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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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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 하이에크 (세계경제와 정치 지형을 바꾼 세기의 대격돌)의 표지 이미지

케인스 하이에크

니컬러스 웝숏 지음
부키 펴냄

학부생 시절에 이 책을 샀다면 공부가 세배는 재미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이런 것을 알려주지 않고 수식만 알려주던 경제학 교수님들은 좀 혼나야 한다. 우리 모두는 내러티브에 끌리고, 내러티브가 없는 것에는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배우에 불과한 설민석이 인기를 끈 이유도 역사를 서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를 단순화해서 싸움으로 파악하는 것은 편하겠지만 옳지 않다. 편한 생각이 옳은 생각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오랜 싸움에서 비롯된 거시경제학과 미시경제학의 태동에 대해서는 즐겁게 읽었다. 사실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사상이 크게 대립한 것 같지 않고 각자 갈 길 열심히 갔던 것 같지만. 재정적자를 감수해서 경기를 살릴 수 있다는 케인즈의 생각과 계획경제에 의존하는 일은 가격을 망치기 때문에 위험하고 나아가 스스로를 노예로 만들 수 있다는 하이에크의 생각은 다르다. 나는 사실 하이에크의 편이다. 나는 큰 정부와 많은 공무원이 싫다. 중국에서 그랬고 그리스에서 그랬고 한국에서 그랬듯이 주-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공무원 체계가 싫다. 공무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개인으로서의 공무원은 자신에게 이득이 오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고 싶을 것이고 그 결정과정에서 뇌물은 치명적이다. 이것은 공무원 개인의 양심의 문제가 아니다. 공무원의 권력이 커지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선량한 감독관의 신화는 신화일 뿐이다.
2017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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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2illi1mdqu

성공중인 인물의 전기를 읽을 때는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들의 눈부신 성취를 깎아내리려는 것은 아니나, 내가 억만장자의 전기를 쓰는 행운을 가진 기자라면 내가 쓰기로 한 책이 전설적인 역작이 되기를 바라는 것보다는 억만장자의 마음에 드는 책이 되어 억만장자의 친구가 되는 것을 바라는 것이 더 가깝고 더 가능하며 더 쉬운 일일 것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에 대한 책과 이 책은 놀랄 만큼 유사하다. 아이템과 이름 몇 개를 제외하면 거의 같은 책이라고 보아도 될 듯하다. 두 책에서 주인공은 괴팍하나 불굴의 의지가 있고,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하려는 일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으며 약간의 이타주의로 자신들의 일을 아름답게 만든다. 스스로 정한 높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이들에게 가혹하고, 어릴 때 코딩을 마스터하며 성공의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다. 사실 이미 죽은 스티브 잡스의 전기 역시 비슷하였기 때문에 이것은 미국의 부자들의 특징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지구를 더이상 구할 수 없게 된 30살의 청년은 이제 그들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이제 더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일상은 2년 반만에 이미 알 만한 것이 되었고, 내일에 대해서 기대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그들의 성공담에 가슴이 뛰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회사들의 주식 가격이나 검색해 보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이 책을 읽고 얻은 교훈들이 나의 작디작은 삶에, 티끌만한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되기 힘들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나는 항상 너무 잘 안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애슐리 반스 지음
김영사 펴냄

2017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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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은 불가해하다. 나는 그를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그는 죄와 벌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그가 가졌던 생각과, 그 생각으로 인해 받은 벌의 부당함을 부르짖지 않는다. 그에게 그 시간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던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가진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그는 생각을 바꿀 기회가 없었다. 나는 그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긴 공부의 결과물을 보면서도 조심스럽게 그의 생각이 바뀌었는지 계속 살피게 된다. 그러나 그는 바뀌지 않았다. 그 많은 독서와 그 많은 공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때문에, 생각이 바뀌면 그가 겪은 고통들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그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제자백가를 다룬 이 긴 책에서, 나는 감옥에서 20년 동안 굳은 그의 생각의 단단함만을 알 수 있었다.

담론

신영복 지음
돌베개 펴냄

2017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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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2illi1mdqu

다른 세계를 상정하려면 그 세계의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현실 세계에 딱 한 가지의 개념만 더해도 그것은 다른 세계가 되고, 그 세계는 지금의 세계와 아주 다를 것이다. 상상력은 세계 전체에 작용해야 한다. 테드 창은 그것을 매우 그럴듯하게 그려낸다. SF는 이래야 한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엘리 펴냄

2017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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