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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해양생물학자가 우리 바다에서 길어 올린 풍미 가득한 인문학 성찬)의 표지 이미지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황선도 지음
서해문집 펴냄

요즘 심심풀이로 즐겨 보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채널 A에서 하는 <도시어부>라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 낚시 자체엔 그렇게 큰 관심이 없어서, 그 프로그램에서 낚아 올려지는 다양한 우리나라의 바다 생물들을 구경하는 재미로 시청하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한 독자님이 플라이북에 써주신 이 책의 후기를 접했다. 표지부터 재밌을 것 같은 느낌이 딱 왔는데, 후기의 별점도 높아서 작정하고 도서관에 가서 빌렸다. 사실 나는 미리 책을 정하고 도서관에 가는 경우는 잘 없으니, 그만큼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던 듯 싶다.

책 속에는 기대대로 <도시어부>에서 다 채울 수 없었던 해양 생물들에 관한 폭넓은 지식들이 가득했다. 횟감으로 자주 들었지만 어떤 고기인지 알 수 없었던 생선들부터, 어패류나 두족류를 포함한 수산물 전반(?)에 이르기까지.

내용 자체도 굉장히 흥미롭다. 예를 들자면, 제주도의 다금바리는 왜 귀한 대접을 받는지, 우리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참치는 어디서 잡히는지, 전복과 오분자기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같은 내용들이 다루어진다. 작가님께서 해양생물과 관련된 연구를 발로 뛰며 하고 계신 분이라서 전문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데다가, 사진이나 그림으로 설명하는 부분도 많아서 전혀 어렵거나 모호하지도 않다.

다음에 친구들이랑 횟집에 가면, 심심풀이로 이야기할 거리들이 생긴 것 같아서 즐겁다. :D
2018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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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님을 처음 만났던 것은 '체스의 모든 것'이라는 단편에서였다. 내가 겪어보지도 않은 시대를 눈물이 맺힐만큼 그리워하게 만든 그 한 작품으로 인해 나는 이 작가를 '믿고 읽어도 되는 작가'로 분류했다.

사실 이 단편집, 언젠가 절반쯤 읽었었다. 다시 읽기 전까지 몰랐지만, 최근에 나왔던 작가님의 다른 장편소설과 헷갈려서 빌려온 것이었다. 그런데 다시 읽길 잘했다. 그때는 차마 떠올리지 못했던 많은 생각들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어떤 단편집이든 그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게 나한테만 어려운 일은 아닐 거다. 같은 주제의식으로 비슷한 분위기로 쓰인 단편들이라도 맥을 관통하는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니까. 그런데 나, 감히 이번엔 한마디로 이 단편들을 정의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를, 인간을 겸손하게 하는 이야기들'

이 책에서 지나간 일들, 가치를 잃어버린 것들은 구원받지 못한다. 늙은 것보다 젊은 것이 낫고, 가난한 것보다 풍족한 것이 나은 세상의 냉혹함과 인간의 본성을 이 책은 애써 미화하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그저 언젠가 우리가 초라해질 그 날에 이 세상엔 우리를 구원해줄 어떤 것도 없다는 사실을 담담히 전한다. 흔들리며 우리를 비웃지 않는 나무들만이 우리를 위로할 그런 날이 오리라는 걸.

그래서 나는 겸손해지려 한다. 내가 누리는 이 젊음과 꿈과 희망도 영원하지는 않으리란 사실을 기억하려 한다.

나는 항상 그 무엇도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때로는 애써 낭만 속에서 유영하며 끝나지 않으리라 나에게 최면을 건다.
그것은 옳지 않다. 오만해지고, 나만 아는 사람으로 존재하게 되기에.
끝을 기억하는 것, 겸손해지는 것

난 오늘 김금희 작가님께로부터 약간은 불편한 그 마음들을 전해 받았다.

너무 한낮의 연애

김금희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9년 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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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나의 마지막 책.

음...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나는 대전이라는 도시를 참 좋아한다. 좋아하는 야구팀의 도시로 처음 만나서, 몇 번의 여행을 통해 내 최애 도시로 자리잡았다. 편향적인 시선일지 모르지만 갈 때마다 대전 사람들은 여유가 있고, 선한 마음으로 외지인을 대해 주신다고 느낀다. 또한 산책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 많고, 딱 적당한 인구 밀집도 덕분에 거리의 풍경이 참으로 사랑스럽다. (참고로 나는 대전 사람이 아니다)

대전이 좋은 많은 이유 중에 '성심당'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튀김소보로 마니아인 내게 대전의 자랑인 이 빵집은 대전여행을 가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였다. 빵이 맛있고, 특유의 분위기가 좋아서 원래 좋아했던 빵집이다.

그래서 이 책과 마주치는 순간, '어! 성심당이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뭔가 따뜻한 빵처럼 따스한 이야기가 들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성심당의 역사와 정신을 담은 이 책을 읽으면서 기대가 확신으로 바뀌는 걸 느꼈다. 성심당이 그저 맛있는 빵을 만드는 빵집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세상을 구워내는 빵집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상호를 내걸고 쓰여진 책이니 작가님께서 긍정적인 쪽으로 글을 쓰셨겠지만, 나는 이 빵집을 세운 창업주와 그의 후대가 지켜온 상생의 정신이 조작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성심당의 팬으로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읽어 보면 '현실에서 어떻게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으니까.

본받을만한 아름다운 인생을 보았고,
덕분에 2018년의 끝은 따스했다.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

김태훈 지음
남해의봄날 펴냄

2019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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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준비를 시작하고 나니, 여유롭게 책을 집어드는 일이 드문 일이 되어간다. 그래도 토요일은 취준생으로서의 내가 아니라, 그냥 나로서 존재하고 싶어서 이 소설을 읽었다. 뭘 읽어야 할 지 감을 잃었을 때는 언젠가는 다 읽어보겠다 다짐했던 젊은 작가 시리즈만큼 좋은 선택지가 없다.

일단 소설은 상당히 난해하고 가독성이 썩 좋지가 않다. 화자의 시점이 계속해서 바뀌는 것만 해도 어지러운데, 시간선도 뒤죽박죽이다. 책 뒷쪽에 수록된 해석을 통해 이것이 작가의 의도적인 장치인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면 다 읽고서 고개만 갸우뚱하고 있을 뻔 했다.

하지만 해석을 읽고 나니 비로소 작가의 새로운 시도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시점을 바꾸는 것까지는 많이 보던 기법이지만, 이야기 전체를 조망하는 카메라를 내용으로 끌어와 뭐가 뭔지 모르게 만드는 괴상한 기법은 충분히 새롭다고 느껴진다. 결국 내겐 내용 자체를 변조해 버리는 작가의 이 '낯선' 기법이 소설의 포인트였다.

내용적으로는... 한 사람을 너무나도 다르게 해석하는 네 친구를 보면서, 인간은 인간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애초에 그렇게 타인의 본질을 들여다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이 다른 존재와 구분되는 중요한 특성 중에 하나이지 않나 싶다. 본질적으로 나로서 존재하기에 타인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 그저 변조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이 우리가 각자의 세계를 가진 인격체임을 증명하는 대우 명제와도 같으니까. 그 와중에 그나마 벗어날 수 없는 이 본질적인 속성을 이겨내고 상대를 온전히 이해해 보려고 노력이라도 한다면, 누군가의 인생에 의미있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에 빠졌다.

천국보다 낯선

이장욱 지음
민음사 펴냄

2018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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