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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살인, 하고 있습니다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노블마인 펴냄

이 책은 나에겐 도무지 기분 좋게, 혹은 사이다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책이다. 살인의 이유는 그렇다 쳐도 살인이 행해지는 과정과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자의 태도가 몹시 낯설다. 특히 청부살인업자가 살인을 마친 뒤 연락책, 애인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살인을 의뢰한 사람의 목적을 추리하는 장면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마치 평범한 일상을 마무리하는 듯한 분위기가 너무나 생경하다. 어떻게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일이 아주 쿨한 비지니스가 될 수 있는지 상상 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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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주인공의 청부살인에 대한 궤변도 받아들이기 역하다. 생명은 소중하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빼앗을 수 없다. 살인이 일상 다반사가 되면 생명은 가벼워 진다.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기 때문에 청부살인업자가 필요하다. 쉽게 빼앗을 수 없는 생명을 대신 빼앗아주는 전문직의 존재. 대체 어떤 전문직이 함부로 그 무거운 생명을 빼앗아도 되는건지, 전혀 논리적이지가 않다. 읽을수록 주인공이나 의뢰인들에게 공감하기 어렵다. 뭐 이런 무뢰한 같은 사람들이 다 있나 싶어서 섬뜩하고 두렵다. 신선한 소재임은 분명하지만 대체 무슨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목표였을까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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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책을 통해 배운 한 가지는 깊은 원한이나 증오를 가진 사람은 절대 청부살인업을 의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감정의 깊이 만큼 본인이 직접 살인을 저질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 사람이 청부살인을 원하는 걸까?? 딱히 감정적인 요소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죽이고자 하는 대상이 살아있을 경우 본인에게 중대한 불이익이 일어나는 사람이 청부살인을 의뢰한다. 참 경제적이고 이기적이고 역겨운 발상이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지만 이 책은 너무 도를 지나쳤다.
2018년 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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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학을 좋아하게 된 한 소년이 성숙하고 온전한 하나의 인격체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10대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기마다 겪을 수 밖에 없는 여러 고민과 문제들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다. 앎에 대한 목마름과 불편함을 감수하는 용기 덕분에 그 나름대로의 생의 의미를 찾게 된다. 그는 그러한 과정에서 만나게 된 책을 소개하고 문학을 시작으로 과학, 종교, 철학, 정치 등 어렵고 방대한 분야를 다룬다. 그럼에도 그에게 영감을 준 인물들과의 대화체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읽는 이로 하여금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어떤 방식으로 개인의 세계를 확장해 나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지도이다. 나만의 지도를 완성시키기 위한 열한 계단은 무엇일까? 저자는 묻는다.

그저 각자의 계단을 오를 뿐. 그 여행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해야 한다. 여기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편안함을 떨쳐내고 불편한 세계를 향해 한 발을 더 내디딜 것인지. 하여 나는 행복한 사람인가 성장하는 사람인가.

열한 계단

채사장 지음
웨일북 펴냄

2018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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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ljg4n

책장을 덮는 순간의 그 먹먹한 감정을 온전히 글로 옮기기엔 나의 표현력이 너무나 부족하다. 책 속의 시간은 우리의 믿음처럼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기억의 순서도, 말하는 화자도 한데 뒤섞여 있다. 처음과 끝은 맞닿아 있으며 결국 모든 것은 경계 안에 자리한 하나의 이야기다. 작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각자가 가진 기억의 무게는 동일할 수 있는지, 각자의 기억이 대립할 때 진실과 거짓을 판명할 수 있는지, 속죄와 구원 혹은 용서는 가능한 것인지. 질문에 대해 하나씩 답해 나가다 보면 마침내 궁극적인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나는, 그리고 당신이 세상을 기억하는 방식은 어떤가요?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장강명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8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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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목양면 교회에서 일어난 방화 사건의 진범을 잡기 위한 탐문수사, 즉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는 형사의 입장이 되어 각 인물들의 진술을 토대로 진범을 찾아 나서게 된다. 범인을 찾는 과정 뿐만 아니라 여러 인물들의 인터뷰 속 그들의 생생한 말투는 생동감 넘치고 찰지다. 특히 인터뷰의 내용이 자꾸만 산으로 가고, 동네 사람들에 관한 TMI를 전달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찌나 사실적인지. 다들 각자의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알고 있던 정보들과 경험한 일을 사실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마치 각자가 만지고 느낀 형태대로 코끼리를 설명하는 장님들 같아 웃프기만 하다.

우리나라에서 종교, 특히 기독교와 관련된 이야기는 매우 민감한 주제다. 그럼에도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라는 욥기 43장 통해 하나님을 인터뷰이로 등장시킨 작가의 패기(?)에 박수를 보낸다. 하나님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인간적이며 진솔하다. 모호하고 도무지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들을 하며 계속 본인의 말을 들어보라고 하는 장면, 하나님 목소리가 안 들린다는 사람에게 '너도 혹시 누군가의 아버지냐'고 묻는 장면은 블랙 코미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하다. 특히 앞선 페이지에서 '아버지들은 아이 울음 소리를 못 듣는다'는 이야기가 나왔기에 더욱 날카롭게 웃긴다. 누군가에게는 신성 모독으로 다가올지도 모르지만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이 반영된 하나의 허구에 지나지 않으므로 민감하게 반응할 일은 아니다. 되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현대판 ‘욥’ 의 모습을 통해 삶과 신, 혹은 종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이기호 지음
현대문학 펴냄

2018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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