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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의 표지 이미지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지음
반비 펴냄

멀고도 가까운.
무엇이 멀고도 가까운 걸까? 이 책을 통해 읽고 쓰는것에 대한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추천을 받았다.

읽고 쓰는것에 대한 즐거움. 자기계발서인가?
에세이라면 자신의 읽고 쓰기의 과시적 에세인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읽고 쓰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알 수 있는 에세이 이지만, 자기계발서도 아니고 자기과시적이지도 않다. 굳이 비유하자면, 목표지점을 향해 묵묵히 기어가고 있는 거북이나 달팽이의 느낌을 주는 에세이 인것 같다. 그 목표지점은 나 자신과 그리고 애증의 대상인 나의 엄마이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게 된 엄마를 돌보게 되면서 엄마와의 불편했던 기억과 감정을 마주하게 되는 여정.
점점 죽어가는 엄마를 인간으로서 딸로서 이해하게 되는 여정.
그 모든 것들이 읽고, 쓰는 것들로 다듬어지고, 보완되고 완성되었다. 

그 대상이 '엄마'로만 제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감정을 이입하는 또 다른 누군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전에 읽었던 "모친상실(청미출판사)"이 기억났다. 에세이 버젼이라고 해야할까.

가까운 사람같지만, 더 멀게 느껴지는 사람.
먼 관계의 사람 같지만,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
그 간극을 오가며 오늘도 읽고 쓰는 것에 대한 시간을 갖는다.

p.160
"가까이 있는 거야."라는 말을 통해 우리는 감정적으로 이어져 있다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뜻을 전한다. (중략) "멀고도 가까운 곳에서" 그건 물리적인 거리와 정신적인 거리를 함께 가늠하는 방법이었다. 감정은 그 자체의 거리를 가진다. 애정은 근처에 가까이 있는 것, 자아의 경계 안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침대 옆에 함께 누운 사람과 수천 마일 떨어져 있을 수도 있고, 세상 반대편에 있는 낯선 이들의 삶에 깊이 마음을 둘 수 있다.

p.278
먼 거리를 작은 공간에 압축시켜 놓았다는 점에서 미로는 인간이 만들어 낸 다른 두 고안물과 닮았다. 하나는 실타래고, 다른 하나는 단어와 문단과 쪽을 하나로 묶어 놓은 책이다. 책의 문장이 실타래에 감긴 한 가닥의 실이라고, 그 문장도 실처럼 풀 수 있는 것이라고 상상해 보자. 그렇게 풀린 문장이 만들어 낸 선 위를 걸을 수 있다고, 실제로 걷고 있다고 말이다. 독서 또한 하나의 여정이다. 눈은 선처럼 펼쳐진 생각을 따르고, 책이라는 압축된 공간에 접혀 있던 그 생각들이, 당신의 상상과 이해 안에서 다시 차근차근 풀려 나간다.

p.327
어머니와 나의 관계는 어머니가 먼저 말을 움직이면 그에 따라 모든 것이 진행되는 체스시합 같았다. 내가 쓸 수 있는 수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떤 수들은 불가능했거나, 적어도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다. 구경꾼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된다고 말하는 것은 언제나 쉽다.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 고결하게 지내는 방법 같은 것 역시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은 그보다 조금 어렵다. 체스와 마찬가지로 관계에도 규칙이 있고, 그것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계기나 확신, 원하는 것을 얻을 새로운 방법 등이 필요하고, 때로는 그 세 가지가 모두 필요한 경우도 있다. 나이트가 쓰러지고, 폰은 기어 다녔다. 그렇게 몇 십년이 지나고, 마침내 체스보드는 새하얗게 변해 버렸다. 말들은 이름을 잃었고, 시합은 그대로 멈췄다.

p.342
이제 어머니를 생각하면 한창때 알 수 없는 힘에 휘둘렸던 여인이 보인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 채, 자신의 욕망이나 그 안의 모순도 모른 채, 그렇게 검증되지 않은 것들 틈에서 고통을 느끼고, 기쁨도 느꼈던 여인. 어머니를 둘러싼 풍경은 각각의 부분이 서로 어긋나는 미로 같았고, 어머니는 그 안에서 길을 잃었다. 나에 대한 어머니의 반응은 전통적인 이야기, 명령, 가치와 기준이 뒤섞인 어떤 비극에서 비롯된 것이 분명하다. 우리 둘 다 쓸모없는 성별이었다. 
2018년 8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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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감력 수업

우에니시 아키라 지음
다산북스 펴냄

2019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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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쟁이님의 천천히 조금씩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 게시물 이미지
그라폴리오 작가 #유지별이 님의 책이다.

#천천히조금씩너만의시간을살아가 라는 제목을 보고 20대 청춘들을 위로하는 이야기 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 보다도 더 치열한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고등학교3학년 수험생을 위한 위로였다.

이야기보다는 위로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에필로그에서도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친구가 되고 싶다고', '이 책이 위로와 휴식이 되어준다면 정말 기쁠것 같다'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라면 나는 절대적으로 노!!!다. 학창시절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계절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나는 그때 사람이긴 했는지...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던 봄,
소나기처럼 시원한 답을 찾아 헤맸던 여름,
잎을 떨구는 나무처럼 홀가분해지고만 싶었던 가을,
눈 덮인 세상처럼 머릿속이 새하얬던 겨울...
그 사계절의 발자국들을 지나 다시 맞이한 봄의 이야기.
(프롤로그 중)

그 시간에 계절의 변화를 이렇게 따뜻하고, 이렇게 희망적이게 느끼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때의 시간들을, 그때 함께한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추억하면서 미치도록 예쁜 4계절이 완성되었을 것 같다.

내 기억에 고3시절은 시간이 유난히도 빠르게 가는데 빠르게 가는 것 만큼 앞이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주위를 둘러볼 수록 나만 뒤쳐지는 것 같은 불안감은 점점 더 커져갔다.
'길이 보였으면 좋겠다, 누군가 네가 갈길은 이쪽이야!"라고 정확히 알려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었다.
내가 걷고 있는 길은 안개로 잘 보이지 않는 길이 아니라 그냥 깜깜한 어둠이었다.


잘하고 있는 걸까

(중략)

잘하고 있는 건지

잘 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그저 걸어보기로 한다.

(p.112~113)


우리 힘내자. 조금만 더.

하지만 너무 무리하진 말자.

우리에겐 많은 시간이 있잖아.

남과 비교하지 말고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

천천히, 조금씩.

(p.132~133)

사회생활을 10년 넘게 한 나도 끊임없이 힘들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잘하고 있다고 확인받고 싶고, 위로받고 싶다.
"잘 모르더라도 그냥 걷다보면 어디라도 도착해있겠지...너만 생각하고 조금씩 가다보면 어느새 너는 많이 성장해 있을거야 라고...네가 한 선택이 맞았었다라고..."

집에선 잠만 자고

일어나 학교 가고

또 학원 가고

다시 집에오니

밤이 되었다.

(p.164~165)

07:00 학교 등교, 자율학습 시작
09:00 수업시작, 점심시간
15:00 보충수업 시작
18:00 저녁 자율학습 시작
22:00 하교, 학원 수업시작
01:00 독서실 또는 집
이런 살인적인 시간표를 어떻게 견뎠을까? 저녁 자율학습이 끝나고 친구들과 헤어지면서 하는 인사는 '안녕'이 아니라 '이따가 봐'였다.

학교-학원, 독서실-집-학교-학원, 독서실-집...계속 반복하다 보면 내가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 건지, 공부가 되고 있기는 한건지 잘 모를뿐더라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기도 했다. 내가 성적이 떨어져서 대학에 합격하지 못해서 아무도 나를 쳐다봐 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제일 두려웠던 것은 그거 였던 것 같다.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는 다는 것. 그렇게 잊혀진다는 것.

그래도 어찌어찌 잘견뎠다.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매점을 하도 들락날락 거려서 교복치마가 작아졌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근처 공원에 가서 삼겹살도 구워먹고,
독서실앞 인형뽑기가게에서 인형도 엄청 많이 뽑고,
긴 머리를 풀고 등교했다가 머리카락도 한움큼 잘리고,
학교 축제때 고래고래 소리도 지르고...
힘든시간들이었지만 마냥 힘들지 만은 않은 시간들이 함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꼰대마냥 "지나면 다 괜찮아, 견뎌봐"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힘내라고, 잘견뎌보자고,
천천히 너의 속도대로 가보자고.
내가 응원해 주겠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잘할 거야. 힘들면 잠시 쉬어가도 돼.

우린 이제 시작이니까.

천천히 조금씩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

유지별이 지음
놀(다산북스) 펴냄

2019년 3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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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쟁이님의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게시물 이미지
  • 꿈쟁이님의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게시물 이미지
SNS 얼굴책에 "오늘 하루는 어땠어?"라는 문장을 게시했다.
그러자 "힘들었쪄" 라고 글이 달렸다.
웃으면서 댓글을 달았지만
'그래, 나도 오늘 힘든 하루였지. 누군가에게 힘들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가끔은 위로를 받는 날이 되기도 하지.' 라고 생각했다.

그렇구나.
있었던 것은 작아지긴 하지만 사라지지는 않는구나. 그럼 이 흙 속에도 뭔가 있겠지.
누군가의 추억이라든가......그렇다면...
이 세상은 모두의 메모투성이네.
(p.30)

이 책은 <보노보노>의 베스트 컬렉션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동안 연재해 온 에피소드 중에서 특별하게 고른 이야기만을 모아놓은 책이다.

보노보노를 처음 입문하는 사람에게도, 보노보노를 지금까지 사랑해 온 사람에게도 아주 특별한 책이 될 것 같다.

나에게 보노보노는 단지 아이들이 웃으면서 보는 흥미위주의 만화가 아니다. 위로, 여유, 우정, 가족 등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보노보노와 숲속 친구들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만화이다.

보노보노의 말투, 포로리와 너부리의 가끔씩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런 행동과 말들이 우리들이 모르는 우리, 내가 모르는 나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1부_이 세상은 모두의 메모투성이
2부_시시한 이야기가 정말 좋아
3부_오늘도 재미있는 일이 시작된다

나는 <3부 오늘도 재미있는 일이 시작된다>에서 가장 오래 머물러 있었다. 내 시선도, 내 마음도, 내 생각도.

'재미있는 일'이라고 하니 보노보노-포로리-너부리의 캐미가 또 시작되는 것인가?라고 생각했지만 '재미있는 일' 그 너머의 '의미있는 일'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아... 혼자 있을 때는 왜 다들 저렇게 외로워 보일까...
너희들 말이야, 친구나 가족이 혼자있는 걸 보고
외로워 보인다고 생각한 적 있어?
(p.314~319)

가끔은 외면하고 싶기도 한 누군가의 외로운 모습을 너부리가 찾아내고 말았다. 굳이굳이!!! 몰라도 되는 그모습을 너부리는 왜 찾아냈을까?

친구의 한숨, 아빠의 뒷모습, 엄마의 걸음걸이...그리고 아이의 눈빛...

나는 가끔 외면한다. 아니, 외면하고 싶어하지만 결국에는 그러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나에게 있어서 애정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부리도 발견해 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포테스케.
나, 나랑 똑같이 생긴 아이를 만나면 물어보고 싶었는데,
포테스케는 지금 행복해?
(p.368)

"너는 지금 행복하니?"
보노보노는 누군가가 아니라 "나는 지금 행복한걸까?"​

에 대한 질문이 더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아이의 '행복하다'라는 대답을 들으면 자신의 행복을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였던 것은 아닐까?

나는 나와 똑같이 생긴 아이를 만나면 질문을 하기보다 꼭 안아주고 싶다. 아무말없이 토닥여 주고 싶다. 그거면 되지 않을까 싶다.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놀(다산북스) 펴냄

2019년 3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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