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인생 책으로 꼽는만큼 읽기 전에 많은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는 의문이 들었다. 조르바의 모습을 본받아야한다는 것일까, 비난하는 것일까?
조르바는 굉장히 본능적이며 예민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인간관계 사이의 미세한 틈을 놓치지 않고, 미요한 분위기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리는 게 능숙하다. 반면, '나'는 생각이 많지만 셈계산이 빠르지 않다. 헛똑똑이로, 행동하지 않는 전형적인 지성인의 모습을 보인다. 친구처럼 국가를 위해 나서지도, 조르바처럼 여자를 꼬시지도 않는다.
완전히 반대되는 두 사람이 같이 생활함에도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많이 크지는 않다. 극과 극의 사람들이라서 그런건지, 한 쪽이 참아주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확실한건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동경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의문이 들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인생책으로 꼽는 것인가.
수많은 생각 끝에 조르바로 대표되는 인물이 인간본성과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주기 때문이란 답을 얻었다. 아무 생각없이 틱틱 던지는 조르바의 말에 '나'는 십수년간 책을 읽으며 깨닫지 못한 깨달음을 얻는다. 과부와 여관주인의 죽음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하는 사람 역시 조르바 한 사람 뿐이라는 점에서 죽음을 대해야하는 자세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외에도 여러모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다. 일단 그 점이 좋은 책으로 추천수를 높이는 이유이지 않을까.
덧. '나'에 대한 호기심은 나만 생긴건까. 엄청나게 두꺼운 책이지만, '나'라는 인은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에서 카잔차키스가 '나'의 이름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열린책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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