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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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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일기

미셸 투르니에 지음
현대문학 펴냄

드비시의 <바다>. 1939년 여름 발레르에서 였다.
내 나이 열네 살. 나는 캐나다 산의 작은 카누 하나
를 가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호두껍질 같은 작은
배였다.

나는 매일 그 배를 타고 한계선을 넘어서 해변이
그저 가느다란 한 개의 노란 선으로 변해 보일 때
까지 멀리 나아갔다.

배가 뒤집히기라도 하는 날에는 나는 절대로
헤엄을 쳐서 해변으로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늘 혼자였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이렇게
몸숨을 거는 짓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몇 시간이고 이렇게 물결 위를 흘러다닌 끝에
기슭으로 돌아오면 온통 뒤집어 쓴 물보라가
햇빛에 말라붙어서 나의 온 몸은 하얀 소금에
뒤덮여 있었다.

드뷔시의 음악이 내 귀에 추체험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바다에서 보낸 그 시간들이다.
찬란한 여름, 주변에는 온통 죽음이 에워싸고
있고, 지평선 저쪽에는 번개를 가득 실은 검은
구름을 일으키고 있는 임박한 전쟁.

나는 소금기로 얼룩덜룩해진 벌거벗은 몸으로
파도의 푸른 등 위를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나는 무서우면서도 행복하다.


외면일기 / 미셸투르니에
***
책을 읽는데. 갑자기 책장을 튕겨나와 공기중에
동동 떠다니며, 반짝반짝 빛나는 택스트를 만날
때가 있죠. 그러면 참 기분이 좋아지죠.
2018년 4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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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진

@9wvixhhsjyvb

#인간실격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
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저는 올해
로 스물일곱이 되었습니다. 백발이 눈에 띄게
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흔 살 이상으로
봅니다.


***
폐인이 되어 버린 요조에 대해서 여전히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알던 요조는,
정말이지 순수하고, 자상하고, 술만 마시지 않
는다면, 아니 마셔도 - - - - - 하느님처럼 줗은 사
람이었어요."

하지만 하나님도 모른다, 부처님도 모른다, 우리
요조의 외로움을. 즉, 그것은 '존재의 고통'이었던
셈이니까?

그것은 '타인이 내 앞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고통에 휩싸이는 것이다. 그러니 '존재의 고통'에
시달리던 요조는 살아서 죽을 때까지 전혀, 행복
이라고는 느끼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지음
민음사 펴냄

👍 에너지가 방전됐을 때 추천!
2020년 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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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진

@9wvixhhsjyvb

#서른살엔미처몰랐던것들

"마음의 녹슨 갑옷"에서 기사는 갑옷을
벗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자신
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 ... ) 책 가운데 침묵의 성에서 만난 왕은
갑옷 입은 기사에게 묻는다.

"우리 대부분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자신의
갑옷을 두르고 살지. 때로는 그 갑옷을 입은
지도 모르는 채 말이야.

심지어 갑옷을 자랑하기에 바쁘고 진정한
자신이 아니라 갑옷만을 위해 살아가지.
자네는 자네인가? 아니면 갑옷인가?"

나는 나일까 갑옷일까. 늘 이 생각을 갖고 살아
간다면 나를 잃어버린 채 헤매지 않을 것이다.


***
우리는 수많은 '갑옷'을 두르고 살아간다. 동시에
그 갑옷들이 우리를 지켜주고, 보호해 줄 것이라
고 철석같이 믿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나인지 아니면 갑
옷이 나인지 헛갈리게 되며, 또한 그 갑옷은 시간
이 지나면서 조금씩 조금씩 녹이 슨다.

하지만 우리는 갑옷을 벗을 생각은 아예 하지 못한
다. 왜냐면, 두렵기 때문이다. 갑옷이 없으면 어떻
게 살아야 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갑옷을 벗은 연약하고,
초라하고, 볼품없는,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
여야 한다. 그래야 지금 당장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사라지더라도,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테니
까?

서른 살엔 미쳐 몰랐던 것들

김선경 지음
걷는나무 펴냄

👍 불안할 때 추천!
2019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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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진

@9wvixhhsjyvb

#밑줄긋는여자

이 책은 '책 이야기'면서 동시에 '사람 사는 이야기'다.
그리고 자극적이지도 않고, 가독성 또한 좋아서인지,
가볍게 읽기에는 그야말로 딱인 책이었다.

밑줄 긋는 여자

성수선 지음
엘도라도 펴냄

👍 외로울 때 추천!
2019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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