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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서서히 그러나 반드시

김민준 지음
자화상 펴냄

이별을 준비했던 적이 있었다. 준비물로는 이별에관한책들이었다. 그때는 울어야겠다는 마음밖에 안들어서 이별에 관해 슬프다는 책들을 모아 준비를 했다. 결국 쓸데없이 책꽂이에 꽂아둔 이별의 흔적이다.

그 이별의 흔적을 이리 사랑할때 읽게 될줄이야. 사랑할때 이별의 책을, 이별할때 사랑의 책을 읽는 모순적인 관계는 어떤걸까.

우리도 이렇게 될까 불안함을 가중시키는건 아닐까, 당연히 집중도도 떨어지고, 읽고 싶지 않은 글들에 불안에 허덕이더라도 나는 읽는다. 물론 사랑만이 전부라는 나한테 사랑한단 책이 더 잘 읽히지만 이별은 떼어낼수없고 그래서 더 잘 알아야 된다 생각한다.

그 땐 울으려고 산 책이 지금은 더 잘 울기 위해로 바뀐 몇달간의 간격.



소심한 사람이 아니다. 소심이라고 느껴본적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밖에라고 생각이 안들 정도로 나는 꽤나 당차다. 내 몸 생각 안하고 불의에 뛰어든적도 있고 경찰도 많이 불러봤고 싸우고 울고 나는 생각 이상으로 내 감정들을 많이 표현한다.

소심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은 좋아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소심한 사람들의 글과 감정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내가 한번 생각하고 바로 말할때 두어번 더 생각하고 그래도 말하지못해 꼬깃꼬깃접어 다시 넣어놓곤 글로서 책을 낸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책이 서로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유.

그런 감정들이라 그런지 더욱 소중해보인다. 비교는 나쁘나 내가 지닌 사랑과 그들이 지닌 사랑은 너무 다른것같아 그들의 사랑이 궁금해진다. 물론 상상속에서만이다. 현실의 나는 답답해 못만날거라고 조심히 예상해본다.

책을 읽다보면 나도 소심해져보고싶다 라는 생각이 든다. 소심이 말못한다는 소심이 아닌, 내 말에 진중성을 알고 여러번 생각하고 마음속에 품어 다시한번 품어내는 그런 소심.
2018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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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arte(아르테) 펴냄

읽었어요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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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은 단편을 싫어했던 나를 잊게 한다. 정세랑의 글은 정세랑의 색깔이 정확하다. 작가를 모르고 읽어도 나는 정세랑의 글인걸 알수있다. 그녀의 책을 앞으로도 계속 읽고싶다.

우리는 이제 우리와 닮은 존재가 아닌 닮지 않은 존재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하지 않을까? 이 주제와 모든게 맞아떨어지는 이야기. 나는 소설을 비롯한 창작물의 대단함은 시대의 반향을 가랑비에 옷젖듯 물들어간다는 점으로 보는데, 예를 들어 통속의 뇌는 결코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는 김초엽의 책부터 켄 리우, 테드 창, 정세랑 등등 여러 SF소설을 읽으며 나는 그것을 인간으로 부르지 않으면 무엇이지라는 생각으로 어느샌가 변해져있다. 과거 AI와 로봇의 인간말살 영화로 나는 AI를 기겁했는데 나는 이젠 그들이 인간을 신경도 쓰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 종차별에 대해 사색하는 계기를 얻었고 이것은 현시대 SF소설가들이 갖고있는 강력한 무기이며 공포와 협잡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이상하리만큼 포근한 방망이다.

목소리를 드릴게요

정세랑 지음
아작 펴냄

1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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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중요한 단어들이 몇 개 있다. 그 단어 중 두가지가 책의 제목으로 들어가 있으니 읽고싶은책 리스트에 들어가는것은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읽는건 또 다른 문제였다. 책을 좋아하거나 많이 읽는 사람들은 에세이라는 장르에 대해 회의감을 갖고 있다. 정말 잘 쓰던가, 정말 잘 알려주던가, 정말 진부하지 않던가 특히 여행에세이의 경우는 그보다 더한 요구를 지니게 된다. 그래서인지 읽고는 싶으나 읽고 싶지 않은 모호한 기분으로 오래 간직하고 있었다.

세계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혹시 관심있으신분들을 위해..링크를 첨부..)
https://m.blog.naver.com/fivtjwldnjs/223594124220


운영하고 있는 독서모임이 있는데 기약없는 기간의 여행인지라 어쩔수없이 잠정 운영을 중단하며 마지막책을 선정하는데 있어 나조차 결국은 진부하게 여행과 책을 찾게 되었다. 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여행을하며 적은 수기. 하지만 책보다 요리쪽에 좀더 중점이 가있기는 했다. 여행에 있어 음식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재밌게 읽을 부분이 많다.

하지만 나는 여행에 있어 음식을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 사람. 뒷부분으로 갈수록 음식얘기가 많아져 나는 그부분에 아쉬움을 느꼈지만 앞부분의 아프리카까지의 수기들은 입에 딱 달라붙는 맛으로 읽혔다.
특히, 이미 지구에서 가보지 않은곳을 찾을 수 없는 탐험의 시대가 끝난 시대에 내가 과연 세계여행을 한다고 한들 무슨의미가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보드랍게 안아주는 글이었다. 오랜만에 괜찮은 여행에세이를 읽는 기분. 한국 특유의 신파적인 여행에세이가 아니라서 좋았다. 이건 외국인의 여행에세이여서 그런가?


한편, 세계여행을 가게되며 나는 책에 대한 고민을 아직도 놓지 못하고 있다. 종이책을 포기못하는 고루한 면모를 지키고 있는 나는 몇권의 종이책을 가져갈 것인가에 푹 빠져지내고 있는데, 궁금합니다.
당신이 세계여행을 간다면 챙기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읽고 또 읽어도 좋을 책. 그게 과연 무엇일까요.

여행과 독서

잔홍즈 지음
시그마북스 펴냄

6개월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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