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인지
내 웹 브라우저에 신기하게도
내가 검색했던 아이템들이 연관광고로 뜨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나의 인터넷 검색기록이 빅데이터 처리되어
내가 흥미를 가질법한 아이템에 대해 맞춤광고를 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빅데이터들이 이렇게 고작 쇼핑에 도움을 주는 정도로 그친다면
기껏해야 그 피해는 내 통장이 텅장이 되는 정도에 그치겠지만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은 사람들을 가려내고
기업에서 월급루팡이 되거나 쉽게 이직할 사람을 가려내고
'효율적인 인력배치'라는 명목하에 노동의 질과 양을 통제하게 되고
리스크를 산정하여 더 높은 보험료나 대출이자를 내도록 하는 쪽으로 이용되면
그건 문제가 달라진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모델 자체에 결함이 있으며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통계들이 그러하듯이
숫자는 그 모델을 설계한 사람의 (주로 경제적)이득을 강화하고
편견을 공고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저자가 WMD(대량살상수학무기)라고 표현한 빅데이터 앨고리즘 역시도
그 함정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무슨 기준인지 알 수 없는 불투명한 기준으로 만들어진 모델이
빛의 속도로 퍼져서 사용되면서
모델의 대상이 된 사람들에게 광범위한 피해를 준다.
피해는 단순히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치약을 하나 더 사는 정도로 끝날 수도 있지만
내가 거주하는 지역이 부촌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채에 가까운 대출이자를 감당하거나
재수없으면
마이너리티 리포트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어느날 거리를 걸어가다가
그냥 불심검문을 받고 감옥에 가게 될 수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미 이 WMD는 어떤 면에서는 사람 손을 떠난 것처럼 보인다.
희생자가 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가혹하지만
이 모델을 도입하는 기업이나 국가의 입장에서는 나름 '효율적'이며
오류가 있다 해도 전체적인 커다란 숫자에 파묻혀 쉽게 발견되지 않을 뿐더러
대부분의 경우 희생자들은 모델 사용자나 개발자에게 이의를 제기하기 쉽지 않은 약자들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몇 가지 해결책을 내놓았지만 솔직히 뾰족한 방법은 없어보인다.
그나마 모델에 대해 법적 규제에 의한 감사를 강화하고
'인간적'인 측면을 도입하자는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WMD의 적용방향을 바꾸자는 주장이 그럴듯하다.
위험군을 가려내어 이들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투자가 필요한 사람들로 인식해 그만큼의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제도을 알지 못하는 진짜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제쳐둔 채
제도의 헛점을 악용하는 신청자 위주로 돌아가는 것보다
좀 더 합리적이고 냉정한 지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은 대안이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WMD는 민간기업보다는
국가에서 사회보장을 강화하는 쪽으로 이용되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기업의 '이익'을 바라보는 눈길은 공공기관의 그것보다 훨씬 날카로우니
내가 생각하는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벌써 지난 4월 자동차 보험 가입할 때 보니
티맵을 깔고 내 주행습관을 보험사에 제공하면
보험료를 할인해준다는 옵션이 생겼더라.
이게 조금 더 진행되면
보험사에 내 주행습관을 제공하면 할인을 해 주는 게 아니라
제공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