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위'라는 이름 하에
타자에게 사람들이 그것이 잘못인 줄 알지못하면서,
혹은 알면서도 무심하게 가하는 폭력과
그 폭력의 후유증으로 무력하게 시들어가는 한 개체,
그리고 그 개체가 시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며 슬퍼하지만
자신 역시 그 폭력 하에서 무력하게 시들어가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또 하나의 개체에 대한 이야기.
우리가 다소 익숙해져 있고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이
분명히 폭력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1장에서는 '가족'
2장에서는 '예술'
3장에서는 '살아가야만 한다' 라는 명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무심코 읽다가는 다소 과격한 생리적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한 묘사를 통해 저것들이 얼마나 역겨울 수 있는 것인지를 반추하게 됨.
결국 여주가 세상에 순응하기를 멈추고
대신 '음식'으로 상징되는 세상과의 교류를 하나둘씩 끊고
'식물'이 되는 쪽을 선택하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어쩌면 더 가엾은 쪽은
차라리 식물이 되기를 원할 정도의 자의식조차 없이 시들어버린 채
그래도 자신의 책임을 끌어안고 화석이 되어가고 있는 또 한 명의 화자 아닐까.
저 두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 버린 자들이
자기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전혀 알지도 못하고
안다 해도 그럴 수 밖에 없다고 할 것임이 많이 슬펐고
나 역시도 그렇게 살아온 게 아닐까 싶어서 섬찟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