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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이기호 지음
현대문학 펴냄
책은 목양면 교회에서 일어난 방화 사건의 진범을 잡기 위한 탐문수사, 즉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는 형사의 입장이 되어 각 인물들의 진술을 토대로 진범을 찾아 나서게 된다. 범인을 찾는 과정 뿐만 아니라 여러 인물들의 인터뷰 속 그들의 생생한 말투는 생동감 넘치고 찰지다. 특히 인터뷰의 내용이 자꾸만 산으로 가고, 동네 사람들에 관한 TMI를 전달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찌나 사실적인지. 다들 각자의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알고 있던 정보들과 경험한 일을 사실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마치 각자가 만지고 느낀 형태대로 코끼리를 설명하는 장님들 같아 웃프기만 하다.
우리나라에서 종교, 특히 기독교와 관련된 이야기는 매우 민감한 주제다. 그럼에도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라는 욥기 43장 통해 하나님을 인터뷰이로 등장시킨 작가의 패기(?)에 박수를 보낸다. 하나님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인간적이며 진솔하다. 모호하고 도무지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들을 하며 계속 본인의 말을 들어보라고 하는 장면, 하나님 목소리가 안 들린다는 사람에게 '너도 혹시 누군가의 아버지냐'고 묻는 장면은 블랙 코미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하다. 특히 앞선 페이지에서 '아버지들은 아이 울음 소리를 못 듣는다'는 이야기가 나왔기에 더욱 날카롭게 웃긴다. 누군가에게는 신성 모독으로 다가올지도 모르지만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이 반영된 하나의 허구에 지나지 않으므로 민감하게 반응할 일은 아니다. 되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현대판 ‘욥’ 의 모습을 통해 삶과 신, 혹은 종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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