 내세우는 법치주의의 정당성을 비웃고 판례가 나타내는 거짓말 같은 법의 정의를 베어 넘어뜨리는 신의 대행자다.
2018년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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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어차피 나는 주위에서 고립되었을 거고, 호소오가 소년원에서 나오면 다시 사귀었을 테니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거야.”
요리코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사토코가 말했다.
“결국 인간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다는 건 불가능해.”

인플루언스

곤도 후미에 지음
북플라자 펴냄

읽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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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알까? 나는 여전히 그곳에 가.
하루도 빠짐 없이.

여전히 나는

다비드 칼리 지음
오후의소묘 펴냄

읽었어요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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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yuayt

“다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야. 그러니 남 탓도 할 수 없고.”
“그래도 ‘성취하려던 뜻을 단 한 번의 실패 때문에 저버리면 안 된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이 애는 가끔 요상한 말을 입에 올린다.
“격언이요. 어렸을 때부터 격언을 무지 좋아해서 뭔가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모조리 적어두는 습관이 있거든요. 물론 경우에 안 맞는 격언을 인용해서 여기 마스터한테 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많지만. 방금 그건 셰익스피어.....였나? 아무튼 한 번 실수했다고 그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잖아요. 그러니까 아저씨도 새로 시작하면 된다고요.”
“새로 시작하다니, 무리야.”
“단칼에 잘라버리네.”
아야코가 웃었다. 표정이 수시로 바뀐다.
“그래도 저는 그런 생각이 항상 들더라고요. 뭔가 삐걱거리고 잘 안되는 일이 있을 때도 있지만, 언젠가는 그런 실패도 소중한 경험이 될 거라고, 게다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귀찮은 것도 많지만 막 기대되고 설레기도 하잖아요.”
“긍정적이네.”
“유일한 장점이죠. 3년 전에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는 정말 넋이 나간 애처럼 지냈는데 계속 그런 식으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군.”
커피잔은 내려다보면서 내가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사나에는 대단한 딸은 둔 모양이다.
“네. 그러니까 아저씨나 저나 너무 열심히는 말고, 적당히 열심히 살아요. ‘세상은 아름답다. 싸울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이건 미국의 대작가인 헤밍웨이의 말이에요.”
그녀는 그런 격언을 내뱉으며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였다.

기적을 내리는 트릉카 다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문예춘추사 펴냄

읽었어요
3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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